환경보건시민센터 3살 생일
에피소드 하나; 2010년초 환경보건시민센터 창립준비위원회 단계 때부터 환경보건시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의 주요 캠페인이 기획될 때마다 가장 먼저 내용을 파악하고 밤새 뚝닥 캠페인에 필요한 이미지를 만들어 보내준 분이 있습니다. 상근활동가에 버금가는 시간과 관심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기부한 회원입니다.
에피소드 둘; 최근 밀양사태를 마음 졸이며 지켜보다 문득 국민설문조사를 해보자는 제안을드렸습니다. 하루 만에 수 십 명의 회원들이 ‘해보자’, ‘비용도 분담할게’라며 이구동성으로 참여해주셨습니다. 어떤 회원은 여론조사전문기관을 바로 섭외해주었죠. 그리고 3일만에 놀라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응답자 66.1%가 ‘공사반대 일리 있다’, 63.1%가 ‘지중화해야 한다’, 80.4%가 ‘전자파를 환경오염물질로 규제하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결과를 누구보다 반긴 건 쇠사슬 감은 밀양의 할매들이었음은 물론입니다.
에피소드 셋; 대학로 시민센터 사무실을 방문한 한 지인이 ‘왜 이 사무실은 이렇게 어두워? 웬 죽음이 이렇게 많아?’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가습기살균제 문제로 몇백명이 사망했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고 석면사망자를 위한 조기가 한쪽에 기대있고 온통 어두운 이야기뿐 이더군요. 다른 한 선배는 ‘아프다 아프다’는 소리보다는 ‘건강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주었습니다. 모두 맞는 말들입니다. 어둡고 슬픈 이야기들 보다는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야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시멘트공장 피해주민 그리고 석면피해주민들과 함께 아파하고 울고 웃은 3년이었습니다. 상근자 2명, 반상근자 1명뿐인 초미니 단체가 지난 3년간 주목받는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건 회원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 덕분입니다. 환경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외부과제와 프로젝트를 전혀 하지 않는 고집을 계속 이어올 수 있었던 것 역시 회원들께서 든든하게 계셨기 때문입니다. 지난 3년 한국사회의 [환경보건]문제의 최전선에서 시민운동, 전문가운동을 펼쳐온 환경보건시민센터가 3살 생일을 맞아 조촐한 모임을 갖고 생일날에는 밀양에 가서 밀양할매들의 손을 잡아드렸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존재하는 이유가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2013년 10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