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지식IN] 정말 건강 위협? 라돈 침대, 그것이 궁금하다
[사이언스지식IN] 정말 건강 위협? 라돈 침대, 그것이 궁금하다
국내 굴지의 침대회사 대진침대의 제품에서 1급 발암물질 라돈이 다량 검출돼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지난 3일 SBS는 대진침대의 4개 모델(네오그린헬스, 뉴웨스턴, 모젤, 벨라루체)에서 환경부 권고 기준치보다 많은 양의 라돈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는데요.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조사에 따르면 추가적으로 5개의 모델(그린헬스1, 그린헬스2, 파워플러스포켓, 파워트윈플럿, 파워그린슬리퍼)에서도 라돈이 검출됐습니다.
라돈은 방사성 비활성기체로 무색, 무미, 무취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전문 장치 없이는 검출하기 어렵습니다. 방사성 기체인 라돈을 많이 흡입하면 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위험 물질입니다. 이런 물질이 우리가 하루 평균 7시간 이상을 보내는 침대에서 검출됐다니, 국민들이 혼란에 빠지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원안위는 10일, 대진침대의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검출되기는 했지만, 위험 수치 이하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부피폭에 대한 위험성이 있으니 되도록이면 리콜에 응하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위험하다는 것인지, 안전하다는 것인지,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라돈침대와 관련한 궁금증을 하나하나 자세히 풀어봤습니다.
우리가 하루 평균 7시간 이상을 보내는 침대에서 검출된 라돈. 국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사진 pixabay 제공
우리가 하루 평균 7시간 이상을 보내는 침대에서 검출된 라돈. 국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사진 pixabay 제공
Q1. 문제가 되고 있는 라돈, 왜 위험한가요?
라돈(Rn)은 우라늄(U), 토륨(Th), 라듐(Ra), 폴로늄(Po)에 이어 5번째로 발견된 방사성 원소입니다. 방사성 원소는 방사능을 가진 원소를 의미합니다. 원자핵이 α선, β선, γ선 등의 방사선을 방출하고 붕괴하면서 안정해지죠.
라돈의 생성과정. 우라늄, 토륨 등이 방사선을 방출하고 붕괴하면서 라돈이 생성된다. - 질병관리본부 제공
라돈이 위험한 이유는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또 다른 방사성 붕괴산물 때문입니다. 라돈가스 자체는 다른 원소와 거의 반응하지 않는 비활성기체로, 혹시 라돈을 마시게 된다고 하더라도 숨을 뱉을 때 대부분 다시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라돈이 붕괴하면서 내놓는 붕괴산물은 다릅니다. 라돈은 α선을 방출하며 붕괴하는데요. 이때 발생하는 붕괴산물은 (+) 전하를 띱니다. 이들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먼지에 달라붙어 사람의 폐 속으로 들어갑니다. 폐와 연결된 혈관이나 폐의 상피세포에 달라붙어 쉽사리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문제는 폐에 붙은 방사성 붕괴산물이 다시 α선을 방출하며 또 다른 원소로 바뀐다는 사실입니다. α선은 폐 세포의 DNA를 망가뜨리고, 폐암을 일으키는 주원인이 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는 2009년 발표한 연구결과를 통해 라돈이 세계 폐암 발병 원인의 최대 14%를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 영국 공중보건국(PHE)은 주거지 안에서 발생하는 사망 원인 중 라돈이 흡연에 의한 폐암, 도로 사고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IARC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Q. 원안위 발표에는 라돈, 토륨, 토론 등의 원소가 등장하는데요. 이건 어떻게 다른가요?
지난 10일 원안위가 발표한 ‘라돈 검출 침대 조사 중간결과 발표’ 자료에는 토륨, 라돈, 토론 등 많은 원소들이 등장합니다. 라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토륨과 토론은 왜 함께 언급되는 것일까요.
우선 토륨과 라돈은 부모와 자식과 같은 관계입니다. 토륨은 자연계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원소 중 하나로, 바닷가의 토양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토륨 역시 방사선을 내뿜으며 붕괴하는 방사성 원소인데요. 토륨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라돈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이유로 토륨을 라돈의 모핵종, 라돈은 토륨의 딸핵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토륨이 4~8%정도 포함됐다고 알려진 모자나이트 광물. - (cc) Rob Lavinsky / iRocks.com 제공
원안위의 발표에서 토륨이 등장한 것은 ‘왜 침대에서 라돈이 발견됐나’를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원안위는 “(대진침대가 한때 국내에서 유행했던) ‘음이온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매트리스 겉커버 안에 있는 속커버 원단 안쪽에 음이온 파우더를 도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음이온 파우더의 원료가 토륨이 높게 함유된 ‘모자나이트’였습니다.
모자나이트는 바닷가에서 주로 발견되는 광물의 일종으로, 토륨이 4~8% 정도 포함돼 있습니다. 즉, 모자나이트에 함유된 토륨이 붕괴하며 라돈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원안위는 현재 국내 모자나이트 유통 현황 조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면 라돈과 토론은 쌍둥이 같은 존재입니다. 라돈에는 화학적 성질은 같지만, 질량이 조금 다른 동위원소가 존재합니다. 자연계의 모든 원소는 동위원소를 가지고 있죠. 라돈의 동위원소는 총 27개가 있으며, 토론은 그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라돈이라고 부르는 원소는 질량수가 222인 Rn-222이며, 토론은 질량수가 220인 Rn-220입니다.
둘의 화학적 성질은 매우 비슷하지만, 반감기가 서로 다릅니다. 반감기는 방사성 붕괴를 통해 원래 양의 절반이 되는 시간을 말합니다. 방사성 물질은 모두 고유한 반감기를 가지고 있죠. 라돈(222-Rn)은 반감기가 3.8일인 반면, 토론은 55.6초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감기가 워낙 짧고, 차폐가 쉬워 현재 토론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Q. 왜 측정하는 기관에 따라 라돈의 수치가 다른가요?
라돈침대를 처음으로 보도한 SBS는 대진침대에서 1m3당 620베크렐(Bq)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환경부가 정한 실내 공기 라돈 기준인 200Bq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반면 원안위는 환경부의 권고 기준 값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58.5Bq이라고 발표했습니다. SBS와 원안위의 수치만 높고 보면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요.
우선 두 곳은 서로 다른 라돈 측정기를 사용했습니다. SBS가 사용한 것은 국내에서 개발한 ‘라돈아이’이고, 원안위가 사용한 것은 라드세븐(RAD7)입니다. 두 측정기는 검출방식부터 라돈의 유입 방식, 측정주기 등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특히 라돈아이는 라돈과 토론을 구분하지 않는 반면, 라드세븐은 이를 구분해 측정합니다. 즉, 원안위가 발표한 라돈 수치는 토론을 제외한 순수한 라돈(Rn-222)의 수치이지만, SBS가 발표한 자료는 라돈과 토론을 합친 수치입니다.
Q. 방사선에 의한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은 어떻게 다른가요?
원안위는 발표 자료에서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을 구분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체가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을 피폭이라고 하며, 인체 밖에서 받는 피폭을 외부피폭, 체내에 섭취되거나 체내에서 생성된 방사성 물질에 의한 피폭은 내부피폭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에 관한 규정’ 제 4조에서 가공제품에 의한 일반인의 피폭선량은 연간 1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안위는 하루 침대 사용 시간을 10시간으로 가정했을 때, 대진침대가 2016년 생산한 침대의 경우 외부피폭량이 0.06mSv라고 밝혔습니다. 만약 24시간 침대에 있는다고 가정해도 0.144mSv로 국내 안전 기준의 10분의 1 정도의 수치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내부피폭량입니다. 원안위는 “매트리스에서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라돈과 토롬의 농도갑과 내부피폭선량이 급격이 감소해, 매트리스 상단 50cm 지점에서는 그 영향이 미미해 실내공기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지만, 매트리스 표면 위 2cm 지점에서의 내부피폭선량은 연간 0.5mSv였습니다. 외부피폭선량의 기준치보다는 낮지만, 현재 내부피폭량에 대한 안전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대진침대는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음이온소재를 전량폐기하고 현재는 안전하게 생산 중에 있으며, (중략) 정부의 조사결과와 상관없이 문제된 매트리스에 대해 리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2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