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 덜한 컵 뚜껑은?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사용량 줄이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시동을 걸고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플라스틱이 어떻게 분류되고 있으며, 각 플라스틱 별로 어떻게 사용하는게 옳은지, 점진적으로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정보는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 있지 않은게 현실이다.
■테이크 아웃 컵뚜껑, 다 같은게 아니라고?
일상에서 플라스틱은 도처에 널려있다.
제조비용이 저렴하고 가벼워 사용이 편리해 인류에 급속도로 사용이 퍼진 플라스틱은 탄소(C)와 수소(H), 산소(O), 질소(N) 형태의 화합물이 1만 개 이상 결합된 고분자 화합물이다.
이 화합물이 어떻게 결합하고, 어떤 것의 비중이 더 높은지에 따라 종류와 특성이 달라진다.
다양한 종류 중에서도 이른바 '커피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카페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되는 테이크아웃 컵뚜껑에 쓰이는 플라스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테이크아웃 컵뚜껑에 쓰이는 플라스틱 재질은 크게 플라스틱 재질은 폴리스티렌(PS)과 폴리프로필렌(PP)로 나뉜다.
PS와 PP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성은 열에 얼마나 강한지이다.
상대적으로 열에 약한 PS의 내열성은 70~90도 정도로, 그 이상의 열에 노출되면 성조숙증, 내분비 교란 등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이 체내 누적될 위험이 있다.
반면 PP는 내열성이 120~130도 가량으로 PS에 비해 열에 강하다.
때문에 뜨거운 차나 커피를 담는 테이크아웃 컵 뚜껑으로 사용해도 쉽게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확률을 낮춘다.
■ 환경호르면 노출도는 높아도 단가는 저렴한 'PS'
문제는 커피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되는 테이크아웃 컵 뚜껑 재질은 십중팔구 PS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벅스 역시 현재는 PS 재질의 테이크아웃 컵 뚜껑을 사용하고 있다.
비단 스타벅스 뿐만이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프렌차이즈 카페부터 대부분의 카페에서 사용되는 테이크아웃 컵 뚜껑은 PS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카페들이 열에 강해 환경호르몬 노출 가능성이 낮은 PP 재질의 테이크아웃 컵 뚜껑 보다 PS를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낮은 단가때문이다.
저비용 고효율을 누려 최대 이익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경영적 판단을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다만 카페베네나 일부 개별 카페와 같은 곳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PS 재질의 테이크아웃 컵 뚜껑을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 'PP'를 사용하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그렇다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사업가의 도덕성에 의존할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현 상황을 인정하고 이제껏 방관한 정부와 국회가 이제라도 관심을 가질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용호 의원(무소속)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환경호르몬 발생 방지를 위한 내용보다는 당장 폐기물 발생 억제를 위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긴 관점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억제가 결국 환경호르몬 유입을 낮출 수 있지만, 플라스틱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큰 이슈인만큼 다각도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법안의 구체적 내용은 환경부장관이 주무부장관과 협의해 '폐기물 발생억제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 시행하도록 하고, 포장재가 재활용이 용이하게 제작되도록 환경부 기준을 마련토록 했다.
반드시 포장재를 사용해야 하는 제조사가 생분해성수지재질 포장재를 사용할 경우에는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마련했다. 현행법으로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체계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근거가 미흡한 상태다.
이 의원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등 선진국에서는 플라스틱 감축을 목표로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소비를 단계적으로 전면 금지하는 한편, 유해화학물질 목록에도 포함시키는 등 장기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이번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은 기존 플라스틱 규제를 벗어나지 못한 임시방편"이라며 "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감축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책마련과 대체 포장재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억제하고, 먹거리 안전을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