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사례 9, 김성태] 2011년 쓰러진 뒤 11번 입원 "중증불안장애 진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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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때문에...온몸이 이렇게 망가졌어요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22-가습기살균제⑤] 폐 이식 받은 피해자 김성태씨
오마이뉴스 2014년 10월 22일자
지난 21일 오전 11시경 경기도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김성태(42)씨가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폐 손상을 입어 지난 2011년 폐 이식을 받은 김씨는 오는 23일 국회 환경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필자는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의 요청으로 김씨를 참고인에 추천했다. 그러나 지난 5일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진 김씨가 입원함으로써 참고인 진술이 불가능해졌다. 그의 상황을 의원실에 자료로 전하기 위해 김씨를 만난 것이다.
김씨는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을 주로 사용했고 애경 가습기메이트도 가끔 사용했다. 이 제품을 사용하다 쓰러지기 전까지는 IT 관련 회사에 다녔다. 지금 그는 다시 직장에 나가는 건 꿈도 못 꾼다. 하나 뿐인 아이도 안아주지 못하는 자신을 한탄할 뿐이다.
지난 기사(관련기사 : 100명 넘게 죽었는데, 사과 한 마디 없는 기업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검찰청에 간 까닭은?)에도 썼듯, 피해자 가족모임과 시민단체에 20여개 가습기살균제 제품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접수된 인원은 약 500명 가량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회는 피해 신고 540여 건 중 361명(사망 104명)에 대해서만 첫 공식 판정을 했다. 그 결과 관련 가능성 높음 판정을 받은 일부 피해자 168명(46%)에게 구상권을 전제로 한 의료비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김씨도 그 대상이다.
아래는 김씨와 나눈 일문일답.
2011년 쓰러진 뒤 11번 입원... "중증불안장애 진단까지"
▲ 쓰러지기 전 IT관련 회사에 다니던 김성태씨는 직장에 다시 나가는 건 꿈도 못꾸고 아이를 안아주지 못하는 자신을 한탄한다. 김씨는 지난 3월 질병관리본부의 판정에서 1급을 받았다. | |
ⓒ 환경보건시민센터 |
- 이번이 열한 번째 입원이라고요?
"네, 2011년 8월 7일 쓰러져 처음 입원한 이후로 열한 번째예요. 올해만도 벌써 네 번째 입원이네요. 한 번 입원하면 기본이 일주일이고 열흘에서 한 달 정도 입원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번에도 호흡곤란이 와서 지난 5일 오후 11시 넘어 택시를 이용해서 응급실로 실려 왔어요."
- 어떤 경우에 입원하게 되는 건가요?
"고열이 가장 큰 문제예요. 그리고 산소포화도가 80대로 많이 떨어지면 위험해집니다. 담당교수에게 전화로 문의하면 바로 응급실로 들어오라고 하죠. 열이 많이 나면 심장박동수가 140까지 올라가요(참고로 일반인은 60~90이 정상, 인터뷰 당시 김성태씨의 심장박동수는 98을 가리키고 있었다). 산소포화도가 80대로 떨어지면 숨을 헐떡이면서 아주 힘들어지는데, 이때 몸의 모든 기능도 떨어집니다. 땀이 비 오듯 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오직 숨 쉬는 데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 처음 입원했을 때 폐 이식 수술을 받으셨던 거죠?
"네. 그때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실려왔고 폐이식 수술을 받은 후 6개월 정도 입원했어요."
- 정신건강에도 문제가 많다면서요?
"지난 6월에 입원했을 때 정신건강과에서 중증우울증, 중증트라우마, 중증불안장애 진단을 받았어요. 2011년 8월 수술 후에 병원 입퇴원이 반복되면서 '과연 내가 살 수 있을까?',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회복이 될 만하면 나빠지곤 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점점 많이 하게 되요. 좌절감도 심하고요."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김성태씨의 심장박동수가 98을 가리키고 있다. 일반인은 60~90이 정상이다. | |
ⓒ 환경보건시민센터 |
옆에서 대화를 듣던 김씨의 아내가 한 마디 거든다.
"먹어서 만들어지는 피보다 이것 저것 검사하느라 빼내는 피가 더 많을 정도예요. 이번에도 15일 만에 겨우 식사를 했어요. 입안이 헐었다고 표현하는 구내염이 4개씩 생겨서 물도 못마시고 목도 많이 부었어요."
- (아내에게) 이번 입원에서 특별한 문제는 없었나요?
"매번 입원할 때마다 쓰는 기침방지약을 투여했는데 사람을 못 알아보고 소리를 지르고 그러더라구요. 깜짝 놀랐죠. 그런 상태가 3일간이나 계속 됐어요. 뭔가 잘못됐나봐요. 병원 측에서 투약을 중단하고, 약물이 몸에서 빠져나간 후에야 괜찮아지더라구요.
- (아내에게)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저는 최근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어요. 병원에서 환자 상담을 하는 직업인데 경력이 많아 월급이 많이 나간다고 거의 강제로 퇴직하다시피 그랬어요. 하루 종일 남편 간호를 할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수입이 끊겨서 큰일이에요."
- 딸이 있지 않나요? 잘 지내요?
"(한숨을 쉬면서) 2년 전 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언어발달검사를 받았는데 자폐는 아니지만 주변환경변화로 인한 장애3급 수준의 언어장애가 있어요. 아직도 언어치료와 놀이치료를 받아요. 아빠가 쓰러진 2011년에 3살이었어요. 한참 말을 배우는 시기였는데 충격을 받았나봐요. 말을 거의 하지 않더라구요.
2년째 치료를 받으면서 지금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간단한 자기표현만 하지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는 건 어려워해요. 엄마아빠 앞에서는 웃고, 아빠가 병원에 가면 혼자서 운다고 할머니가 그러세요. '마음이 아프다'면서."
가습기살균제 하나 때문에,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
▲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폐손상으로 폐 이식을 받은 김성태씨는 23일 국회 환경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올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참고인 진술이 어려워졌다. | |
ⓒ 환경보건시민센터 |
- 김성태씨 건강에 대해 말해주세요. 2011년 이후에 발생한 문제 중심으로요.
"먼저 2011년 8월 22일에 양쪽 폐를 이식했어요. 하지만 폐 기능이 계속 떨어져 지금은 26% 수준이에요. 보통의 경우 폐 이식 후 회복되어 퇴원하면, 운동도 하고 정상적인 활동을 통해 폐기능을 되찾게 된다고 해요. 그런데 제 경우에는 퇴원할 때 이미 폐 기능이 38% 수준 밖에 안 됐어요. 그 이후로도 계속 폐 기능이 떨어지고 있는 중이에요. 폐 이식을 하면 무조건 호흡기장애 5급이 나와요. 2년마다 검사를 하는데 2013년에는 3급으로 나빠졌어요.
아직은 집에서 산소호흡기를 사용할 정도는 아니지만 장애등급이 1, 2등급으로 떨어지면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신장에 문제가 생겼어요. 현재 만성신부전증 3기예요. 올해 8월 진단받았어요. 이유는 폐 이식 후 면역억제재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그렇대요. 소변 기능이 저하되는 겁니다. 조금 더 나빠져 4기가 되면 투석까지 해야 한대요. 신장수치는 정상이 1.6정도인데 저는 현재는 3.27이고 안 좋을 때는 5.7까지 나와요.
오른쪽 다리도 문제인데요. 비골신경염이에요. 비골신경 2개가 끊어져 오른쪽 발가락 4개를 못 움직여요. 오랫동안 휠체어 생활을 한 게 원인이래요. 2012년 재활의학과에서 진단받았어요. 하지기능장애라고도 해요. 지체장애5급 수준인데 아직 장애등급 판정을 못 받고 있어요.
정신건강분야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증증우울증, 중증불안장애, 중증트라우마를 올해 6월 진단 받았어요. 피부질환으로 인한 탈모도 생겼어요. 이것도 올해 피부과에서 진단받았어요. 부모님과 조부모님 모두 탈모가 아닙니다. 2011년 이후 발생한 문제죠.
2011년 이전에 약하게 있었던 비염도 지금은 훨씬 더디게 낫거나 아주 오래갑니다. 중이염은 없던 증상인데, 2011년 이후에는 아주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리고 구내염. 이비인후과에서 이프타성구내염으로 진단받았어요. 올해부터 심하게 반복되고 있어요."
가만히 듣고 있던 아내가 한숨을 내쉬며 "성한 데가 한 군데도 없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한다.
- 지난 4월 환경보건위원회에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을 인정받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폐 질환 관련 검진과 치료를 위한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잖아요. 의료비 지원받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의료비 진료내역서라고 찍힌 거는 모두 가능해요."
- 그럼 그렇지 않은 항목도 있나요?
"그럼요. 먼저 간병비는 안 돼요. 하루 7만 원씩인데 2011년 수술 직후 3개월간 매주 간병비가 들어갔어요. 간병비로만 750만 원 정도 들어간 것 같아요. 둘째 교통비예요. 남양주에서 삼성서울병원까지 3년간 100번도 넘게 다녔네요. 한 번에 평균 6만5천원 정도 내니까 이것도 650만 원 정도 들었어요. 119는 한 번 불러서 이용했는데, '119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할 정도로 위급한 사람이 타는 것"일 뿐더러, 지역(경기도→서울)을 벗어나는 거라 안 된대요.
셋째 호흡기 보조기기로 이동식 인공호흡기를 사용했는데 대여비가 월 70만 원씩 나와요. 한 달 반 정도를 사용했는데 100만 원 정도가 들어갔어요. 이거는 의사가 권유한 거라서 사용했는데 처방전이 없고 일반 영수증으로만 나와 의료비 지원 항목에 해당이 안 된다고 해요.
넷째 발가락 장애에 필요한 보조기구 구입에 4만 원이 들었는데 이것도 일반영수증이에요. 그리고 아이치료비인데, 언어치료, 놀이치료로 매달 8만5천 원씩 2년간 204만 원이 들어갔어요. 아빠가 쓰러진 이후에 발생한 증상이라서 관련성이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통신비가 커요. 장기간 병원 입원을 반복하면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다보니 통신비가 많이 나갑니다. 우리 부부 것만 2011년보다 200만 원 정도는 더 나온 것 같아요."
김씨가 열거한 항목을 더해보니, 약 2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 나온다. 조심스럽게 김씨의 아내에게 물었다.
- 애 아빠 간호 문제로 부부 사이가 안 좋아졌다는 이야길 듣고 걱정 많이 했어요. 지금은 좀 어떠세요?
"작년에 아주 힘들었어요. 노력한다고 했지만 도무지 감당하기 힘들었어요. 직장 다녀야지, 수시로 입원하는 남편 돌봐야지, 애는 말을 잘 못하지. 시어머니가 집에 오셔서 봐주시지만 쉽지 않고…. 이혼 말까지 나왔었죠."
- 그래도 잘 넘기셨네요. 두 분이 지금은 아주 좋아보여요. 피해자모임 사람들이 많이 걱정했었거든요.
아내 : "저는 이름까지 바꿨어요. 종교도 바꿨구요. 주변에서 권하더라구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있습니다. 남편이 병원에 입원해 저런 상태이지만 더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건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이 상태로라도 살아만 있으면 좋겠어요."
김씨 : "저도 최근 아내와 같이 천주교 세례를 받았답니다. 제 세례명은 콘스탄티노인데 황제의 기운을 받으라는 뜻에서 그렇게 지었구요. 아내 세례명은 가브리엘라인데 천사가 되어 남편을 지켜주라는 의미예요. 하지만 저는 월 1회 환자들이 받는 봉성체도 못 받아요.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집으로 찾아오셔서 주는 건데 급작스럽게 병원 입원을 자주 하니까 그것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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