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사례 34, 정택무] 피해가족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 가습기살균제 참사 추모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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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수 :2,186 | 댓글 :0 | 15-08-25 15:47

[피해사례 34, 정택무] 피해가족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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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무.jpg

 

 

"제발 죽여달라는 아내의 절규가 생생하다"

 

오마이뉴스, 베이비뉴스 2013년6월23일자

 

6월 20일, 음력으로 5월 12일. 광주광역시에 사는 마흔두 살 정택무씨의 아내 박은연씨가 세상을 떠난 지 2주기가 되는 날이다. 정씨의 아내는 첫 딸을 낳은지 3개월 만에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정씨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 우편으로 보냈다.

2013년 6월 20일은 아내의 2주기입니다. 당시에는 이유도 모르고 하늘나라로 갔는데 그 이후 이유는 알려줬지만 더 이상의 진행상황에 대해 아내에게 해줄 말이 없어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난지 2년이 지나도록,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별다른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와 관련해 피해가족의 한사람으로서 너무 안타깝고 비통함에 제 심경이라도 전달하고자 글을 올린다"는 말로 시작되는 정씨의 편지에는 아내를 지키지 못하고 떠나보냈다는 죄책감과 함께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기본 책무조차 지키지 못하는 정부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제조사의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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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1월 30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이 서울시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개최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대회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랑하는 아내를 하늘로 떠나보낸 정택무 씨가 정부와 기업에 사과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정씨의 아내 박씨는 첫 아이를 임신한 지 9개월 무렵인 2011년 초부터 호흡곤란을 겪기 시작했다. 2011년 3월 15일 55시간의 산고를 거쳐 연애 7년, 결혼 9년차인 부부의 첫 딸이 태어났지만, 출산 이틀 후부터 박씨는 심한 기침과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 그해 6월 1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박씨는 숨지기 전 4~5년 동안 옥시레킷벤키저사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왔다. 임신 중에는 특별히 더 신경을 써 자주 사용했다. 뱃속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자신의 몸관리를 철저히 하고자 한 것이다.

정씨는 편지에서 "결혼 9주년 기념일에 아내의 발인을 해야만 했다"며 "제 사랑을 지키지 못하고 무력하게 보내야만 했던 저는 내 아내이자 내 아이의 엄마를 지키지 못한 죄인, 내 가정을 지키지 못한 죄인,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말리지 못하고 내 손으로 희석해서 가습기를 틀어준 죄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를 떠나보낸 후 라디오도 TV도 잘 보질 않는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는 모두 제 이야기로만 들리고 TV에 병원이나 환자복을 입은 사람만 나와도 아내 생각에 보고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가 위험하단 생각에 지난해 말 정신과를 찾은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자살충동·우울증 위험군 진단을 받았다는 그는 몸무게도 13kg이나 빠지는 등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상태다.

정씨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401명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그 중 127명이 사망했다는 피해접수가 있는데도 시간이 3년에 이르도록 담당부서조차 지정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동안 많은 피해자들은 가정이 해체되고 빚더미에 올라앉아 생활고에 시달리고, 이식에 성공한 사람도 수시로 입·퇴원을 반복하며 언제 있을지 모를 만일의 사태에 전전긍긍하며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 간에 서로 눈치를 살피며 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그는 "가습기 살균제 허가를 내준 정부를 믿고, 아이에게도 100%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광고를 믿고 아무 의심 없이 사서 쓴 죄밖에 없는데, 사람이 죽었는데, 분명히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있는데, 피해자들은 어느 누구한테도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2011년 11월 가습기 살균제 강제수거 이후 폐손상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기존 제품들에 문제가 있었다는 방증 아니냐"며 "도대체 제조, 판매사들은 왜 이렇게 뻔뻔한가"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를 향해서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기본 책무가 있음에도 정확히 몇 명인지도 모를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국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상처받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창피하단 생각마저 든다"고 전했다.

정씨는 "박 대통령께서는 소통하는 사회를 만들고, 정부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단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씀하셨다"면서 "부디 이 문제를 가벼이 여기지 마시고 내 가족과 같다는 심정으로 철저히 조사하고 판단하시어 아픈 이들을 한 번 더 살펴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러 가지 상황들을 받아들이지 못해 병원 면회 때마다 제발 자신을 죽여달라는 아내의 절규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는 정 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내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조 판매사의 사과를 받아내고 잘못된 부분에 있어서는 꼭 책임을 지게끔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우편으로 청와대에 편지를 보냈다. 답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꼭 이 편지를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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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2년 전 사랑하는 아내를 하늘로 떠나보내야 했던 정택무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안타까운 심경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정 씨는 편지에서 아내를 지키지 못하고 떠나보냈다는 죄책감과 함께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기본 책무조차 지키지 못하는 정부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제조사의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했다. 사진은 정 씨와 그의 아내 박은연 씨의 단란했던 한 때의 모습.
ⓒ 정택무

 


다음은 박 씨가 대통령에게 쓴 편지글 전문.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님!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되신 것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영상을 통해 본 대통령님의 국정수행 모습에 감동하며 더욱더 굳건한 나라로 국내질서를 바로 잡아주시고 지구촌 곳곳에 재확인 시켜주시리라는 믿음에 확신이 찹니다. 수많은 국정과 남북관계, 세계 정세 등 산적한 현안에 대통령님의 건강이 염려되오니 항상 건강유의 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대한민국 국민과 결혼했다는 말씀과 국민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와 관련하여 피해가족의 한사람으로서 너무 안타깝고 비통함에 제 심경이라도 전달하고자 산적한 국정에 너무 고단 하실 것을 알면서도 감히 글을 올리오니 두서 없는 글 읽어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2011. 6. 14. 오전 5시 아산병원 중환자실 보호자 대기실에서 자고 있던 저에게 근무 당직자의 호출이 전해졌습니다. 환자가 위독하니 어서 들어가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잠도 덜 깬 상태에서 뛰어 들어간 저는 제 아내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의료진에게 전해들은 말은 에크모라는 체외심폐기와 대동맥을 연결하기 위해 사타구니 쪽에 시술한 관이 빠져버려 과다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가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이 순간까지 어떻게 버티고 버텨서 왔는데 어처구니없게 관이 빠지다니.

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아내를 살려달라고 울부짖었고 담당 전공의는 노력은 하겠으나 힘들 것 같다는 얘기를 전했습니다. 그 이후 30~40여 분의 응급처치, 응급수혈, 심장충격등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 아내는 끝내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잘 가라는 말도 전하지 못했는데. 평소에 저를 너무 좋아해줬고, 사랑해줬고, 저밖에 몰랐고, 모든 일에 저를 우선시 해 줬던 제 사랑을 지키지 못하고 무력하게 보내야만 했습니다.

2011. 3. 15. 연애 7년, 결혼 9년차인 우리 부부의 첫아이 출산을 위해 분만실에서부터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병마를 이겨내기 위해 우리부부는 분투했으나 55시간의 산고를 거쳐 딸만을 안겨주고 정작 아내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2011. 6. 14. 오전 6시 남편 정병옥도 함께 죽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6. 16. 결혼 9주년 기념일에 아내의 발인을 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내 아내를 지키지 못한 죄인! 내 아이의 엄마를 못한 죄인! 내 가정을 지키지 못한 죄인!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용을 말리지 못하고 내손으로 희석해서 가습기를 틀어준 죄인!!

저는 아내를 보낸 이후에 라디오를 잘 듣질 못합니다. TV도 잘 보질 않습니다. 지금도 운전 중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을때가 있습니다.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가사는 모두 제 이야기로만 들리고 TV의 슬픈 장면은 다 제 이야기 같고 병원이나 환의를 입은 사람만 나와도 아내 생각에 보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단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습니다. 저는 이 모든 상황을 잘 이겨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나봅니다.

작년 말경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광주 성요한 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진료 받은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자살충동, 동발행동 등 우울증 위험군 진단을 받고 처방을 해주셨는데 복용하기 시작하면 1년 이상을 복용해야 된다는 얘기를 듣고 나약한 것 같은 제 자신이 싫고 다른 사람들에게 정신과 약을 복용한다는 걸 보여줄 자신이 없어 아직까지 복용을 미루고 있습니다. 제가 이 모든 상황을 의지로 이겨내고 싶어서요. 물론 아직은 술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아내는 너무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다니던 직장도 출산 이후 몸조리하며 쉬고 싶다며 만삭의 몸을 이끌고 출산 10일 전까지 근무 했습니다. 아산병원에서 사투를 벌이면서도 면회 때면 제가 혹시 끼니를 거르지 않는지 걱정하는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철두철미한 성격은 가지고 매사에 꼼꼼했는데 저와의 관계도 철저하게 제자리로 돌려놓고 가버렸습니다. 저는 9주년 결혼기념일에 아내의 발인을 치러야 했고, 제 몸무게도 아내 투병기간 동안 13Kg이 빠져 결혼 당시와 똑같은 몸무게가 되어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님! 이 일은 그냥 우리 가정에서 생긴 일이니 제가 그냥 감수하고 살아야 하나요? 허가를 내준 정부를 믿고, 아이에게도 100%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광고를 믿고 아무 의심 없이 사서 쓴 죄 밖에 없는데. 사람이 죽었는데. 분명히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있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401명의 피해자 발생에 127명이 사망했다는 피해접수가 있는데도 시간이 3년에 이르도록 담당부서조차 지정되지 못하고 피해자들은 어느 누구한테도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습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가정이 해체되고 빚더미에 올라 않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이식에 성공한 사람도 수시로 입 퇴원을 반복하며 언제 있을지 모를 만일의 사태에 전전긍긍하며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간에 서로 눈치를 살피며 웃음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2011년 11월 가습기살균제 강제수거 이후에 폐손상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것은 기존의 제품들에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는 방증 아닌가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내용도 수십여 명의 국내 각 분야 전문가들께서 참여해서 나온 결과라 결과가 바뀔 수는 없다고 하셨는데 도대체 제조, 판매사들은 왜 이렇게 뻔뻔한가요?

그리고 국가의 기본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몇 명인지 모를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국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상처받고 있습니다. 과연 다른 나라에서도 이럴 수 있을까?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좋았고 별다른 불만 없이 사회생활 하며 살았는데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창피한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저는 그깟 돈으로 하는 보상 필요 없습니다. 진심으로 잘못된 부분을 사과하고 반성하고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태도가 더 절실합니다. 그것이 소비자와 상생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법은 문외한, 그야말로 무지한 사람이지만 우리부부 열심히 살았고 건강한 가정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의 마음은 황폐화되고,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차고 희망은 사그러지고 있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볼 때는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너무 엄청난 사건인 것 같은데 대한민국 정부나 제조사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아내를 보낸 지 2년도 되지 않아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부디 이 문제를 가벼이 여기지 마시고 내 가족과 같다는 심정으로 철저히 조사, 판단하시어 아픈 이들을 한 번 더 살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셨죠! 소통하는 사회를 만들고, 정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단 한사람의 국민이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요!

지금 저를 포함한 몇몇 피해자 가족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 32534 손해배상(기) 사건으로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도출해낸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독성물질흡입에 의한 폐섬유화라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은 인과관계가 없다 주장하며 대형로펌인 김앤장을 내세워 법적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제발 지금의 고통에서 하루 빨리 벗어 날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몇 년이 걸릴지 모를 민사소송만이 최선의 방법일까요?

2년 전 아산병원으로 전원한 지 11일째 되는 날! 여러 가지 상황들을 받아들이지 못해 면회 때마다 제발 자신을 죽여달라는 아내의 절규가 아직 귓가에 생생합니다! 2013년 6월 20일은 아내의 2주기입니다. 당시에는 이유도 모르고 하늘나라로 갔는데 그 이후 이유는 알려줬지만 더 이상의 진행상황에 대해 아내에게 해줄 말이 없어 정말 안타깝습니다.

제발 대통령님이 꼭 살펴 주십시요! 이 글을 대통령님께서 읽어 주셨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亡 박은연의 배우자 정택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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