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방제작업, 암 유발 우려... "인력동원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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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방제작업, 암 유발 우려... "인력동원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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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대희기자 2014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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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전 전남 여수시 삼일동 신덕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이 파도에 밀려온 기름을 제거하다 방제포 위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있다.

 

7년 전 원유유출사고로 검게 변한 태안 앞 바다 풍경이 여수에서 재현됐다. 지난 달 31일 전남 여수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발생, 사고해역 일대가 유출된 기름으로 검게 물들었다.

 

사고가 발생하자 관계당국은 인력과 장비 등을 동원해 서둘러 방제작업을 실시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인력동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기름방제에 참여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조사결과 신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보고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임운현 박사는 지난 2007년 태안 앞 바다에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를 예로 들며 "태안사고 당시와 달리 (여수 기름유출사고 현장에는) 각종 방제장비가 구비돼 방제작업 환경이 개선됐다, 하지만 (방제작업자가) 건강을 위협받을 수 있는 조건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방제작업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인력동원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해마다 태안 기름유출사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조사한 '중장기 주민건강영향조사'에 따르면, 성인 1만568명을 검진한 결과 사고 발생 후 1년 이상이 지나도록 신경계 기능저하, 알레르기 증상, 폐기능 저하 등 증상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제작업에 오래 참여한 사람일수록 알레르기 관련 질환 호소율이 1.2~4배 상승했다. 또 당시 의료지원에 나섰던 의료진의 진찰 결과 총 7만5841명 중 4만7527명이 두통 및 호흡곤란 등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피부질환 환자도 3793명이나 됐다.

 

실제 여수 기름유출사고 현장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여수시는 이번 사고로 방제작업을 하던 지역주민 39명이 두통과 호흡곤란,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7년 전 태안 사고 당시 63%가 '건강 이상'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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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울 방제하는 주민 지난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로 지역주민들이

방제작업에 동원돼 해안가에 밀려온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 정대희 
 

인력 동원 방제작업에 신중을 가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2010년 환경부 산하 태안환경보건센터가 펴낸 <기름피해지역 보건분야 백서>에 의하면, 방제작업에 오래 참여한 사람일수록 유전 물질 손상지표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원유에 함유된 각종 발암물질과 유독성 물질 등에 의해 인체 세포가 손상될 가능성이 짙다는 말로, 결국 환경적인 요인이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2010년 태안에서는 한바탕 암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태안군보건의료원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기름유출사고 이후 330여 가구, 총 630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어촌 마을에서만 15명의 암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에서는 50명 남짓한 주민 가운데 6명이 기름유출사고 후 암으로 사망했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잇따라 태안 지역은 암 공포에 휩싸였다.

 

해외의 연구조사 결과도 국내와 비슷하다. 2010년 스페인의 프레스티지연구팀(Gema Rodriguez-trigo 외)은 미국내과의학저널에 '프레스티지 유류유출로 인한 방제작업 2년 후에 어부들에게서 나타난 건강상 변화들(Health Changes in Fisherman 2 Year After Clean-up of the Prestige Oil Spill)' 논문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호흡기산화손상지표(8-Isoprostane)의 수치를 비교한 결과 노출군(14pg/mL)이 비노출군에 비해(5.6pg/mL) 2.5배 높았다. 또한 노출군 91명 중 64명(70%)에서 염색체 구조 이상이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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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서도 신체 악영향 확인 미국내과의학저널에 실린 프레스티지호 기름유출사고 이후 어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영향조사 결과에 관한 논문. 위쪽 표가 호흡기산화손상지표를 나타낸 것이며, 아래쪽 표는

염색체 구조이상을 나타낸 것이다. 
ⓒ 정대희 
 

"염색체 훼손은 암세포의 특징이며, 종양발병의 결정적 조건이다. 순회하는 림프구에 염색체 변형 빈도가 증가하는 것은 암 발생 빈도 증가와 연관이 있다. 염색체 훼손은 다른 조직에도 비슷하게 분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이유로, 순회하는 림프구에서 발견된 염색체 훼손은 전반적인 발암빈도 증가를 나타내는 것으로 추측한다."

 

"Chromosomal damage is a characteristic feature of cancer cells and is crucial for tumor pathogenesis. An increased frequency of chromosomal alterations in circulating lymphocytes has been associated with augmented cancer risk. The distribution of chromosomal damage is assumed to be similar in different tissues. Accordingly. we speculate that chromosomal damage detected in circulating lymphocytes might reflect a more general increased risk for cancer." - 해당 논문 496쪽

 

"원유에 유독물질... 제한적 인원 투입한 전문 방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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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 전 태안 모습... 지난 2007년 태안 앞 바다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발생, 자원봉사자들이 방제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정대희 
 

해외 지역주민들도 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12년, 기자는 프레스티지호 기름유출사고로 직격탄을 맞은 스페인의 갈리시아주 서북단에 위치한 리라마을을 찾았다.

 

당시 리라지역어업조합 에밀리오 로우로 조합장은 "사고 후 10여 년 동안 이 지역 일대에서 암 사망자가 급증했다, 모두 방제작업에 나섰던 이들"이라며 "산티아고에 있는 대학 교수가 이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2012년 당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주민들은 (기름유출)사고와 방제작업 등으로 암 발생이 높아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5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여수에서 유출된 기름에는 원유 이외에도 2급 발암물질인 나프타가 함유돼 있어 방제작업자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제대로 방제장비를 착용해도 유해물질에 방제작업자가 노출될 위협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방제교육을 충분히 받거나, 또는 방제 전문업체 등에 한해 선택적으로 방제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승화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은 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태안 기름유출사고 당시에도 지역주민이나 자원봉사자들이 방제장비를 갖추지 않고 무분별하게 방제작업에 참여해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위험한 기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원유에 함유된 유독물질이 신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조사가 잇따라 발표돼 제한적 인원을 투입한 전문 방제가 필요하다"며 "부득이하게 비전문가가 방제작업에 참여할 때에는 철저히 방제교육을 받고 방제장비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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