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유혹하는 불량품들 골라내기
우리 아이 유혹하는 불량품들 골라내기
누구나 한번은 학창시절 학교 앞 자그마한 문방구와 슈퍼들에 진열된 알록달록한 색깔에 값도 싸며 다양한 식품과 멋진 캐릭터가 있는 학용품을 쉽사리 지나치지 못했을 것이다. 코코아 맛의 캐러멜, 옥수수를 튀겨 이가 얼얼할 정도로 딱딱한 과자, 신호등 색깔의 사탕, 종이 형태로 녹여먹는 테이프 과자, 빨아먹는 빨대과자, 먹으면 혀가 파랗게 물드는 막대사탕, 별사탕이 들어있던 라면 과자, 형형색색이 예뻤던 솜사탕, 종이 뽑기로 받는 뽑기엿, 100원을 넣고 돌리면 나오는 장난감 액세서리들, 자석필통, 흔들샤프, 물체주머니, 책받침에 칼집을 내어 만든 축구게임…….
학창시절 흔한 취미생활 중 하나는 학용품과 장난감을 수집하는 것이었다. 나도 역시 예쁘거나 신기한 모양의 지우개를 모으는 것이 취미였다. 각종 캐릭터가 그려지거나 케이크, 고릴라 모양의 지우개, 선생님 시리즈 등 조금 별난 모양의 지우개를 하나 둘씩 모으는 재미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지우개 수집함을 보고 있자면 흐뭇한 것이 마치 보물 상자와 같았다. 하지만 나의 보물들이 사실은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 덩어리였다는 것을, 내 몸에 해로운 물질 덩어리였다는 사실을 그 때도 알았다면 나는 그것들을 그토록 애지중지할 수 있었을까?
아이 건강 위협하는 불량학용품 불량식품
세월은 흘렀지만 나를 유혹했던 학용품과 식품은 여전히 학교 앞 문방구 진열대를 지키고 있다. 마시마로, 뿌까, 포켓몬, 디지몬, 탑 블레이드, 뽀로로, 메이플 스토리 같은 다양하고 예쁜 캐릭터 등 모양과 그림만 바뀌었을 뿐이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학용품인 필통의 부속 합성섬유, 지우개, 색종이, 액체 풀, 책가방, 물감에도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우리 주변 생활환경 속에서도 종이컵 내부 코팅, 플라스틱 용기, 화장품 속 방부제, 주거 공간 내 건축자재, 가구 등 셀 수 없이 많은 곳에서 유해물질과 환경호르몬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실제로 환경연합과 <발암물질 없는 세상 만들기 국민행동>이 어린이 학용품과 완구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납, 카드뮴, 바륨의 중금속과 프탈레이트계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었다. 정부 차원의 조사결과도 마찬가지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지난 1월 18일부터 2월 14일까지 대형 할인마트, 전문매장 및 도소매상에서 판매 중인 필통, 완구, 물감, 책가방 같은 신학기 학용품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일부 제품에서 납, 카드뮴, 바륨 등 중금속과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되었다. 총 252개 제품 중 35개 제품이 부적합했다. 안전이 우려되는 8개 제품은 리콜 조치까지 취해졌다.
먹을거리라고 사정이 다르진 않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교 주변에서 판매하는 기호식품에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감미료, 색소, 보존료, 향미증진제 등 너무나 많은 첨가물이 들어가 있다. 그뿐이 아니다. 최근 학교 급식에 사용하는 통조림 제품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80퍼센트 제품에서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BPA)가 검출되었다.
생활 속에서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성장기 발달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로부터의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환경호르몬은 내분비계교란물질로 인체에 흡수되었을 때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효과를 내어 몸 속 균형을 망가뜨린다. 이미 선진국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생식독성과 발달독성의 유해성과 관련하여 안전한 관리와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 당신이 할 수 있는 것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너무나 다양한 유해및 위해물질들 속에 둘러싸여 있지만 아이들이 즐겁고 안전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첫째 어린이 학용품과 식품안전 등 유해물질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환경부가 운영하는 어린이 환경과 건강 포털사이트 ‘케미스토리’ www.chemistory.go.kr와 친환경상품정보 포털 http://epim.ecoi.go.kr 등 정부기관과 시민단체의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쉽게 어린이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둘째, 제품에 대한 정확한 원료 성분 정보가 담긴 것을 구매하여 사용한다. 학용품을 구매할 때 환경호르몬이 검출될 가능성이 없는 원료를 사용했는지 살펴본다. 안전마크와 품질표시를 확인하는 습관을 아이와 학부모 모두 가지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비용과 디자인만 고려한 구매가 아닌 안전한 제품을 구매하여 기업들이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아이들을 양육하고 교육하는 의무를 가진 부모님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지하철 공익광고 중 물건을 사는 수요자가 있으므로 잡상인들이 판매하는 것이니 구매하지 말자는 홍보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올바른 정보와 지식 습득으로 유해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유해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문제기업으로 인식되게 된다. 그리고 구매하는 수요자들이 깨어
있는 지성으로 문제 제기를 지속한다면 모든 기업들이 아이들에게 안전한 재료로 좋은 제품만을 만들어내는 당연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어렸을 때 익힌 안전한 식품 섭취 및 안전한 학용품 구입 습관이 미래 세대의 건강까지 책임지게 될 것이다.
글 출처; 함께사는길 2012년 4월호
글쓴이; 김현경, 환경운동연합 생명활동국 momo@kfe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