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공장 폐기물 불법 소각..주민들 '분통'
섬유 공장 폐기물 불법 소각..주민들 '분통'
KBS | 2016.01.08.
<기자 멘트>
물 좋고 공기 좋기로 유명했던 한 마을이 2년 전부터 심한 악취와 매캐한 연기로 고통받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은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건설폐기물을 몰래 태워 대기 유해물질을 발생시킨 섬유공장들 때문이었습니다.
지정된 연료 대신 폐기물을 불법 소각해 업체들이 챙긴 돈은 80억 원이나 되는데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기 오염도, 사람들의 건강도 도외시했던 업체들의 행태를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경기도 연천의 한 작은 마을.
2년 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와 매캐한 연기가 마을을 덮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냄새가) 많이 나죠. 말할 수가 없어요. 빨래도 그렇고요.
<녹취> 마을 주민 : “머리도 아프고요, 목구멍도 칼칼하고…….”
주민들은 하루 종일 문을 꼭 닫고 살아야 한다고 하소연합니다.
<녹취> 마을 주민 : “문을 열지 못하고 사니까 답답하고 냄새가 나서 큰일났다고 연기가 쏟아져 나와서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마당에 빨래 너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 빨래는 실내에서 말려야 합니다.
<녹취> 마을 주민 : “빨래하면 여기다 다 널어요. 밖에 못 널어서 며칠씩 둬요. 마르라고. 어떨 땐 냄새도 나고 그래요. 빨래에서. 바깥엔 냄새가 더 나니까 못 널어놓는 거예요.”
수시로 닦아도 손은 더러워지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신선한 채소를 길러먹겠다는 생각도 접어야 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기름때가 열어놓으면 들어와서 이파리 채소를 못 심어 먹어요. 창문을 여는데 열고나서 조금만 지나면 방바닥이 연탄처럼 새까매졌어요.”
요양을 위해 귀촌했다는 이 주민은 이곳에서의 시간이 오히려 더 고통이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처음에는 여기 공단이 엄청나게 시끄러워서 밤에는 잠을 못 잤어요, 제가 환자예요 암 환자. 항암 치료받고 너무 힘든데 잠을 자야 하는데...“
이 같은 악취와 매연의 원인으로 주민들은 인근 청산 공단 내에 있는 섬유 가공 공장들을 지목했습니다.
수차례 공장에 항의도 하고 관공서에 민원도 제기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새카만 연기가 나오는 공장이 두 공장이에요. 이 뒤에. 산 밑에 있는 거. 말도 못해요. 새카맣게. 가서 얘길 했더니 신고하래요. 우리는 벌금 내는 게 차라리 낫다는 거예요.”
<녹취> 마을 주민 : “군청에 신고는 여러 번 했어요. 그 사람들이 나와서 해봐야 벌금 좀 물고 또 그만이고.”
하지만 계속된 민원에 결국 해당 군청과 경찰의 합동 점검이 시작됐고.
<인터뷰> 피인철(경위/경기 연천경찰서 지능팀) : “산업 단지 주변에 주민들이 야간에 특히 단순히 태우는 정도가 아닌 심한 악취가 많이 난다는 민원을 많이 제기했던 겁니다. 그래서 연천군청하고 경찰하고 합동으로 점검을 시작하였고 그래서 수사가 개시된 겁니다.”
경찰은 공장 안에서 산처럼 쌓여있는 폐기물들을 발견했습니다.
경기도 인근의 건설현장에서 수거된 것으로 업체들은 이 폐기물을 태워 공장을 가동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피인철(경위/경기 연천경찰서 지능팀) : “1일 평균 태우는 양이 20톤 정도 가량의 산업폐기물을 태우는 것으로 저희가 판단을 했고 업체에서 보관하고 있는 폐기물 양은 1톤 트럭을 기준으로 해서 한 20톤 정도의 양이 보관되고 있었습니다.”
청산 공단 내 업체들은 대부분 섬유 가공업체.
특히 원단 염색을 하는 이 업체들은 염색에 필요한 열을 발생시키기 위해 벙커C유 와 같은 지정된 연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건설현장에서 수거해 온 폐목재와 폐섬유 등 폐기물을 몰래 소각해 연료로 사용한 것으로 경찰과 군청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양영종(과장/연천군청 환경보호과) : “ 무허가 업체이기 때문에 방지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어요. 폐목재나 합성섬유 이런 걸 태워서 보일러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단속을 해서 8개 업체를 단속했는데 1개 업체는 폐업을 했고 1개 업체는 정상적으로 원목을 떼고 5개 업체가 폐기물을 소각하는 거로 발견돼서 사법기관에 고발하게 된 경위가 되겠습니다.“
업체들은 지난 2014년 초부터 2년 동안 하루 평균 20톤씩 총 4만 톤을 불법소각해 80억 원이나 되는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이들에게 폐기물을 제공한 건설현장 관계자들도 폐기물 처리비용 60억 원을 아낀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경찰은 폐기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연천 청산공단 내 섬유가공업체 대표 김모 씨를 구속하고 다른 가공업체 대표와 직원 9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사용한 건설현장 폐기물에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많이 포함됐고, 이것을 태울 경우 다이옥신과 포름알데히드 같은 대기유해물질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피인철(경위/경기 연천경찰서 지능팀) : “건축현장에서 사용하는 주로 목재, 비닐 이런 종류의 폐기물들인데 별도로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정상적으로 처리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것을 소각할 경우 페인트 등이 같이 소각되기 때문에 사람의 체에 유해한 특정 유해물질이 발생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장에서 불과 백여 미터 거리에 있는 마을이 매연과 악취를 고통받는 피해를 입게 된 겁니다.
주민들의 건강이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홍수열(소장/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 “주민들이 오염물질을 직접 흡입하면서 건강상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요. 장기간 지속된다 하면 주변 지역들이 오염물질에 토양이 오염되면서 토양에서 재배한 작물들까지도 오염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작물을 먹은 주민들이 다시 이차적인 오염물질에 노출되게 되는 그런 위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관련기관에 대기와 토지 오염 정도에 대한 정밀 분석을 의뢰하고, 이 지역 공장들에 대해 수사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주민들의 건강이 걸려있는 만큼 철저한 수사와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지주기자 (jjche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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