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지구촌 석면추방운동에 앞장서온 에릭 존키어 사망
세계 최초이자 최대 석면시멘트 회사인 에터니트(Eternit)로부터 어릴적 석면에 노출되어 2021년 63세에 석면암인 악성중피종(폐를 둘러싼 막에 암이 발병하는 치명적인 석면암)이 발병해 3년간 투병하던 에릭 존키어(Eric Jonckheere) 벨기에 석면피해자단체(abeva) 대표가 2024년 12월13일 66세의 일기로 사망했습니다.
지구촌의 석면추방운동은 에릭과 같은 석면피해자단체들이 앞장서고, 환경단체 및 노동단체들 그리고 의학전문가, 독성전문가들이 협력해서 이끌어왔습니다. 그 결과 지구촌 70여개 나라에서 석면사용이 금지되었고 지금도 석면사용금지 및 기존석면제품,석면건물의 안전관리 및 안전철거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석면문제의 특성상, 석면에 노출되면 즉시 문제가 나타나지 않고 최소 10년~길게 50여년의 긴 잠복기를 거친후 에릭에게 나타난 석면암인 악성중피종(malignant mesothelioma), 석면폐암, 석면폐(asbestosis) 등이 주로 나타나고 후두암, 난소암도 발병합니다. 이들 질환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확인한 석면이 유발하는 질병들입니다.
에릭 존키어의 경우는 석면피해 사례중에서 가장 비극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릭의 부모와 남동생2명 등 모두 4명이 먼저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했습니다.
- 아버지, 피에르 존키어(Pierre Jonckheere) 1987년 악성중피종 사망 (1927년생, 사망시 60세)
- 어머니, 프랑코세 반 누루벡(Francoise van Noorkbeek) 2000년 악성중피종 사망 (1933년생, 사망시 67세)
- 에릭의 첫째 남동생, 피에르 폴 존키어 2003년 악성중피종 사망 (1959년생, 사망시 44세)
- 에릭의 셋째 남동생, 스테판 존키어 2009년 악성중피종 사망 (1963년생, 사망시 46세)
그리고
- 에릭(5남중 장남), 에릭 존키어, 2024년 악성중피종 사망 (1958년생, 사망시 66세)
믿기 어려운 일 아닙니까? 한가족 부모와 자식 7명중에서 5명이 희귀하다는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하다니...
이 일은 에릭의 가족이 석면시멘트공장인 에터니트의 사옥에서 살면서 석면에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에릭의 아버지는 에터니트의 직원이어서 벨기에의 카펠레(Kapelle) 석면파이프생산 공장의 사택에서 살았고 거기서 태어난 5명의 아들과 어머니가 모두 환경성으로 석면에 노출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30~50년의 긴 잠복기를 거친후 한명씩 석면암이 찾아와 이들 가족을 몰살시켜온 것입니다.
다행히 남은 2명의 아들, 에릭의 셋째 남동생 캐비어 존키어 (1961년생 63세)와 다섯째 남동생 베노이트 존키어 (1965년생 59세)는 아직 건강에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언제 이들에게도 석면암이 덮쳐올지 모릅니다.
에릭은 부모와 형제를 죽게 만든 에터니트 회사를 상대로 법정투쟁을 했고 결국 이겼습니다. 에릭의 어머니가 생전에 에터니트의 회유를 뿌리치고 법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결과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고 에릭과 형제들이 끝까지 싸워서 승소했습니다.
에터니트는 세계 최초로 석면에 시멘트를 석여서 석면시멘트 제품을 개발해 석면수도관, 석면지붕재(슬레이트)를 생산해 보급한 회사입니다. 에터니트는 에릭의 부모와 형제의 죽음 그리고 다른 많은 석면피해자들의 피해를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했지만 에릭과 abeva의 법정투쟁으로 책임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여러 석면회사들이 악명을 떨쳐왔는데, 벨기에의 에터니트 (Eternit, Belgium), 영국의 터너앤노월 (Turner & Newall, UK), 미국의 존스맨빌 (Johns-Manville, US), 호주의 제임스하디(James-Hardy, Australia), 퀘벡의 퀘벡석면광산협회 (QAMA, Quebec-Asbestos-Mining Associaton, Quebec Canada),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그리쿠아랜드 (Griqualand Exploration and Finance, South Arica) 그리고 아시아 일본의 니치아스 (NICHIAS, Nippon Asbestos, Japan)가 있습니다. 이들중 한국 관련으로는 캐나다 퀘벡과 아프리카의 석면원료가 한국으로 수입되었고, 일본 니치아스의 석면방직 시설이 한국으로 공해수출되어 석면피해를 확산시켰습니다.
에릭은 벨기에와 프랑스 석면피해자협회(abeva)를 만들어 다른 석면피해자들과 함께 석면추방운동에 앞장섰습니다. 2012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제1회 국제석면피해자의날이 조직되어 유럽 전역과 전세계에서 1만여명의 석면피해자 및 석면추방운동가들이 모이는 대회를 가졌는데 이 운동도 에릭이 크게 기여했습니다.
에릭은 가족의 석면피해 이야기를 써서 책으로 세상에 알렸습니다. [석면-악마의 먼지와의 전쟁, ASBESTOS-My War with The Devil's Dust]가 그것입니다. 2009년 프랑스어로 냈고, 2021년 영어로 보정판을 냈습니다.
에릭의 직업은 화물비행기 조종사였습니다. 에릭은 화물기를 몰고 아시아를 올 때마다 아시아의 석면추방운동가들과 교류했습니다. 2009년 홍콩에서 발족한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웤(ABAN)에 참석해 발족인으로 함께 했고, 2010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INABAN)에도 참석했습니다. 이때 한국의 악성중피종 환자로서 대회에 참석한 레이첼 이정림씨와 만나 석면피해자로서의 연대를 다졌습니다. 특히, 에릭은 석면사용이 계속되고 있는 인도에서의 석면피해자 지원활동에 큰 관심을 갖고 지원했습니다.
2024년 9월초 에릭이 사는 벨기에의 한 도시에서 석면피해자 동상 제막식이 열렸습니다. 에릭 가족의 법정투쟁 승리와 수많은 에터니트 석면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만든 동상으로 제막식에는 시장 등 여러 사회인사들이 함께 했습니다. 악성중피종으로 투병중이던 에릭은 휠체어를 타고 제막식에 참여했습니다.
우연하게도, 2024년 12월21일 토요일 열리는 에릭의 장례식일은 2011년 12월21일 레이첼 이정림씨가 사망한 날이기도 합니다. 에릭은 하늘나라에서 레이첼 이정림씨를 만나 반가운 해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에릭의 부고 소식은, 2022년 1월28일 사망한 한국의 석면추방운동가 정지열 선생을 떠올리게 합니다. 충청남도 홍성에서 어릴적 살다가 석면광산일을 하고 또 석면으로 오염된 지역에서 살다가 석면에 노출되어 석면폐가 발병했던 정지열 선생은 석면폐 2급에서 1급으로 악화되었고 다시 폐암으로 악화된 경우로서, 홍성, 보령 지역의 석면광산문제를 사회에 알리고 석면피해구제법이 제정되어 석면피해자들을 구제하는데 앞장선 석면추방운동가입니다. 정지열 선생은 생전에 에릭을 2009년 홍콩, 2010년 인도네시아 등에서 여러차례 만나 교류했습니다. 지금쯤 에릭과 정지열 두 지구촌의 대표적인 석면추방운동가들이 하늘나라에서 반가운 해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4년 12월 17일
내용문의: 최예용 소장 010-3458-7488
별첨자료:
<사진, 2024년 9월초 벨기에의 카펠레에 세워진 석면피해자 동상, 카펠레에는 유럽 최대의 석면공장 에터니트가 가동되었고 에릭 존키어의 가족 등 많은 환경성 석면피해자가 발생했다>
<사진, 에릭이 비극의 석면피해 가족사에 대해 쓴 책>
<사진, 에릭의 가족관계, 흑백사진은 석면암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한 부모와 남동생 2명이다, 에릭의 책 128과 129페이지 사이에 실린 사진들 중 하나다>
<사진, 2010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 대회에서 한국 석면피해자인 중피종 암환자 이정림씨가 에릭 존키어와 석면피해자운동에 대해 교류했다. 1966년생인 이정림씨는 대전의 석면공장 벽산 인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그곳에서 결혼생활을 하다 석면에 노출되었고 40대초반에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이 발병했다. 석면추방을 위한 국제활동에 앞장섰는데 특히 2010년 캐나다를 항의방문해 퀘벡이 석면광산을 재가동해 아시아로 대량 수출하려는 계획을 막아내는데 큰 기여를 했다. 2011년 12월23일 사망했다.>
<사진, 2010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석면피해자 이정림씨가 캐나다 퀘벡산 백석면을 수입해 석면슬레이트 제품을 만드는 한국 대전의 벽산공장 인근에서 살다가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이 발병했다고 증언하며 캐나다가 퀘벡석면광산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에릭 존키어가 2012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회 국제석면피해자대회장에서 벨기에 국기를 흔들며 석면사용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2009년 4월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 출범식, 에릭 존키어(오른쪽 두번째)가 참여해 한국의 정지열(앞줄 왼쪽 두번째) 박영구(뒷줄 오른쪽 네번째), 일본, 홍콩, 인도 등의 석면피해자들과 함께 했다>
<사진, 2010년 9월 에릭 존키어가 벨기에 석면공장 에터니트를 배경으로 '지구촌에서 석면을 추방하자'라고 쓰인 영문 손펼침막을 들고 있다>
<사진, 2010년 9월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이 에릭 존키어와 벨기에 석면공장 에터니트 부지에서 석면파이프 조각을 샘플링하고 있다. 최소장이 한국에서 전자현미경으로 시료분석한 결과 청석면4~20%, 백석면 5~22% 등 최대 40%의 석면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이 벨기에 에터니트 공장 부지에서 채집한 석면파이프 폐기물 시료 7개를 전자현미경 분석한 결과표, 이 결과는 에터니트의 석면위해성을 밝히는데 중요한 자료로 사용되었다. 표에서 cdocidolite은 청석면이고 chrysotile은 백석면이다. 석면종류는 모두 6개로 청석면이 가장 발암독성이 강해 일찍 사용금지되었고, 백석면은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러시아 등 아직도 세계 여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다.>
아래 이미지 내용들은,
1) 에릭 가족이 보내온 부고장이자 장례안내문
2) abeva (벨기에석면피해자협회)의 facebook 공지
3) ANROEV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권리네트웤)의 facebook 공지
를 한글, 영어, 프랑스어 순서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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