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8일 미국 뉴욕 길거리에 뉴욕시의 대용량 가당음료 판매 규제를 알리는 코카콜라 포스터가 붙어 있다. 뉴욕시는 12일부터 16온스(480㎖) 이상의 가당음료를 극장, 경기장 등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할 예정이었으나 법 발효 하루 전날인 11일 뉴욕법원이 재량권 남용 우려가 있다며 이를 무력화시켰다. 뉴욕/AP 뉴시스
하버드대 연구팀, 114개국 자료수집 당뇨병·심장병·암 등 ‘비만사’ 멕시코 사망률 최고-미국은 3위 미 음료협회 “선정성 기댄 연구” 비난 ‘가당음료 규제’ 싸고 찬반 논쟁 가열 미국 뉴욕법원이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대용량 가당음료 규제책에 대해 ‘재량권 남용’이라며 제동을 건 이후, 블룸버그 시장의 비만예방 정책에 힘을 실어줄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블룸버그 시장의 반대 진영에선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자명하지만, 가당음료가 비만을 불러온다는 증거는 없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하버드대 공중위생센터 연구팀은 매년 전세계 18만3000명의 죽음이 탄산음료를 비롯해 설탕이 첨가된 주스, 스포츠·에너지 음료 등 가당음료의 섭취와 관련이 깊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고 <시엔엔>(CNN) 등 외신들이 19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 중 13만3000명이 당뇨병, 4만4000명이 심혈관계 질환, 6000명이 암으로 죽어간다고 밝혔다. 당뇨·심장병·암은 ‘비만사’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이들은 지난 5년 동안 전세계 인구 60%를 포괄하는 114개국의 광범위한 통계 자료를 수집해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가당음료를 마시는지, 이것이 사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했다. 가당음료 섭취 외에 비만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 즉 텔레비전 시청량, 운동량의 변화, 흡연 습관, 음식 섭취량 등을 고려하고, 이런 요인들을 배제했을 때 가당음료와 비만사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가당음료 섭취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멕시코였고 미국은 3위를 차지했다. 지역적으로는 중남미가 당뇨병 질환이 많았고, 동부·중부 유럽은 심혈관계 질환이 많았다. <시엔엔>은 하지만 비만사는 각 나라의 1인당 소득 수준보다는 개인의 경제적 지위와 더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가당음료 섭취로 인한 사망자의 4분의 3은 중하위 소득 계층이었다.
16온스(480㎖) 이상 크기의 가당음료를 패스트푸드 식당, 극장, 경기장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뉴욕시의 규제책이 발표된 이후 현재 미국에선 비만사 논쟁이 가열차게 벌어지고 있다. 당장 미국 음료협회는 이날 하버드대의 연구 결과 발표 즉시 성명을 내고 “과학이 아니라 선정성에 기댄 연구”라며 비난했다.
정부가 개인의 비만 문제에 개입할 권한이 있느냐는 물음도 제기되고 있다. 필 브라이언트 미시시피 주지사는 17일 “건강 문제는 개인의 책임이므로 정부가 시시콜콜 시민들의 식습관까지 간섭할 필요가 없다”며 설탕·염분 함량 규제를 철회하는 법안에 서명해 법리적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논쟁의 열기에 비해, 뉴욕시처럼 과감한 시도는 드물다. 전체 주민 중 비만이 30% 이상으로 ‘뚱뚱한 10대 도시’의 시장들은 가당음료 규제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행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비만율이 37.6%인 뉴욕주 빙엄턴의 시장인 매슈 라이언은 최근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나는 비만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으며, 40년 동안 탄산음료를 입에 댄 적도 없다. 하지만 블룸버그식의 규제는 이곳에선 잘 안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