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슬픈 고래 이야기
시민센터
0
4382
2018.07.22 08:44
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고래 이야기
사람 셋 죽인 수족관 속 범고래의 최후…건강을 위해서라도 고래 고기는 이제 그만
주간동아 2018 7 10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범고래. [shutterstock]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동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는 ‘시월드(Sea World)’가 있다. 이곳의 범고래 쇼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길이 7~8m, 몸무게 역시 7~8t에 육박하는 고래가 공중으로 점프하고, 박수와 환호에 맞춰 관객을 향해 꼬리로 물을 튕기는 쇼는 말 그대로 명물이었다.
시월드는 이 범고래 쇼를 중단했다. 그 배경에는 범고래 ‘틸리쿰(Tilikum)’의 끔찍하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있다. 먼저 끔찍한 사연에서부터 시작하자. 만 서른여섯 살 나이로 2017년 1월 목숨을 잃기까지 틸리쿰은 세 사람을 공격해 살해했다. 범고래의 으스스한 영어이름 ‘killer whale’대로 행동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월드는 이 범고래 쇼를 중단했다. 그 배경에는 범고래 ‘틸리쿰(Tilikum)’의 끔찍하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있다. 먼저 끔찍한 사연에서부터 시작하자. 만 서른여섯 살 나이로 2017년 1월 목숨을 잃기까지 틸리쿰은 세 사람을 공격해 살해했다. 범고래의 으스스한 영어이름 ‘killer whale’대로 행동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살인범이 된 고래의 슬픈 사연
2010년 2월 24일 틸리쿰은 자신의 여성 조련사를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틸리쿰을 포함한 범고래를 자식처럼 사랑하던 16년 경력의 베테랑 조련사 돈 브랜쇼가 목숨을 잃었다. 벌써 세 번째 살인이었다. 이 수컷 범고래는 1991년 2월에도 스무 살 대학생 조련사를 죽여 충격을 안겼다. 1999년 7월 6일에도 시월드에 몰래 들어온 스물일곱 살 남성을 공격해 죽인 바 있다.
이렇게 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고래 틸리쿰. 하지만 사정을 알고 보면 고래 탓만 할 일은 아니다. 범고래의 영어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범고래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다. 몇 마리씩 무리 생활을 하며 하루에 160km를 헤엄쳐 다니는 범고래는 바다에서 천하무적이다. 흔히 바다의 무법자로 알려진 상어는 물론, 다른 고래도 범고래의 먹잇감이다.
예를 들어 현재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은 ‘흰긴수염고래’라 부르는 대왕고래다. 길이 25~35m, 몸무게 125~180t에 이르는 이 대왕고래도 범고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범고래는 동료들과 협력해 대왕고래를 공격한 뒤 잡아먹는다. 그러니 호랑이나 사자처럼 범고래는 쇼를 위해 수족관에 가두기에는 애초부터 적절치 못한 동물이다.
이뿐 아니다. 틸리쿰은 1981년 야생에서 태어나 생활하다 1982년 아이슬란드 앞바다에서 잡혀 35년간 캐나다, 미국 수족관을 전전했다. 물론 틸리쿰이 학대받았던 것은 아니다. 이 범고래는 (자신이 목숨을 빼앗은) 브랜드쇼 같은 최고 조련사 및 수의사의 보살핌을 받으며 안락한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틸리쿰이 과연 행복했을까. 범고래는 무리 생활을 한다. 자연 상태에서 범고래는 한쪽이 죽을 때까지 어미와 새끼가 이별하지 않는다. 틸리쿰처럼 서른 살이 넘은 범고래도 어미 또는 할미와 함께 산다. 바다에 사는 어떤 동물보다 똑똑한 범고래는 암컷이 무리를 이끌면서 사냥 기법 등 온갖 생존 훈련을 시킨다.
그래서일까. 심지어 틸리쿰처럼 다 자란 범고래도 어미가 늙어 죽으면 1년 이내에 따라 죽을 확률이 14배나 높다. 범고래에게 가족과 떨어진 삶이란 대를 이어온 본능을 거스르는 행위다. 돌이 되기 전 가족과 헤어져 35년간 낯선 곳을 전전해야 했던 틸리쿰이 받은 스트레스를 우리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이제 눈길을 야생 고래로 돌려보자. 그들의 삶도 스산하긴 마찬가지다. 한국,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는 지난 100년간 온갖 오염물질을 바다로 흘려보냈다. 그렇게 흘려보낸 오염물질의 상당수는 바닷속 먹이사슬의 가장 밑에 자리한 플랑크톤에 의해 흡수된다. 그 플랑크톤은 다른 플랑크톤이나 작은 물고기의 먹잇감이 되고, 그 작은 물고기는 좀 더 큰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 이런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바로 범고래 같은 고래가 있다. 애초 플랑크톤이 흡수한 오염물질은 먹이사슬이 진행될수록 더욱더 고농도로 쌓인다. 플랑크톤보다는 작은 물고기, 작은 물고기보다는 큰 물고기, 큰 물고기보다는 고래의 몸속에 더 많은 오염물질이 축적되는 것이다.
이렇게 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고래 틸리쿰. 하지만 사정을 알고 보면 고래 탓만 할 일은 아니다. 범고래의 영어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범고래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다. 몇 마리씩 무리 생활을 하며 하루에 160km를 헤엄쳐 다니는 범고래는 바다에서 천하무적이다. 흔히 바다의 무법자로 알려진 상어는 물론, 다른 고래도 범고래의 먹잇감이다.
예를 들어 현재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은 ‘흰긴수염고래’라 부르는 대왕고래다. 길이 25~35m, 몸무게 125~180t에 이르는 이 대왕고래도 범고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범고래는 동료들과 협력해 대왕고래를 공격한 뒤 잡아먹는다. 그러니 호랑이나 사자처럼 범고래는 쇼를 위해 수족관에 가두기에는 애초부터 적절치 못한 동물이다.
이뿐 아니다. 틸리쿰은 1981년 야생에서 태어나 생활하다 1982년 아이슬란드 앞바다에서 잡혀 35년간 캐나다, 미국 수족관을 전전했다. 물론 틸리쿰이 학대받았던 것은 아니다. 이 범고래는 (자신이 목숨을 빼앗은) 브랜드쇼 같은 최고 조련사 및 수의사의 보살핌을 받으며 안락한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틸리쿰이 과연 행복했을까. 범고래는 무리 생활을 한다. 자연 상태에서 범고래는 한쪽이 죽을 때까지 어미와 새끼가 이별하지 않는다. 틸리쿰처럼 서른 살이 넘은 범고래도 어미 또는 할미와 함께 산다. 바다에 사는 어떤 동물보다 똑똑한 범고래는 암컷이 무리를 이끌면서 사냥 기법 등 온갖 생존 훈련을 시킨다.
그래서일까. 심지어 틸리쿰처럼 다 자란 범고래도 어미가 늙어 죽으면 1년 이내에 따라 죽을 확률이 14배나 높다. 범고래에게 가족과 떨어진 삶이란 대를 이어온 본능을 거스르는 행위다. 돌이 되기 전 가족과 헤어져 35년간 낯선 곳을 전전해야 했던 틸리쿰이 받은 스트레스를 우리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이제 눈길을 야생 고래로 돌려보자. 그들의 삶도 스산하긴 마찬가지다. 한국,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는 지난 100년간 온갖 오염물질을 바다로 흘려보냈다. 그렇게 흘려보낸 오염물질의 상당수는 바닷속 먹이사슬의 가장 밑에 자리한 플랑크톤에 의해 흡수된다. 그 플랑크톤은 다른 플랑크톤이나 작은 물고기의 먹잇감이 되고, 그 작은 물고기는 좀 더 큰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 이런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바로 범고래 같은 고래가 있다. 애초 플랑크톤이 흡수한 오염물질은 먹이사슬이 진행될수록 더욱더 고농도로 쌓인다. 플랑크톤보다는 작은 물고기, 작은 물고기보다는 큰 물고기, 큰 물고기보다는 고래의 몸속에 더 많은 오염물질이 축적되는 것이다.
고래 ‘축제’가 즐겁지 않은 이유
예를 들어 우리가 바다로 배출한 오염물질 중에는 폴리염화바이페닐(PCB)이 있다. 과학자는 동물 몸속에서 분해되지 않는 이 오염물질이 고래 몸속에 고농도로 쌓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고래 중에서 새끼를 낳은 암컷만 몸속 PCB 농도가 낮았다. 바로 새끼한테 준 젖 때문이었다.
고래 몸속에 들어 있는 PCB가 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방법이 수유다. 젖을 통해 어미 몸속에 있는 PCB가 새끼에게 옮겨지는 것이다. 그렇게 오염된 젖을 먹은 새끼 가운데 일부는 시름시름 앓다 죽는다. 만약 이런 고래 고기를 사람이 먹는다면 어떨까. PCB 같은 오염물질은 고래 고기를 먹은 사람의 몸속에 축적된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고래 고기는 여전히 고단백 고급 음식으로 선호되고 있다. 몸이 허약해진 임신부가 원기 회복을 위해 고래 고기를 먹는 경우도 많다. 고래 고기를 먹은 임신부가 아기를 낳으면 고래와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PCB의 상당수가 수유를 통해 아기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고래의 비극은 곧 우리의 비극이다.
고래만이 아니다. 참다랑어, 가다랑어라고 부르는 참치나 연어는 바다에서 고래 바로 아래 포식자다. 이런 물고기의 몸속에도 수은 같은 중금속이나 PCB 같은 오염물질이 쌓여 있다. 많은 의사가 임산부에게 이런 고기를 먹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 사람을 죽인 틸리쿰은 다시 쇼로 복귀했다. 하지만 세균 감염으로 1년 가까이 앓다 2017년 1월 6일 한 많은 세상을 떴다. 멋진 볼거리를 원하는 인간의 욕망 탓에 평생 수족관에 갇혀 쇼만 해야 했던 틸리쿰도, 인간 욕망의 찌꺼기(쓰레기) 때문에 오염물질 범벅인 젖을 새끼에게 물려야 하는 야생 고래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고래 몸속에 들어 있는 PCB가 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방법이 수유다. 젖을 통해 어미 몸속에 있는 PCB가 새끼에게 옮겨지는 것이다. 그렇게 오염된 젖을 먹은 새끼 가운데 일부는 시름시름 앓다 죽는다. 만약 이런 고래 고기를 사람이 먹는다면 어떨까. PCB 같은 오염물질은 고래 고기를 먹은 사람의 몸속에 축적된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고래 고기는 여전히 고단백 고급 음식으로 선호되고 있다. 몸이 허약해진 임신부가 원기 회복을 위해 고래 고기를 먹는 경우도 많다. 고래 고기를 먹은 임신부가 아기를 낳으면 고래와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PCB의 상당수가 수유를 통해 아기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고래의 비극은 곧 우리의 비극이다.
고래만이 아니다. 참다랑어, 가다랑어라고 부르는 참치나 연어는 바다에서 고래 바로 아래 포식자다. 이런 물고기의 몸속에도 수은 같은 중금속이나 PCB 같은 오염물질이 쌓여 있다. 많은 의사가 임산부에게 이런 고기를 먹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 사람을 죽인 틸리쿰은 다시 쇼로 복귀했다. 하지만 세균 감염으로 1년 가까이 앓다 2017년 1월 6일 한 많은 세상을 떴다. 멋진 볼거리를 원하는 인간의 욕망 탓에 평생 수족관에 갇혀 쇼만 해야 했던 틸리쿰도, 인간 욕망의 찌꺼기(쓰레기) 때문에 오염물질 범벅인 젖을 새끼에게 물려야 하는 야생 고래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
7월 5일부터 8일까지 ‘울산고래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 축제는 주최 측이 내세우는 생태 이미지와 달리 ‘고래를 먹는 축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간의 욕망이 낳은 고래의 슬픈 사연을 염두에 두면 고래축제를 즐기기는 어렵다. 더구나 고래 고기라니! 나라면 고래 고기는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건강) 때문에라도 먹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