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불산1년] 대한민국은 지금 안전한가?
사진, 2011년 구미불산사고후 현장을 찾은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 박근혜, 구미불산사고 1년을 맞는 지금 박근혜정부는 화학물질안전관리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산업계의 주장을 따라하다 못해 화평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구미 불산 누출 사고 1주년, 대한민국은 지금 안전한가?
사고 예방, 후속조치, 대응매뉴얼 등 총체적 부실
‘이익’ 앞세운 산업계 반발에
제도 개선 난항
2013년 09월 25일 18:02 | 환경일보 |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구미 불산 누출 사고가 일어난 지 꼭 1년. 과연 대한민국은 안전한 사회로 바뀌고 있을까? 사고 이후 정부의 후속대책이 이어지고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이하 화평법)’이 제정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2년 9월27일 오후 3시43분. 구미4공단에 있는 (주)휴브글로벌에서 보호장비 없이 작업하던 중 밸브 누출사고로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컨트롤타워 부재로 ‘우왕좌왕’
특히 사고 이후 부처간 정보 공유와 협조가 부족하고 체계적인 2차 피해예방 역시 부족해 피해를 키우는 등 한계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정부 기관 사이에서도 책임소재를 놓고 논란이 계속됐고 재원부족 등의 이유로 대응이 지연됐으며 불산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주민들을 복귀시키는 등 사고대응 매뉴얼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이로 인해 5명 사망하고 18명이 부상당했으며 농작물 212ha, 가축 4015두, 차량 1954대, 기업체 81개사가 피해를 입었고 정부는 총 554억의 예산을 마련해 피해보상에 나섰다. 아울러 농작물·임산물 등 약 8420톤을 제거하고 가축 1870두를 살처분했다.
화학사고는 특성상 폭발하면서 짧은 시간에 큰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의도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구미 불산 사고는 어느 것 하나 갖춰지지 않았다.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장에서 1자형 밸브를 설치하는 등 편의성만을 고려했기 때문에 작업자가 뒷걸음질 치다 밸브를 건드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으며 아울러 안전수칙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정부의 대응 역시 콘트롤타워가 없어 종합적인 대처에 실패했고 밸브 위치를 찾는데만 6시간이 걸리는 등 시설과 구조를 파악하는데 실패했다. 특히 대응인력은 150명에 달하지만 보호장구가 8개에 불과해 한번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이 고작 8명에 불과해 사고 처리가 지연됐다.
구미 불산 사고 이후에도 2013년 1/4분기에만 삼성 유출사고, 대림산업 폭발사고, 청주 산단 불화수소 누출 사고 등 20건이나 발생해 제도의 허점을 드러냈다.
올해 1/4분기에만 사고 20건
정부는 유해화학물질 사고 안전관리 개선대책 발표와 이의 실행을 위해 지난 6월 관련 법령을 개정했으며 2015년 1월1일부터 시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장외영향평가제가 도입되고 유독물 영업 허가제 및 관리권한을 정부가 환수했으며 대기업 사업장에서 유독물 관리만 맡는 하도급 형태에 대한 관리 강화, 영업정지·과징금 등 책임 강화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산업계 역시 30대 기업 중 석유·화학, 전자·반도체 기업(SK 이노베이션 등 9개사)이 2015년까지 시설 개선에 2조8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조직과 인력 확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하도급의 단계적인 직영화를 고려하고 있으며 이외 기업들도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보는 견해는 다르다. 산업계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의 불산 누출 사고 당시 삼성 측은 출입구를 봉쇄하고 자체 처리를 시도하다 실패하고 나서야 신고했으며 대림산업 역시 사고 원인을 놓고 변명을 늘어놓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거짓임이 드러났다.
또한 위험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안전수칙 여부를 조사한 결과 위반 사례 대부분이 대기업에서 나왔다. 결국 자본과 기술이 있음에도 안전사고를 방치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밝히는 화평법에 대해서도 산업계는 ‘영업상의 기밀’을 이유로 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화평법 시행령 제정 ‘난항’
정부가 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업이 제출하는 자료에 대해 보호를 요청하면 비공개하도록 규정하고 하위사용자 간 정보 제공시에도 유해성, 제한용도, 취급시 주의사항 등 안전관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도록 규정해 EU나 미국, 일본 수준으로 영업비밀을 보호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대는 여전하다.
특히 환경부가 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기 위해 기업과 시민단체들을 불러 모아 협의테이블을 운영하고 있지만 산업계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협상 상황에 대해 “기업이 지금과 같은 태도로 정치인과 언론의 뒤에 숨어서 여론을 조작한다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불산 누출 사고를 계기로 환경부가 수년을 끌어온 화평법을 통과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고작 1년이 지난 지금, 산업계의 반발과 여론의 무관심 속에 유명무실한 법안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