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환경보건" 어린이 친화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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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환경보건" 어린이 친화기업?

최예용 0 46860

아동영향평가, 아동친화기업 실천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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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리뷰] 주목받는 아동친화적 경영원칙

사례 1: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중국노동감시’는 최근 삼성전자 중국하청업체인 에이치이지(HEG)전자가 16살 미만 미성년 노동자를 고용해 저임금으로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례 2: 한국소비자원이 대형 할인점에서 팔고 있는 어린이음료 17개를 분석해 보니 모두 당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으며, 산도는 성인들이 즐겨 마시는 탄산음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한 품질이 낮은 제품을 <뽀로로>, <로보카 폴리> 등 어린이에게 인기 있는 만화에 기대 무차별로 마케팅을 하는 점도 지적됐다.

사례 3: 국립환경과학원은 충북 제천과 단양, 강원도 삼척 시멘트공장 근처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혈액 속 납과 수은, 소변의 카드뮴 농도가 시멘트공장이 없는 곳 아이들보다 2배가량 높다고 발표했다.

사례 4: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전국 초·중·고생 6052명을 조사해 보니, 그중 91%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휴대전화 전자파를 ‘잠재적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기업 활동은 아동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아동이란 18살 미만인 사람을 뜻한다. 아동기는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 건강이 형성되는 시기여서 부정적인 요인과 부딪혔을 때 성인보다 훨씬 더 쉽게 흡수한다. 이런 아동들이 기업이 운영하는 작업장 안과 밖, 제품을 생산·마케팅·유통하고 사용하는 과정 곳곳에서 기업과 만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의식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기업 활동의 영향을 받는 아동이 쉽게 눈에 띄지 않고, 아동 역시 적극적으로 그들의 의사를 기업에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고용된 어린이, 직원 숙소에 가정부로 고용된 아이, 위험한 제품과 이를 알리는 광고에 노출된 아이,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자녀, 공해나 오염물질에 노출된 아이들. 기업 활동으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예다.

우리는 기업 활동과 아동의 관계를 생각하면 1~2달러의 일당을 받고 온종일 축구공을 꿰매고 있는 아이들을 떠올린다. 생산 과정에 고용돼 착취당하고 있는 이런 아동의 인권보호는 중요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나 있는 남의 일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이를 넘어 우리 주변, 더 나아가 내 아이의 권리까지도 기업활동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유엔글로벌콤팩트 등은 2010년 7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아동 관점에서 재해석한 ‘아동권리와 경영원칙’을 발표했다. 환경경영 실천을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맞춰 기업이 움직이듯이, 기업은 아동권리 보호를 위해 아동영향평가를 하고 그 영향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접근 방식이다.

이 ‘아동권리와 경영원칙’은 4개 영역의 10대 원칙으로 되어 있다. 제1원칙은 경영활동 전반에서 아동권리를 존중하고 지원하기 위해 실천해야 할 원칙이며, 제2원칙에서 제10원칙까지는 작업장, 시장, 지역사회라는 공간 내에서 아동권리 존중을 위해 기업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아동권리 관련 원칙은 일반적인 수준에서 아동권리 침해를 방지하고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에 ‘아동권리와 경영원칙’은 기업의 가치사슬 안에서 아동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알려주고, 각 영역에서 점검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기업이 아동권리 보호를 위해 단계별로 접근할 수 있도록 수준별 체크리스트도 제공한다.

기업은 이러한 원칙으로 기업의 경영활동을 점검해 봄으로써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고, 경쟁우위를 얻게 될 수 있다. 기업은 아동이 기업의 주요한 이해관계자임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역할을 이행해야 한다. 소비자로서, 직원의 가족으로서, 연소근로자로서, 시간이 지난 뒤에는 미래의 근로자 혹은 미래의 비즈니스 리더로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될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서다.

김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realmirror@hani.co.kr

아동권리와 경영원칙 적용 사례들
납품업체에 아동노동 금지 요구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아동권리와 경영 원칙’은 기업에 새로운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경영 관행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 세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한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스웨덴의 가구 업체인 이케아는 원료-제품개발-생산-판매 등 전 과정에서 아동의 권리를 중시한다. 주요 원료 중 하나인 면직물을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구매하는데, 산하 이케아재단을 통해 이들 나라 면화농장을 지원한다. 면화농장이 잘되면 이 지역 아동의 기본권과 삶도 따라서 개선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또 납품업체에도 이른바 ‘이케아원칙’(IWAY)의 준수를 요구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아동노동 금지이다. 이케아는 점검단을 만들어 전세계에 흩어진 납품업체가 이를 지키는지 면밀히 감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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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레버의 손씻기 캠페인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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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노디스크의 1형 당뇨 아동을 위한 교육자료.

손씻기 캠페인 벌이고 당뇨치료 지원

영국-네덜란드계 생활가정용품 업체인 유니레버는 자사의 제품을 활용한 캠페인으로 아동의 생존권을 지키고자 한다. ‘라이프보이’(lifebuoy)라는 비누를 만든 유니레버는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전세계 소아사망률의 두번째 원인인 설사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또 아동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는 손씻기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동들의 위생과 보건도 높이고 관련 제품의 매출도 늘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고 있다.

덴마크의 제약업체인 노보노디스크는 어린이들의 성장에 당뇨와 비만이 심각한 질병임을 인식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아동들의 ‘1형 당뇨’는 사망의 주요한 원인이다. 이에 노보노디스크는 탄자니아 등 6개국에 치료 장비와 무료 인슐린을 지원해 이 지역 아동들의 삶과 건강을 증진하고자 한다.

또한 이 기업은 1형 당뇨의 아동과 가족에게 어른과는 다른 치료법이 있음을 알리고, 당뇨 때문에 아동의 발달과 성장이 저해받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 최근 비만으로 ‘2형 당뇨’ 발생이 잦아지자 일반 아동에게도 올바른 식습관 및 생활습관에 대한 교육으로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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