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장점마을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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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장점마을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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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20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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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암 발병으로 주민 15명이 숨진 익산 장점마을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발병 원인이 비료공장의 연초박 때문이라는 정부 조사 결과가 발표된 건 지난 2019년 11월 14일. 그것도 주민들 노력으로 겨우 원인이 밝혀졌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안갯속 상황이다. 주민보상을 둘러싸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꽁무니만 빼기 일쑤다. 총리가 직접 사과하고 관련 부처가 후속대책 마련에 호들갑을 떨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는 게 현실이다.

손해배상 문제가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이들의 속은 이미 숯검정이나 마찬가지다.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데도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어 끙끙 앓고 있기 때문이다. 비료생산 업체는 이미 파산했고 담뱃잎을 판매한 KT&G는 유해성 여부는 전혀 몰랐다며 발뺌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군다나 손해배상 민사조정을 둘러싸고 전북도·익산시가 제시한 50억 원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일 국회 상임위 위원장들이 현지를 방문, 장점마을 사태 해결에 미온적인 KT&G의 책임에 목청을 돋웠다. 연간 매출 6조 원에 달하는 대기업에다 실제 KT&G가 지난 2009∼2018년 전국에 유통시킨 연초박 물량 2242t이 이 공장에 반입된 사실이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암 발병 원인 연초박을 공급한 KT&G 측에 직접적인 화살을 돌렸다. “평화로운 마을이 암 공포로 덮쳐 주민 학살에 가까운 엄청난 일이 저질러졌음에도 현장 방문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자세”라며“어찌 됐건 마을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피해를 입힌 기업이 있다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시사했다.

이들 주민의 소외감과 홀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 진행되는 보상문제 이전 암 발병 원인 규명 때도 누구 하나 이들 고통과 아픔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 고통을 겪으면서도 암과 얽힌 문제점들을 수없이 관할관청에 목놓아 외쳐댔지만 아무런 메아리가 없었다. 이를 악물고 주민들이 직접 조사에 나서 인근 비료공장 때문에 발병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그 이후에도 이들은 백방으로 도움 요청을 했지만 손을 내밀어 주는 곳이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암 환자는 원인도 모른 채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났다. 지난 날 힘겨운 여정 속에서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그간 공포에 떨어야 했던 마을의 분위기는 형용할 수가 없다. 정부와 자치단체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절규했지만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서 지금이라도 정부와 자치단체가 나서 응어리진 한을 풀어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물론 물밑대화가 있다고는 하지만 책임 회피성 자세로 일관한 KT&G 책임은 피해갈 수가 없다. 얼마 전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가습기 살균제 사망에서도 제조사의 일부 배상책임과 임직원 형사책임을 물었다. 집단 암 발병도 그에 못지않은 책임 있는 자세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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