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불산1년] 화학물질 안전관리 강화해야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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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8 15:22
[구미 불산누출 1년 그후]안정속 일부에선 “여전히 불안”
경향신문 2013년 9월27일자
불산 누출 사고가 난 지 1년이 지나면서 경북 구미시 산동면
피해지역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9월27일 마을옆 휴브글로벌 불산누출사고로 80일 가까이 대피생활을 했던 산동면 봉산리와
임천리의 주민 대표들은 “이제 모두 일상으로 돌아와 안정을 되찾았다”고 26일 밝혔다.
이들 마을은 사고 직후 나무와 풀이 누렇게 말라 죽어 푸른 색을 찾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벼와 포도 등 농작물이 각기 제 색깔을 띤 채 익어가는 등 여느 농촌 마을과 다름 없는 모습이다.
임천리 주민 대표 박종욱씨(54)는 “지난해 12월24일 대피시설에서 모두 마을로 돌아온 이후 우려했던 건강상의 문제나 추가 오염 피해 등은 드러난 게 없어 모두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다만 불산피해지역이라는 인식 때문에 멜론과 포도 등 수확한 농산물 판매가 저조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봉산리의 한 주민은 “우리 지역 멜론이 유명했는데 요즘은 제값을 받기도 어렵고 예전 만큼 잘 팔리지도 않는다”며 “길가에서 파는 포도 판매량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박명석 봉산리 이장(51)은 “당국과 환경단체 등에서 수시로 조사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소비자들이 우리 지역 농산물을 기피해 걱정”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그 동안 피해지역의 토양과 수질 등을 조사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봉산리의 한 주민(52)은 “건강 이상이나 오염 피해 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지만, 또 당국의 각종 검사 결과도 괜찮다고 하지만 정말 건강에 나쁜 영향은 없는지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구미 불산누출사고는 환경 피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약한지 여실히 보여줬다”며 “이를 교훈 삼아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대통령 공약중 하나인 ‘환경피해보상법’을 빨리 제정,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9월27일 구미 산동면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주)휴브글로벌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 근로자 5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출동한 소방관과 인근 주민, 시민 등 1만2000여명이 병원에서 검사와 진료를 받았다. 또 196㏊의 농작물이 말라 죽고 가축 4000여 마리가 호흡 곤란 등의 피해를 입었으며 주변 공장 건물과 설비, 차량 등이 부식되거나 망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