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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용 | 조회 수 :306 | 댓글 :0 | 17-02-03 09:06

<보팔에서의 편지 1> 2017년 2월 1일. 삼바브나에서의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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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씨는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석사공부를 하는 대학원생입니다. 2016년 하반기부터 환경보건시민센터를 찾아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를 인류학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김지원씨는 단지 연구만을 하는게 아니라 피해문제를 공감해 십여차례 일인시위, 서명운동에 동참해오고 있습니다. 

 

김지원씨는 올해 2월1일부터 2월8일까지 인도의 보팔(Bhopal)을 답사중입니다.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Madhya Pradesh) 주의 주도(도청소재지)인 보팔은 33년전인 1984년 12월3일에 보팔참사가 일어난 곳이죠. 미국의 농약회사 유니언카바이드(이후 다우케미칼로 합병됨)가 독극물 유출사고를 일으켜 수만명이 사망한 최악의 환경참사가 보팔사고입니다. 지금도 보팔의 유니언카바이드 공장부지는 사고직후의 모습 그래도 방치되어 있고, 피해자들은 2세3세에 이르는 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삼바브나 트러스트는 김지원씨가 방문중인 민간의료시설입니다. 보팔참사 피해자를 돕기위한 시설로서 영국시민들과 네델란드의 시민단체 등이 지원해 설립한 기관입니다. 김지원씨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문제와 보팔참사의 피해문제과 해결과정을 비교연구합니다. 매우 유사한 측면이 많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연구결과가 나와 가습기살균제 문제해결의 과정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그녀가 보내오는 <보팔에서의 편지>를 시리즈로 게재합니다. 참고를 위해 인도보팔과 보팔내에서의 유니언카바이드공장 및 삼바브나 트러스트의 위치지도를 붙입니다.(환경보건시민센터)  

 


<지도, 인도의 보팔 위치>

<지도, 보팔시내의 삼바브나 트러스트 위치>

<지도, 보팔시내의 삼바브나 트러스트와 유니언카바이드 공장 위치>

<지도, 삼바브나 트러스트의 위성사진> 

 

 

 

 

<보팔에서의 편지 1> 201721. 삼바브나에서의첫 날.

 

인천에서 보팔까지의 긴 여정 끝에 비로소 오늘 아침 삼바브나 트러스트 클리닉(SambhavnaTrust Clinic)에 도착했다. 나는 한국에서 온 김지원이고, 새로운 자원봉사자이고, 사따이유(SathiuSarangi) 선생님께 미리 연락했다고 설명하자 한 스태프가 나를 2층의 숙소로 안내해주었다. 맞은편 방의 데빈(Deven)은 아직 한참 잠에 취해 있는 모습이었다.

 

나도 지난밤 비행기에서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했던 터라 피곤이 쏟아졌지만, 일단먼저 샤워를 하자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결국 찬물 샤워를했고 쏟아졌던 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정신이 든 김에 숙소 곳곳의 먼지를 닦고, 데빈을 기다리며 삼바브나 클리닉에 관한 영상을 몇 개 더 찾아보았다.

 

 

 

 

<사진, 삼바브나트러스트 클리닉 전경, 사무실, 연구실, 진찰실, 요가실, 제약실, 게스트룸, 식당, 도서관등으로 이루어져있다. 사진 김지원>

 

어느덧 두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데빈이 등장하지 않자, 나는 1층의 사무실로 그를 직접 찾아갔다. 열심히 컴퓨터 작업에 열중하고있던 데빈은 나를 데리고 클리닉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개를 해주었다. 인도 억양의 영어를 내가 고군분투하면서이해한 몇 가지는, 이곳이 오로지 가스 참사의 피해자만을 대상으로 하며(기록을 통해 확인한다고 한다), 2에이커의 크기이며 150여종의 약초를 기르고 있다는 것. 또 양의와 인도 전통의학을 함께활용하며 마사지와 요가도 병행한다. 이곳에는 전체 55명의스태프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회계, 의사, 도서관 사서 등이 포함된다. 데빈은 특히 커뮤니티 워커들에 대해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이들은 오전에만 클리닉에서 근무하다가, 오후에는각 커뮤니티로 파견되어 진료 및 노하우 전파에 주력한다.

 

데빈은 삼바브나 클리닉에서 5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내가 일년에 한번씩 오는 거냐고물었더니 여기가 집이야라고 답해주었다. 그는 테라피스트로도 일하지만, 지금은 자료의 디지털화를 위한 작업을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한 명의 자원봉사자는 토르슨(Thorsson)으로, 스웨덴에서 온 70대의 할아버지다.그는 2012년부터 일년에 세 달 정도 삼바브나 클리닉에서 정원일로 봉사한다. 자원봉사자들의 뭔가 범상치 않은 배경 이야기를 들으니, 이들이 느꼈던삼바브나 클리닉의 매력이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사진, 도착 당일 클리닉 내 식당에서 먹은 점심>

 

한동안 기내식만 먹다가, 클리닉 내 식당에서 제대로 된 점심을 먹으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점심을 먹은 후, 내가 준비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영어 자료를 들고 사따이유 선생님의 사무실을 찾았다. 내가 있는 동안에 그의 사무실의 문은 계속 열려 있었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오갔다. 특히 그를 찾는 어린 손님들이 많았는데, 다들 그림을 그릴 이면지를 찾거나 자신이 그린 그림을 그에게 주려고 했다. 얼핏 봐도 굉장히 바쁜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그림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따이유 선생님의 모습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따이유 선생님은 나의 자료와 설명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잠시 후 두 시에는, 매주의 행사인 전체 스태프 미팅이 있으니 그때 와서 짧은 발표로 모두에게 내용을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나도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그러겠다고 했다. 또한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봉사하면 된다고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님이 안부를 전해 달라 하셨다고 전달하고, 당시에 함께 오셨던 분들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흡족하게 웃으시기만 했다.

 

2시의 전체 스태프 미팅도 나에게는 꽤 흥미로웠다. 데빈의 설명에 따르면, 수요일 오후 2 ~ 4시 반의 이 모임은 20년의 전통을 이어왔다. 회의 진행은 매주 돌아가면서 담당하고, 토론도 평등하고 자유로워 보였고, 무엇보다 작은 주제에도 모두가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서 누군가는 울음을 터뜨리거나 격렬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나는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 회의가 20년동안 내려져올 수 있었던 것은 매너리즘이 아닌,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 덕택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스태프 미팅 중간에 나의 발표는 가습기 및 가습기 살균제가 어떤 물건이며, 피해의 규모와 경과는 어떻고, 또 보팔 참사와 어떤 공통점을 지니는지를초점으로 이루어졌다

 

사따이유 선생님의 통역을 통해 많은 스태프와 소통할 수 있었는데, 정부에 맞서 싸우려는 사람들은 없었는지, 폐 이외에 다른 기관에는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피해 단계화(등급화혹은 위계화)로 인한 피해자 간 갈등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따이유 선생님이 특히 공감하면서, 이곳에 있으면서 내가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공부할 수 있을 거라 했다. 발표 이후에는 토론의 광경도, 단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니 좀 심심했기에 나는 회의자리를 빠져나와 도서관으로 향했다. 오랜 시간의 투쟁과 연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이었다. 나도 내일부터 데빈을 도와 자료 디지털화를 거들 예정인데, 바로이 도서관으로 오면 된다고 한다.

 


  

<사진, 보팔사고를 일으킨 미국의 농약회사 유니언카바이드(오른쪽 앞)와 보팔참사 피해자들(왼쪽 뒤)를형상화한 모형

삼바브나 트러스트 내에 설치되어 있다, 사진김지원>

 

 

저녁에는 데빈과 토르슨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에게는 스웨덴 교환학생이 정말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있어, 토르슨과 스웨덴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알고 보니 그의 아들이 내가 교환학생을 갔었던 벡훼에 살고 있었고, 덕에 벡훼의 동네 한 구석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삼바브나의 한 스태프로부터 삼바브나를 세 단어로 표현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질문에 헌신(devotion), 인내(endurance) 그리고 평등(equality)라고 답했다고 말해주었다. 환자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헌신, 20년을 계속 달려온 인내, 그럼에도 훼손되지 않는 가치 평등.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도 그러한 삼바브나 클리닉의 모습을 오늘 조금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지원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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