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담배광고 천국"

간접흡연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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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흡연공해

"한국은 담배광고 천국"

최예용 0 5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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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캐나다 밴쿠버공항에서 귀국편 항공기를 기다리면서 공항면세점을 둘러봤다. 면세점 안쪽 귀퉁이에 하얀색 칸막이가 쳐져 있고 담배라는 단어와 미성년자 출입금지 표시가 붙어 있었다. 이 안에 흡연실이 있느냐고 판매원에게 물으니 담배를 파는 곳이라고 한다. 안에 들어가보니 처참한 몰골의 암환자 사진이 크게 붙어 있는 10갑 단위 포장팩이 쌓여 있어 질겁했다. 간접흡연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포장팩도 있다. 배가 불룩한 임신부가 뒤에서 자신을 안고 있는 남편의 손에 들려 있는 담배를 밀치는 사진의 제목은 ‘노생큐’다. 그 사진에는 간접흡연으로 뱃속의 아기가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 붙었다.

간접흡연은 ‘2차 간접흡연’이라고도 부른다. 담배를 피우는 당사자야 나쁜 걸 알면서도 자기가 선택해서 피우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게 날아간 담배연기가 고통을 넘어 각종 암을 일으킨다. 그런데 최근에는 ‘3차 간접흡연’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기영 교수는 “흡연을 할 때 발생하는 가스상 독성물질들이 벽, 가구, 옷 등의 표면에 흡착되는데, 길게는 몇 달까지 이 물질들이 공기 중으로 재배출되어 흡연이 끝난 이후라도 흡연에 의한 오염물질의 노출이 계속된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3차 간접흡연의 과학적 증거의 고찰’이라는 논문에서 간접흡연의 과학적 증거를 여러 개 든다. 흡연의 흔적은 흡연한 사람이 자리를 떠도 그 사람이 머물렀던 자리에 남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전혀 담배냄새에 노출될 것 같지 않는 신생아의 소변에서 니코틴이 검출되는 사례는 3차 간접흡연의 극명한 증거다.

그동안 담배 문제는 환경운동이나 소비자운동의 주요 대상이 아니었다. 담배는 개인의 선택이고 사회운동은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것이어서 담배 문제가 주요 대상이 안돼왔다고 말한다면 그건 구차한 변명이다. 고백하건대, 필자를 포함해서 환경운동가나 시민운동가들 중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적지 않았고, 흡연가들이 어찌 스스로를 부정하는 금연운동에 나설 수 있었겠는가.

밴쿠버공항 면세점에서의 경험 후 기회가 될 때마다 국내 공항면세점을 둘러본다. 산더미처럼 담배가 쌓여 있는 담배면세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눈에 확 들어오는 담배광고판의 네온사인이 현란하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접근 가능하다. 공항면세점만이 아니다. 동네 편의점에도 계산대 뒤로 현란한 광고판이 즐비하다. 담배만큼 사람을 죽이는 것이 없다는 말은 세계보건기구의 표현이다. 그런 담배를 무차별로 광고하도록 하는 담배광고 천국이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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