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간제돌이1-1] 제돌이와 삼팔이의 대화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님의 제돌이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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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제돌아, 소식 들었니?
제돌: 삼팔아, 오랜만. 근데 무슨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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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됐대
제돌: 그래? 너 인간세상에 미련이 많나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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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그게 아니라… 원래 우리랑 같이 바다로 돌아오기로 했던 태산이랑 복순이 있잖아
제돌; 그러고 보니 걔네들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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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재선기념으로 박시장님이 태산이랑 복순이를 제주바다로 돌려 보내주지 않을까 싶어서
제돌;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근데 걔네들은 왜 제주에서 서울로 데려간 거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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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태산이는 윗입이, 복순이는 아래턱이 이상하게 생겼다고 그랬대
제돌; 헐~ 이상하게 생긴게 뭐가 문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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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혼자서 먹이를 못 잡아먹을까봐 그랬다잖니
제돌; 걱정도 팔자네, 야생동물이 어련히 알아서 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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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내 말이~ 완전 장애자 취급한거지
제돌; 말로만 그런거구. 실제로는 붙들어놓고 공연시켜려고 그런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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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에이, 설마… 임시로 보호한다고 그랬으니 이번에 풀어주면 좋겠다
제돌; 그러게, 이번엔 지난번처럼 돈 많이 안들여도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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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그러고보니 제돌이 너랑 같이 서울동물원에 있던 친구들이 여럿 있지 않았니?
제돌; 아, 그 친구들. 제주바다 고향친구는 금둥이랑 대포고, 일본서 온 친구는 태지랑 또 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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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태산이랑 복순이 오게 되면 다른 친구들도 같이 왔으면 좋겠다
제돌;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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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제돌아, 너가 박시장님에게 재선 축하하는 편지를 보내면서 그 친구들도 보내달라고 부탁해보면 어떨까?
제돌; 그거 좋은 생각이다. 이왕이면 제주바다 우리식구들 120명 모두의 서명을 받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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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당근이지. 근데, 춘삼이는 안보인다?
제돌; ㅋㅋ 춘삼이 요즘 애인 생겨서 정신 못 차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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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아니, 춘삼이는 제돌이 너랑 사귄 거 아니었어?
제돌; 등에 낙인찍혔다고 창피하다고 스트레스 받아해서 내가 같이 놀아주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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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글먼… 제돌이 너 나랑 다니지 않을래?
제돌; 삼팔아, 너는 내 등에
찍힌 낙인 안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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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창피하긴 하지. 어쩌겠니 사람들이 너한테 미련이 많아서 그래 놓은 걸
제돌; 너가 우리보다 앞서서 가두리를 뛰쳐 나갔잖니. 조금만 기다리면 보내 줄텐데 뭐가 급해서 그러나 싶었는데, 나중에 내 몸에 그런 짓을 할 줄 누가 알았겠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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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내가 눈치가 좀 빠른 긴 하지. 하마터면 나도 당할 뻔 했어
제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사라진다는데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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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 그렇게 될거야. 그나저나 친구들 서명받으러 서둘러 다니자
제돌; 오케이~ 태풍온다고 다들 우도 근방에 가 있을 테니 그리로 가자
이상은 1년전 제주바다로 돌아간 돌고래 제돌이와 삼팔이가 나눈 대화다. 1990년대 중반부터 고래보호운동가를 자처해온 필자가 조금씩 알아듣는 그네들의 텔레파시다.ㅋㅋ 제돌이는 유명해서 다들 알겠지만 삼팔이는 누구지?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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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이는 제돌이와 같은 종의 제주바다에 사는 남방큰돌고래다. 삼팔이는 복순 춘삼 태산 등 다른 3마리의 친구들과 함께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한 민간업자에게 팔려 돌고래쇼장에 잡혀있었다. 그러다 해경이 불법포획 혐의로 기소했고 작년 초 대법원이 몰수판결을 내려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갈 때 춘삼이랑 같이 귀향했다.
-그런데 친구인 복순이와 태산이는 입과 턱이 삐뚤어진 기형이라 자연에서 먹이활동을 잘 못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서울동물원으로 보내졌고 이후 계속 잡혀 있는 신세다.
제돌이 등지느러미에 찍히는 1번 동결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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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이 등지느러미에 찍히는 2번 동결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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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이 탈출이라는 뜻밖의 상황전개에 놀란 사람들은 성산의 가두리에 남은 제돌과 춘삼을 방사 예정장소인 김녕의 가두리로 옮기는 과정 중에 이들의 등지느러미에 위성추적 장치를 달고 다시 크게 ‘동결낙인’이란 이름의 등번호를 찍었다. 자연방사 후에도 추적 관찰이 용이하게 한다는 이유였다. 이들이 나눈 대화내용에 나오듯 제돌이는 삼팔이를 무척 부러워한다. 작년 7월 중순 제주 김녕에서 제돌이와 춘삼이가 자연방사되기 전에 사람들이 등지느러미에 커다랗게 1번과 2번의 낙인을 찍었다. 이때 삼팔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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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정한 방사일 3주전인 6월26일 제주 성산의 가두리에 있을 때 삼팔이는 가두리 그물이 헤진 사이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필자가 파악한(?) 상황은 이랬다. 가두리에 3마리가 모여있을 때 수컷인 제돌이가 암컷인 춘삼이에게 반해서 쫓아다니자 다른 암컷인 삼팔이가 삐쳤다. 그물안에서 홀로 외로워 하던 삼팔이는 가두리 한쪽이 헤진 틈을 발견했고 가두리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서 탈출해 버린 것이다.
아이큐 세자리인 사람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위성추적 장치는 얼마 안가서 떨어져 나가버렸고 등번호 낙인은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야, 저기 1번이다’, ‘2번은 안보이네’
그렇게 사람들은 제돌이와 춘삼이를 고향바다로 돌려보낸 후에도 ‘추적관찰’이란 이름의 ‘돌고래공연’을 계속 즐긴다. 기왕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마당에 낙인을 찍을 필요가 있었을까? 그렇지 않아도 제주 바다의 남방큰돌고래들은 120여마리 정도로 숫자가 제한되어 있는 상태다. 그들 속에 제돌이와 춘삼이가 섞여 있는 것으로 충분하지 굳이 등번호를 찍어서 가려내야만 했을까 싶다.
제돌이와 춘삼이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낙인을 찍지 않아도 얼마든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남방큰돌고래를 오랫동안 조사해온 고래연구소 측은 각 개체의 등지느러미가 고유의 특징을 갖고 있어 이를 사진으로 식별해 냈고 120여 개체에 고유번호를 붙였다. 서울동물원의 돌고래쇼장에 있던 제돌이도 그렇게 해서 원래 제주바다에서 살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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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를 연구하는 과학조사는 가능한 ‘있는 그대로’ 해야 한다. 사진으로 등지느러미 특징을 구분해 내는 방식이 그것이다. 드라이아이스로 등지느러미에 ‘동결낙인’을 찍는 것을 제대로 된 과학연구라고 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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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이런 지적을 하는 필자를 ‘근본생태주의적 시각’이라고 한다는데, 오히려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내자는 생태적 감수성을 무색하게 하는 ‘너무나 인간중심적 시각’이 아니냐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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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 최예용 choiyy@kfem.or.kr
제돌이방사 시민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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