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지도 보니… 충북이 가장 많이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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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지도 보니… 충북이 가장 많이 뿜어냈다

최예용 0 9863

[현장추적] 2011 화학물질 배출량 공개… 굴뚝 없는 공단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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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촬영한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의 모습. 뒤편으로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오창산단에는 발암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을 대량으로 배출하는 공장들이 입주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달 29일 홈페이지에 ‘2011년 전국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국 발암물질 배출량은 총 7921t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충북이 3109t으로 16개 시·도 중 가장 많았다. 충북은 전체 발암물질 배출량의 39.3%를 차지했다. 발암물질 중 독성이 가장 강한 1급 발암물질은 공장이 밀집한 여수와 울산의 배출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충북 청원군 오창읍 오창과학산업단지(오창산단). 945만㎡의 드넓은 부지에 150여 개 연구시설과 공장 건물이 널찍널찍하게 배치돼 있고 군데군데 녹지도 자리 잡고 있어서 전국 어느 공업단지보다 훨씬 쾌적해 보였다. 매연을 내뿜는 굴뚝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자동차 문을 열고 공단 내 도로에 내려서자마자 느낌이 달라졌다. 알 수 없는 화학물질의 진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가벼운 메스꺼움까지 느껴졌다.

청주·청원 반경 4㎞ 공장 3곳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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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창산단 근처엔 미호천과 무심천이 합류하는 곳이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반경 4㎞ 이내엔 W스코프코리아와 셀가드코리아(오창산단), SK이노베이션 청주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재충전할 수 있는 리튬2차전지에 들어가는 폴리에틸렌 필름을 생산하는 세 공장에선 발암물질의 일종인 디클로로메탄(DCM)을 배출한다.

 문제는 공장 세 곳이 2011년 배출한 DCM 양이 전국 발암물질 배출량의 35.2%(2791t)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선 1998년 DCM을 ‘발암가능물질(2B그룹)’로 분류했다. 발암확인물질(1그룹)이나 발암추정물질(2A그룹)보다는 독성이 약하지만 일부 동물실험에선 폐암·간암·췌장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도 DCM을 ‘발암물질’로 분류해 2001년부터 배출량 통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카드뮴·벤젠·포름알데히드 등 1급 발암물질 등을 중심으로 공장의 배출 허용기준을 정해놓았을 뿐 DCM에 대한 배출 기준을 만들지 않았다.

 위험성이 1급 물질보다 떨어진다고 하지만 특정 공단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배출되는 데다 주거지역이 인접해 있다. W스코프코리아에서 동쪽으로 불과 300m 떨어진 곳엔 8500세대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여기에 학생 수가 각각 1500명, 1200명인 초·중학교가 있다. 주민 이진구(59·여)씨는 “굴뚝 없는 공단이라고 해서 몇 년 전 이곳으로 이사왔다”며 “유해물질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DCM 독성 낮지만 반복 노출 땐 위험”

 SK이노베이션 청주공장 서쪽 300m 거리에도 고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발암가능물질이라고 해도 대량으로 배출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W스코프코리아 조남성 전무는 “5년 전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했지만 정부 규제가 없었다”며 “지난해부터 DCM 회수시설을 가동했기 때문에 현재는 배출량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측도 “2011년 말 첨단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현재는 일본의 배출허용기준 50ppm보다 낮은 7~30ppm 수준으로 배출하고 있다”며 “지난달 공장 주변과 500~1000m 거리에서 자체 측정했지만 DCM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장 주변에서 오염도를 측정하는 등 실태조사 등을 진행했으나 주거지역 등에서는 DCM 농도를 측정하지 않았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는 “DCM에 반복 노출되면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며 “노약자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건강영향 조사 등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화학공단 등 많은 경남·울산도 많이 배출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 2011년 충북 다음으로 발암물질 배출이 많았던 곳은 경남과 울산, 전남 등이었다. 이들 지역에는 조선·화학·석유정제 관련 공장이 집중돼 있다.

산업시설이 상대적으로 적은 강원도는 배출량이 14t에 불과했고, 제주도는 발암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는 청정지역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배출량이 155t이었다.

 벤젠과 염화비닐 등 위험성이 큰 1급 발암물질은 전국적으로 404t이 배출됐다. 여수산업단지가 있는 전남이 전체의 31.4%인 126.9t을 배출했다. 화학공장이 많은 울산이 113.4t(28%), 대산공업단지가 있는 충남의 배출량은 70.4t(17.4%)이었다. 1급 발암물질은 주로 화학공장이나 고무·플라스틱, 석유정제공장 등에서 나온다.

환경부는 유해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1급 발암물질인 벤젠과 1, 3-부타디엔 등 유해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스마트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스마트(SMART)’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한 지역별 위험 저감 목표 관리’를 줄인 말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연말 울산과 전남 여수, 충남 서산(대산) 산업단지 업체들과 자발적 감축협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도 두 곳 정도의 산업단지를 정해 추가로 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협약 체결에 있어 개별 기업의 오염 방지 시설 투자 여력이 중요한 변수다. 올해 안에 오창과 청주산단이 포함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환경부 대기관리과 이우원 사무관은 “DCM의 공장 배출 허용기준을 50ppm으로 정하는 내용의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이달 중 공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주·청원=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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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클로로메탄(DCM, CH2Cl2)=색깔이 없는 휘발성 액체로 페인트나 기름 성분을 제거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 식품산업에서는 커피·차의 카페인 성분을 제거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인체 발암가능 물질로 분류되며 호흡기와 신경계에 해를 준다. 미국에서는 2000년 이후 욕조 표면 세정 작업 중 DCM에 노출돼 호흡기질환 등으로 사망한 근로자가 14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유럽연합(EU)에서도 2010년 말부터 일반 소비자들에게 페인트 제거제 용도로 DCM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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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10일자 중앙일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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