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번째, 작년 처음 시작된 이래 세번째 '환경보건운동 활동가 워크숍'이 2024년 7월5일 서울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렸습니다.
부산, 창원, 경주, 안동, 대전, 인천, 서울에서 참여했습니다.
모두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었는데, 인천에 사는 중1, 중3 학생도 같이 했습니다~
올해는 조금 색다르고 기능적인 강좌를 기획했습니다.
먼저, 오전에 WHO에서 20여년 활동하다 작년에 정년퇴직한 제네바본부의 전 표준국장 김록호 박사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김록호 박사님은 가정의학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데 대학 졸업후 사당의원에서 지역사회의료운동 차원의 활동을 하다가 원진레이온 직업병 문제를 주도적으로 다뤘습니다. 서울대와 하버드에서 학위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교수를 하다가 2003년부터 WHO 세계보건기구에서 2023년까지 활동했습니다. 독일 본에 있는 유럽환경보건센터에서 10년, 태평양 피지에 있는 수바 태평양기술지원국에서 4년,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WHO서태평양지역사무소에서 3년간 그리고 제네바본부에서 4년간 재직했습니다. (얼마전 유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클릭)
서유럽에서 시민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환경보건문제는 교통소음이라는 이야기, 환경보건분야 공동지표를 만들어 동유럽 국가들과 씨름한 이야기, 특히 석면문제를 둘러싸고 국가간 힘겨루기를 하고 심지어 방송기자를 사칭한 석면광산업계의 스파이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했습니다. (사실 그 영국인 스파이는 민간분야에도 침투했다가 붙잡혀 재판을 받았습니다) 태평양에서 근무할때 그들의 삶의 방식에 공감하면서도 삶속의 의료와 환경보건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는 대목은 한국 활동가 출신의 WHO 전문가로서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다음은 WHO 유럽환경보건센터에서 일할때, 과학자로서 갖는 질문이라고 합니다.
• 유럽연합의 환경보건은 세계최고 수준인데 왜 WHO 환경보건센터를 필요로 할까?
• 어떻게 유럽의 나라들은 환경보건의 과학적 증거를 국가의 정책에 즉각적으로 반영하는가?
• 북유럽 나라들은 어떻게 직업환경보건에 큰 비용을 쓰면서도 고도의 경제와 삶의 질을 유지하는가?
• 어떤 나라들은 왜 여전히 석면을 금지시키지 않고 발암성을 부정하고 WHO를 공격할까?
• 왜. 유럽연합이 환경성 소음을 건강위해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관리할까?
• 과거 유고슬라비아 연방 소속이었던 나라들은 티토의 사망 후에 왜 내전을 벌였을까?
• 직업환경보건 전문가 네트워크가 국제평화를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될까?
•. 어떻게 WHO 유럽지부가 기후변화의 건강영향 프로그램을 2000년대 초에 시작했을까?
다음은 태평양 피지에서 일할때 '50대 후반의 WHO 남태평양 환경보건전문가가 던지는 질문과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왜 남태평양 섬나라의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가난하지만 정신적으로 행복할까?
•태평양 섬나라들의 식수와 위생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70년간 UN은 무엇을 했나?
•탄소배출에 기여하지 않은 나라들이 가장 먼저 기후변화의 피해를 보는 것이 정당한가?
•해수면 상승과 극단적 기상으로 보건의료시설이 손실될 것이 뻔한데 어떤 대책을 세웠나?
•해수면 상승으로 고향을 떠나 이주하게 되면 부족의 고유언어와 문화가 사라지지 않나?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비용은 기후변화를 야기한 나라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미래 세대가 기후변화의 충격으로 섬나라를 떠나면서 겪어야 할 건강피해에 대한 대책은?
•전염병, 만성병, 기후위기 등에 대응하려면 보건체계에 대한 큰 투자가 필요하지 않나?
•기후변화 충격의 최전선 현장에서 연구와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개도국이 글로벌기후금융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개발이 시급하다!
다음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일할때 서태평양지역 환경보건책임자로서 던지는 질문이었다고 합니다.
•WHO는 과연 아시아-태평양 나라들의 환경보건문제 해결과 기후변화 대응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나?
•WHO 유럽지부처럼 WHO 서태평양지부도 환경보건센터를 설립해야 하지 않나?
•한국정부가 아시아태평양 환경보건센터를 유치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미세먼지의 국경이동처럼 환경보건 이슈가 정치화되어 있을 경우 WHO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다음은 2020년부터 4년간 제네바 WHO본부에서 코로나사태를 생생하게 겪고 지켜보면서, 2023년 은퇴를 앞둔 WHO국장이 던지는 질문이었다고 합니다.
•WHO의 가이드라인과 기술적 문서들은 과연 국가의 보건정책과 임상실무에 반영되고 있나?
•어떻게 해야 WHO 본부와 6개 지부의 기술문서 품질관리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나?
•COVID-19 팬데믹 대응 WHO 문서가 최신증거에 기반하여 신뢰받고 있나?
•WHO는 기후변화와 지구건강의 도전에 과연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대응하고 있나?
그리고,
다음은 김록호 박사님 강의 뒷부분 슬라이드 내용으로 'WHO에서 20년 일하며 무엇을 배웠나?'라는 제목의 내용입니다.
•다양성 존중: 다른 문화, 관점 및 배경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학습과 개선: 국제보건의 새로운 동향에 대한 꾸준한 공부와 실천이 중요
•협력과 팀워크: 국제보건 문제는 전사회적, 전지구적으로 함께 대응해야
•미래세대의 위기: 기후위기와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대응해야
우리는 공멸의 위기일 수도 공영의 기회일 수도 있는 역사적 전환기에 살고 있다
김록호 박사님 강의의 요점이자 메시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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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시간이 충분하지 못해 위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를 하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공부하며 투쟁하는 치열한 삶을 살았고 환경보건 국제전문가로서 국제기구에서 몸담으며 가졌던 그의 고민이 읽힙니다. 사실 저는, 아마도 우리들 대부분은, 지리적인 사회적인 여건때문에 잠시 국제사회 동향에 관심갖다가도 돌아서면 내 앞의 문제, 한국사회의 문제에 빠져버리곤 합니다. 특히 국제기구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서 시니컬하기 일쑤입니다. 국제사회가 워낙 복잡하고 다변하며 소용돌이치기 때문일 것이며 사실 국제기구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일 겁니다.
서울시내 한복판 종로1가에 'WHO아시아태평양환경보건센터'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서울시가 장소를 제공하고 매년 한국정부 환경부가 20억원의 운영비를 지급하는 국제기구입니다. 초미세먼지 환경보건문제가 한창 심각한 상황일때였고 당시 문재인정부, 박원순서울시장, WHO서태평양사무소의 김록호교수,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이 힘을 실어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그 기구의 존재자체가 알려지지 않고 있고 무슨 활동을 하는지 거의 알려지지 않습니다. 국경을 넘는 초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이 심각한 아시아, 가습기살균제 화학물질 참사의 국제적 교훈공유, 미나마타 수은중독/인도 보팔참사/후쿠시마 핵참사/LG화학 인도참사 등 환경보건참사 앞에서 무기력한 국제기구? 꼬리를 무는 질문과 문제의식이 많습니다. WHO아시아태평양 환경보건센터에 대해 관심갖고 제대로 활동하도록 견인해야 합니다.
'몇몇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답잖은 보고서 몇개 내면서 고액연봉받는 국제기구'라는 시니컬한 비판도 있지만, '이런 국제기구들이 열심히 활동해서 너무나 서로다른 아시아 나라의 시민들간 공감대를 만들고 시민안전, 환경보건 수준을 높이면서 궁극적으로 아시아공동체를 만드는데 기여하도록 해보자'라는 격려와 견인도 가능합니다. 김록호 박사남의 강의를 들으면서 든 생각 한구절입니다.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기회가 되면 그가 가진 국제기구 경험을 잘 녹여서 한국과 아시아에서의 환경보건운동에 자양분이 되도록 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습니다. 지금 독일에 살고 있지만 가끔 귀국할때마다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연결해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씨름하자 요청드리려고 합니다.
강의 슬라이드 중에서 뒷부분 2개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번역중에 있어 연말쯤 한글본이 선보인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