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제출의견서]거제씨월드 돌고래 대규모 수입허가 취소하라
환경부 제출 의견서
3월 28일 개장을 앞둔 거제씨월드에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큰돌고래 12마리 추가 반입에 대한 허가를 내 주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국내 동물단체와 환경단체는 환경부와 지역환경청에 전시 목적 고래류 수입을 금지하고, CITES 수입허가기준 외에 전시와 사육에 있어서 최소한의 복지를 위한 규정이라도 마련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환경청의 허가는 한 시설에서 무려 20마리를 전시하도록 한 것으로 최악의 사례입니다.
고래류의 전시는 점점 많은 나라에서 환경보호적인 측면과 비인도성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 칠레, 멕시코, 안티구아, 코스타리카, 스위스, 슬로베니아, 사이프러스 등 수많은 국가에서 전시를 위한 돌고래의 수입과 수족관 전시에 대한 규제를 마련했고, 가장 최근인 2013년에는 인도에서 고래류의 수족관 전시를 법으로 금지했습니다. 같은 해 미국에서는 야생에서 포획된 흰고래 수입 신청이 기각되었으며, 2014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범고래 전시를 종식시키기 위해 범고래를 이용한 공연, 범고래와 그 유전자의 수출입, 번식까지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입니다. 또한 3월 18일부터 이틀간 유럽연합 의회에서는 IUCN – Cetacean Specialist Group 등과 함께 돌고래 수족관 전시 금지 방안 (Dolphinaria-Free Europe)이 검토되어 유럽연합의 동물원 관련 규정에 돌고래 실내 사육 금지 사항 추가의 중요성이 논의 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처럼 돌고래를 가두고 전시하거나 쇼를 하는 수족관이 영국, 인도 등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데, 오히려 수족관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향후 방향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심각하게 우려할만한 사항입니다.
국제 과학자 그룹인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고래류를 살아있는 상태로 포획하는 것은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성명을 낸 바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수족관에 가둬진 고래는 자연상태에 비해 생존률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평균 30,40년을 살 수 있는 돌고래가 수족관에서 5년 정도면 폐사하는 것은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돌고래에게 수족관이라는 좁은 곳이 얼마나 치명적인 곳인가를 잘 말해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포획과 감금 과정에서 오는 충격은 부신피질호르몬 상승 등 생리적 증상을 가져오게 되고 이는 포획되는 즉시 폐사율을 야생에서보다 6배로 증가시킨다고 합니다. (Small, R. and D.P. DeMaster. 1995a. Acclimation to captivity: a quantitative estimate based on survival of bottlenose dolphins and California sea lions. Marine Mammal Science 11:510-519).
돌고래는 영리하고 자의식이 있으며 사회생활을 하는 해양포유류입니다. 돌고래쇼가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이유는 머리가 좋아 조련사의 지시를 잘 따르기 때문에 고난이도의 묘기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돌고래들이 가혹한 훈련을 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일정한 시간에 의무적으로 쇼를 해야 하고 잘 따라하지 않으면 밥을 굶어야 합니다. 돌고래는 자신에게 이런 벌이 가해진 상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절망감은 더욱 커지며 심지어 복수심까지도 가질 수 있습니다. 조련사를 죽인 범고래 틸리쿰을 비롯하여 지난 수십년간 돌고래에게 공격을 당한 사람들은 모두 좁은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를 길들이거나 마구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돌고래와 공감의 체험을 한다는 체험관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HSU와 WSPA가 발표한 보고서는 체험관에서 일반인이 돌고래에게 다가서다 발생한 수십건의 사고를 폭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와 거제씨월드는 이런 사고에 대해서는 어떤 답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돌고래를 멋지고 친숙한 동물이라고만 알고 있는 수많은 시민들이 향후 다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조차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는 이후 어떤 책임으로 돌아올지 묻고 싶습니다. 야생동물을 함부로 가두고 길들일 수 있다는 생각은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돌고래는 매우 정신적인 존재입니다. 이를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쇼와 체험전에 동원되는 돌고래는 100% 야생에서 잡아오고 있습니다. 번식이 어려운 이유는 좁은 수족관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방법을 어미로부터 배우지 못한 탓입니다. 수족관 돌고래들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식조차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시시설로의 돌고래 유입은 야생 돌고래 개체수의 보존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돌고래의 수족관 내 번식 성공률이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설사 거제씨월드를 비롯한 국내 수족관에서 다른 전시시설에 있던 돌고래를 수입한다고 해도, 이 돌고래들은 야생에서 포획된 개체들입니다. 돌고래는 밥이나 주면 그만인 단순한 동물이 아닙니다. 돌고래들의 삶에 대해 알게 되면 그들이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친구를 사귀고 사랑을 합니다. 그들도 우리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이 아름답고 경이로운 해양동물이 사람들의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 쇼에 동원되는 일은 시대착오적인 행위입니다. 이제 미래는 타자와의 공감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더 코브>에는 이 돌고래들이 수족관으로 오게 되는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좁은 만으로 돌고래를 몰아 가둔 후 작살로 찔러 집단 살육하는 피의 현장 다이지. 어부들은 이 중 어린 새끼들을 어미와 분리한 후 수족관으로 팔아넘기고 있습니다. 어린 새끼들은 자신의 부모가 죽어가는 것을 보거나 생이별해야 하는 정신적 충격을 받고 살아가야 합니다.
돌고래쇼가 아이들에게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것은 업자들의 주장일 뿐입니다. 이미 아이들 눈에 보이는 돌고래는 부모와 헤어져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며 오직 생존을 위해 죽은 생선을 먹고 있는 돌고래에 불과합니다. 돌고래 수족관과 체험관은 자연의 본 모습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습니다. 몇 개 업체의 이윤을 위해 야생동물을 학대하고 죽이는 것이 과연 공평하고 정당한 일인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환경부는 앞으로 전시와 공연 목적의 돌고래 사육과 수입을 금지하는 방향의 정책을 잡고 이를 진행해 주기를 바랍니다. 환경부는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며 과제입니다. 돌고래는 지구 생태계가 보존하고 지켜야 할 소중한 생명입니다. 부디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많은 국민들이 2013년 서울대공원의 공연돌고래 제돌이와 제주이역의 공연돌고래 돌고래들의 귀향을 지지하고 반겼습니다. 환경부는 이번 결정을 바로잡아 제돌이를 계기로 조성된 해양동물과 공연돌고래문제에 대한 국민적 차원의 생태적 공감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바랍니다.
2014년 3월 20일
국회의원 장하나 의원실, 녹색당,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을 위한 행동, 동물자유연대, 핫핑크 돌핀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