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간제돌이2] 위험천만, 돌고래 체험 프로그램
딸 '돌고래체험' 시킨 타블로, 이건 알았을까?
[바다로 간 제돌이, 그후 1년②] 공격습성 등으로 사고 위험... 서양에선 사양산업
오마이뉴스 2014 7 14 제돌이 특집 [바다로 간 제돌이, 그후 1년] 두번째 꼭지
글, 이형주 오마이뉴스 기자
7월 18일은 공연돌고래 제돌이가 갑갑한 수족관을 벗어나 드넓은 바다로 돌아간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제돌이가 제주도 어디선가 간혹 등장한다는 소식도 간간히 들리는데요. 그러나 아직도 많은 고래들이 좁은 수족관에 갇혀있거나 그럴 예정에 있어 안타깝습니다. 제돌이 방사 1년을 맞아 고래 사육과 혼획의 문제 등을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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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가면서, 동물을 훈련해 재주를 부리게 하는 동물쇼가
비인도적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때 등장한 것이 바로 '돌고래 체험'이다. 현재 돌고래 체험시설은 거제에 한 곳, 제주도에 두 곳이
운영되고 있지만, 언론보도를 보면 이런 시설은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점차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시설에서는 돌고래 만지기,
먹이주기, 키스하기, 허그하기 체험부터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 다이빙하기, 심지어 돌고래와 교감하며 정서적 안정을 찾는다는 '돌고래
힐링타임', 임산부와 돌고래가 같은 수조에 들어가 교감하는 '돌고래 태교'까지 다양한 형태로 돌고래와 사람이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다.
체험료는 한 번에 최소 6만~7만 원대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대에 이른다.
제돌이 방사 이후 돌고래쇼 지고, 돌고래
체험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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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방송된 <슈퍼맨이 돌아왔다> '돌고래와 함께 춤을' 중 한 장면. | |
ⓒ KBS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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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방송된 <슈퍼맨이 돌아왔다> '돌고래와 함께 춤을' 중 한 장면. | |
ⓒ KBS2 |
한편, 지난 3월 인기 TV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아빠와 그 자녀들이 제주에
있는 '돌고래 체험장'을 방문해 환호하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타블로의 딸 하루를 비롯해 어린 출연자들이 돌고래를 만지며 즐거워하고,
돌고래가 '끼익' 소리를 내면서 화답하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방송에 나온 업체는 방영 후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관람객이 1.5배에서 두 배 가량 늘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6월 중순, 제주의 한
돌고래 체험장을 찾아 '조련사 체험'을 신청했다. 내부로 들어가니, 깊이가 1미터에서 3미터 정도 되는 작은 크기의 수영장만한 수조(터치
플레이스)에 돌고래 세 마리가 손님을 맞고 있었다. 현재 돌고래 체험에 동원되는 돌고래는 모두 세 마리. 이들은 하루 5, 6회에 걸쳐 40분간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15분 정도 휴식시간을 갖는다고 업체 측은 밝혔다. 물론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변수는 있다고
한다.
40분가량의 조련사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은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했다. 규정상 조련사 체험의 경우 24개월부터,
돌핀스위밍은 초등학생 이상부터 가능하다. 120㎝ 이하인 아이들은 어른 동반시 입장이 가능하며 체험은 보호자가 안고 할 수
있다.
체험객들은 줄을 서서 작은 물고기 조각을 조련사의 구호에 맞춰 던져줬다. 수조 한 쪽에서는 돌고래 만지기 체험이 한창이다.
조련사는 돌고래의 꼬리 지느러미를 손으로 잡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 시키고, 돌고래를 빙 에워싼 사람들은 돌고래의 등 피부를 수십 분씩
쓰다듬고 문지르기에 여념이 없다. 한참을 문지르고 나면 조련사는 다시 돌고래를 뒤집어서 배 부분을 쓰다듬게 한다.
사람들은 돌고래가
튀긴 물살을 맞으며 연신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돌고래의 습성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광경이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 것이다. 돌고래는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육상동물로 치면 사자나
호랑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동물을 공격하는 습성이 있는 상위 포식자다. 포획 후 야생성을 잃도록 인위적으로 순치된 돌고래라고 해도 본능적인 생태적
습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속으로 넓은 바다를 이동하고 먹이를 쫓아 사냥하는 본능을 충족 시킬 수 없는 돌고래들은 좁은
수족관에서 지속적으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관람객들이 직접 만지게 하고, 일방적으로 복종적인 자세를 강요하는 것은
돌고래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결국 심리적 불안감이 극에 달하면 사람들에게 공격성을 보이게 되는데, 어린이들이 눈이나 분수공 등 민감한
부분을 만지는 것도 돌고래가 사람을 공격하는 원인 중 하나다.
귀여운 돌고래? 공격 습성 있는 상위
포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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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미국 올랜도 씨월드에서 먹이주기 체험을 하던 어린이가 돌고래에게 팔을 물리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를 당한 아이의 부모는 돌고래 체험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이 사진을 전 세계에 배포했다. | |
ⓒ 동물자유연대 |
특별한 공격 성향을 보이지 않더라도 200킬로그램이 넘는 돌고래가 사람 위로 떨어지거나 날카로운 이빨로
사람의 피부를 스치기만 해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돌고래 체험 시설은 외국과 달리 돌고래와 사람이 폐쇄된 수조에 '함께'
들어가서 이뤄지는 만큼 그 가능성은 더욱 크다.
강북삼성병원 서상원 성형외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동물에 물리는 경우, 작은 상처라
하더라도 다른 상처보다 감염의 우려가 높아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치료방법이 복잡해질 수 있으며, 동물 치아에 의한 상처면의 불규칙한 손상으로
흉터가 남은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외국에서 진행되는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는 연안 어귀에 망으로 구역을
막아놓은 바다에서 이루어진다. 사람이 수조 가까이 손을 뻗어 돌고래를 만지는 '페팅풀(Petting Pool)'에는 관람객이 들어갈 수 없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돌고래가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싶을 때 몸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한 마디로
돌고래는 '궁지에 몰린 쥐' 신세나 다름없다.
이날 돌고래 체험 장면 사진을 미국의 돌고래 생태학자인 나오미 로즈 박사에게 보내
의견을 물었다. 로즈 박사는 "이렇게 돌고래를 손으로 붙잡아두는 전시 형태는 처음 보았다. 운동성이 강한 돌고래를 장시간 물리적으로 움직일 수
없도록 고정한 상태로 여러 명의 사람들이 만지도록 하는 것은 돌고래에게 정신적 고통은 물론 정상적인 운동을 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신체적 증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국에서처럼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없는 시설은 세계 어느 나라의 운영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돌고래 체험시설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체험객들의 안전을 위해 구명조끼를 착용케 하고
수조 주변에 구명환을 구비하고 있다. 또 체험객 3명당 1명의 조련사를 배치해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돌발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북미를 비롯한 서양에서 돌고래 체험은 1980년대에 잠시 인기를 끌었으나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사양산업이 됐다. 이유는 다름 아닌 '안전' 때문이다. 돌고래가 조련사나 관람객을 공격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매년 돌고래와 관람객의 직접적인 접촉에 의한 열상, 안면골절, 쇼크, 사망까지 다양한 사고가 보고되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돌고래가 사람을 물거나 들이받는 경우, 사람을 물 아래로 끌어내리는 등 의도적으로 공격성을 보인 경우도 있다. 또 수면 위로 뛰어
올랐다가 착륙하는 '브리치(breach)' 행동처럼 돌고래가 본능적으로 하는 행동을 하다 우연히 사람 위로 떨어지는 사고도 생겼다.
돌고래 체험에서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사람과 돌고래가 직접 접촉할 경우 서로 인수공통질병을 옮길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큰돌고래의 경우 수천 종의 박테리아와 미생물이 배설물과 분수공에 존재하는데, 이 중 많은 병균들이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
2004년 미국 해양동물위원회(U.S. Marine Commission)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인간이
해양포유동물과 접촉하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주로 감염되는 병원균으로는 허피스바이러스와 폭스바이러스에 의한 염증,
세균성 피부염, 마이크로플라스마균이나 그람양성균에 의한 염증 등이 있고, 호흡기 질환에 감염되는 경우도 많다. 저자는 '사육사뿐 아니라 대중도
해양포유류에게 질병을 옮거나 옮길 위험에 노출돼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폐사 사실을
숨긴 채 화단에 묻었던 돌고래의 사인도 '돼지단독(swine erysipelas)'이라고 하는 돼지의 열성 전염병으로 밝혀졌다. 돼지단독균은
돼지 외에도 다른 포유류, 조류는 물론 사람에게도 상처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병이다. 즉, 손에 상처가 있는 어린이가 감염된 돌고래를 만졌을
경우 쉽게 옮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돌고래 체험은 그야말로 돌고래와 사람 모두에게 '목숨을 건 체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돌고래 체험시설 측은 "체험하기 전에 반드시 손을 씻게 하고 입장과 동시에 알코올과 소독젤 등으로 4번 이상
소독을 하는 등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객이 '갑'인 오락 시설의 경우, 관람객의 행동을 직원이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관찰한 결과, 실제 소독은 입장할 때 한 번, 고래 먹이주기에서 만지기로 이동할 때 한 번, 총
두 번 이뤄졌다.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도중에 관람객들은 수족관을 떠나 화장실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재입장하는 사람들의 경우, 다시 손을
씻거나 소독을 하지 않고 다시 돌고래를 만져도 제지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돌고래
교감'의 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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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 있는 돌고래 만지기 체험 현장. 아이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
ⓒ 이형주 |
돌고래 전시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비인도성이나 야생동물과 사람이 직접 접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인명사고'에 대해서는 체험 시설에서는 물론 방송에서조차 설명되지 않는다. 마치 돌고래는 평생을 수조에서 행복하게 살아왔다는 듯, 그런 돌고래와
아이들이 입을 맞추는 것이 '교감'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포장된다.
돌고래는 자신이 속한 무리 내에서는 음파를 통해 다른
돌고래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습성이 있지만, 다른 종이나 낯선 돌고래들과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과 풀장에 갇혀서 교류하며 즐거워할 리는 만무하다.
돌고래가 사람을 '힐링'하거나 태교에 도움을 준다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돌고래를 통해 인간을 치료한다는 '돌고래 매개치료법(Dolphin Assisted Therapy)'의 창시자인 벳시 스미스(Betsy
Smith)조차 '돌고래 치료는 돌고래와 사람을 착취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실행을 중단했다.
동물 매개 치료는 보통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이 사용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수족관 안에 있는 동안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감금된 야생동물'인 돌고래가
도대체 무슨 수로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거냔 말이다.
흔히 수족관이나 동물원처럼 살아있는 동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날 체험장의 어린이들이 열중하는 것은 생명체로서의 돌고래 그 자체보다 돌고래의 등을 만지거나 먹이를
던지는 '행위'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 수조 밖의 엄마, 아빠들은 자신의 아이가 돌고래에 손을 대고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기에 바빴다.
어린 돌고래들이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잡혀오는 과정을 알게 된다면, 좁은 수조에서 사람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대가가 고작 죽은
물고기 몇 마리를 받아 먹는 거라는 걸 알게 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돌고래를 만질 아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돌고래 등을 문지르며 웃고
떠드는 아이들과 꼬리를 붙잡혀서 옴짝달싹 못하는 돌고래를 보고 있자니, 또 다른 사고의 예고편을 보는 것 같아 가슴 한 켠이 묵직해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