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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 창립선언문

'우리 아이들만은 살려주이소' 지금부터 25년여 전, 당시 경남 울주군 온산국가공단 인근 주민들에게 발생한 피부병과 신경통질환을 둘러싸고 '온산괴질'이라고 불린 공해병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한 아이가 사망했고, 주민들은 아이들만이라도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온산병'은 공단의 산업공해가 원인인 것이 분명했고 일본의 미나마타병 전문가 하라다 박사가 '여러가지 오염물질에 의한 세계 최조의 복합오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한 채 4만명의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는 것으로 문제를 덮고 말았습니다. 심각한 공해 피해가 발생했지만 누구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고 아무도 챔임지지 않은 영구미제 사건이 되고 만 것입니다.

1980년대 말 서울 상봉동에 살던 박길래씨는 인근의 연탄공장의 분진 때문에 진폐증에 걸렸습니다.
법원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발병사실을 인정해 박씨는 최초의 공해병 인정환자가 되었습니다.
20여년이 지난 2009년 영월의 시멘트공장 인근 마을 주민들이 환경성 진폐증에 걸린 사실이 확인되었지만 피해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석면이 1급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이 오래 전에 알려졌지만 한국사회는 최근에야 사용금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석면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한국석면산업계는 1990년대 초부터 석면공장을 인도네시아, 중국 등 이웃 아시아 나라들에 공해수출을 했습니다. 과거 일본과 독일의 석면산업계가 한국으로 석면공장을 이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국제적으로 볼 때, 1930년대 벨기에 뮤즈벨리 사건, 1940년대 미국 도노라사건, 1950년대 런던 스모그사건과 멕시코 포자리카사건 그리고 1960년대 일본 요카이치 천식사건들은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까지 사상자를 발생시킨 악명 높은 대기오염 사건들입니다. 특히 일본의 미나마타병, 인도의 보팔사건, 우쿠라이나의 체르노빌사건은 세계 3대 환경재앙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1970년대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에서 발생한 러브커넬사건은 유해폐기물 매립지에 세워진 학교와 주택에서 생활하던 학생과 주민에게 기형아와 암이 발생하여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었고 미국의 대표적인 환경오염 정화제도인 수퍼펀드법을 제정한 계기가 됩니다.

이런한 일들은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결코 발생하지 않을 과거의 문제일 뿐일까요? 과거의 오류와 잘못으로부터 분명한 교훈을 배우고 과오를 반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한국은 유엔 등 여러 국제기구에 지도자를 배출하고 '기적의 경제발전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로서 더이상 공해수출국가로 지탄받아서는 안됩니다. 과거에 진행된 공해수출로 인한 피해가 현재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책임도 함께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여러 아시아나라들 사이에 공해공장과 산업페기물들이 이동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전문가, 운동가, 피해자가 함께 아시아지역의 공해문해결에 앞정서는 '환경보건시민운동'을 전개하자고 아시아의 여러 시민사회에 제안합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환경이 아프고 몸도 아프다'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환경이 건강하니 몸도 건강하다'라는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환경문제 해결의 기준인 '오염자부담원칙'과 '사전예방원칙'을 기조로 의료, 법률, 공학 미치 사회과학적 영역의 전문성을 환경보건의 장에서 적극 적용하고 통합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특히 피해자운동을 강조합니다. 공단지역, 폐광지역 등 환경오염이 심각한 지역에서 다양한 연구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피해주민들의 호소는 외면되고 참여는 배제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전문가, 운동가들과 함께 오염자를 감시하고 문제해결에 앞장서는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생태적 감수성과 건강의 눈으로 환경문제를 보는 사회, 공해산업을 이웃에 떠넘기자 않는 산업윤리를 가진 나라, 나아가 건강한 아시아 시민사회를 만들어 가는 환경보건시민운동의 힘찬 출발을 선언합니다.

2010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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