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사례 32, 장동만]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 아기들의 죽음
시사주간지 '시사인' 2012년 10월13일자 기사입니다. 9월과 10월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 토론회와 복지부 국정감사의 진행과정을 취재한 내용입니다.
“저는 정부 관계자에게 말할 건 하나도 없습니다. 소망이 없습니다. 의원님들에게 백번이라도 절을 드리고 싶습니다. 꼭 입법해주세요. 다른 건 다 소용없습니다. 소송도 언제 끝날지 모르고요. 한 달 약값도 감당 못하겠습니다. 이제 그만 구걸하고 싶습니다.”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관련법' 공청회에 참석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장동만(48·대전) 씨는 공청회 말미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대표해 진행한 피해자 최후 진술에서 이 같이 전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공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장동만(48) 씨가 딸의 사망과 아내의 사진 등을 들어보이며 피해자들이 받고 있는 고통의 현실에 대해 전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장 씨는 이날 3시간동안 방청석에 앉아 공청회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며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눌러야만 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관련법의 입법을 위한 자리였지만, 환경부와 기획재정부가 입법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공청회는 두 부처 관계자와 국회의원들의 공방 형태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장 씨는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왔다. 우릴 돕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오늘 와서 보니 전혀 얘기가 달라서 누굴 믿어야 할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 장 씨는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3년 전 4살 된 딸아이를 잃었다. 아내는 폐이식 수술을 받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은 두 아이는 할머니 손에 맡겨 키우고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감기라도 걸려 아내에게 옮길까 하는 마음에 어린이집에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장 씨도 매일 마스크를 쓰며 감기에 걸릴까 조심하고 다니는 실정이다.
장 씨는 “집안이 다 깨졌습니다. 제발 이 법을 입법해주세요”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장 씨의 발언을 지켜보던 피해자 가족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장 씨를 비롯해 큰 아이를 잃은 부부, 산소호스를 꼽은 채 엄마와 함께 온 11살 피해자, 아이를 먼저 보낸 피해자 가족, 아내를 잃은 남편 등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방청석을 끝까지 지켰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 관계자들의 무책임한 태도에 큰 상처를 받고 돌아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