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병 더 많다" 원전 인근 주민 조사 호소
공동소송인단 모집 주민설명회, 기장·해운대 등서 150명 참석
국제신문 2014 11 5
- 역학조사 통해 실태파악 요구
- 다른 질병·대상지역 확대 촉구
"30년 넘게 안전하다는 정부의 말만 믿고 살았는데, 돌아온 건 질병뿐입니다." "다들 모르거나 나서기 싫어서 말을
안 하고 있지만, 제 주위만 해도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받은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5일 오후 부산 기장군청 대강당에서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가 마련한 '고리핵발전소 갑상선암 발병 주민공동소송인단 모집 및 주민설명회'
자리였다. 부산 기장군과 해운대구 등지에서 주민 150여 명이 참석했다.
주민들의 요구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소송을 떠나
원전 반경 10㎞ 이내 주민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여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달라는 것. 김모(56) 씨는 "나처럼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이 한
집안에만 여러 명 있는 경우도 있더라. 갑상선암만 해도 현재 집계된 환자 외에도 숫자가 더 많다는 것인데,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진료받은 주민 3000명 중 갑상선암에 걸린
기장군 주민은 41명으로 집계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이는 전국 평균의 8.8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민들은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갑상선암으로 치료받은 사람이 여럿 되는 만큼 이를 파악해 집단소송 때 법원에 증거로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소송 대상 질병 범위를 직장암 등 다른 질병으로 확대해 달라는 요구도 많았다. 이모(61) 씨는 "개인택시를 모는데 7년
전 직장암 수술을 했다. 법원이 갑상선암에 대해서만 피해를 인정했다고 하지만, 정확한 실태 조사를 통해 다른 질병까지 소송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호소했다.
소송인단 모집 때 대상 지역 범위를 넓혀달라는 주장도 많았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는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원전의
방사능비상계획구역(원전 반경 8~10㎞) 내 3년 이상 거주 경험자 중 갑상선암 발병자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위한 원고 모집을 진행
중이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낸 '균도와 세상걷기'의 주인공 이진섭(48) 씨는 "한수원에서 주장하는 '거리'는
자의적이다. 고리 1호기 정문에서 거리를 측정하면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많은 분이 함께해달라"고 말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고리원전 인근에서만 80여 명이 소송에 참여했다. 지금도 참가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모집 마감일을 오는 30일에서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