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건강해야(3),방사능안전②] 한반도 위협하는 중국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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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건강해야(3),방사능안전②] 한반도 위협하는 중국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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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00기 새로 짓는다는 중국, 무섭다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3)-방사능안전②] 중국원전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오마이뉴스 2014 3 11

<오마이뉴스>는 대표적인 환경보건 운동 엔지오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란 타이틀로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방사능 안전, 미세먼지, 석면, 유해 식품, 시멘트 먼지 공해, 전자기파 공해, 환경호르몬, 중금속 중독 등의 문제를 공동기획해 매주 한 차례 연재합니다. 이 글에 대한 원고료는 환경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한 활동에 쓰일 예정입니다. 독자들의 성원을 바랍니다. 3월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재앙 3년을 계기로 본 방사능 안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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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르노빌 사고로 사라진 인근마을 기념표지판. KBS <시시기획10> '방사능은 국경이 없다' 화면캡처 ⓒ KBS

한반도, 제2의 벨라루스 될 것인가?

옛 소련 시절인 1986년, 체르노빌(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원자로가 폭발하고 녹아내리는 노심용융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많이 피해를 입은 곳은 이웃나라인 벨라루스(Belarus)였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는 체르노빌에서 동남쪽으로 100km 이상 떨어져 있었지만, 벨라루스는 바로 인접해 있었다.

사고 당시 비바람이 불었는데, 체르노빌에서 벨라루스로 향했다. 이 때문에 체르노빌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능의 70%가 벨라루스에 낙진으로 떨어졌고 전국토의 23%가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됐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체르노빌 사고 영향으로 폐쇄된 마을이 161개인데 벨라루스는 그 3배가 넘는 485개다. 벨라루스 방사능 오염 지역에선 34만명이 거주지를 떠나 원전 피난민이 됐는데 아직도 110만 명은 오염지역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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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르노빌 사고원전 인접국가 벨라루스의 고농도 및 저농도 오염지역에서의 갑상샘암 발병실태, 2000년 기준 세계인구 및 연령보정
ⓒ 2004 국제역학지(I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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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벨라루스 전역엔 방사능 오염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어린이병원 8곳이 세워졌는데, '체르노빌 아이들'이라 불리는 4만여 명은 매년 이 병원들에 한 달씩 머물면서 유전치료와 각종 검사를 받고 있다.

2004년 발간된 국제역학연구 학술지는 벨라루스의 국가 암 등록 자료 등을 분석해 '체르노빌에서 먼 지역보다 가까운 지역에 남녀 감상샘암 발생률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는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이 논문은 '특히 0~14세 어린이 그룹에서 높은 갑상샘암 발생률을 보이는데, 이는 요오드 결핍의 기존 지역적 특징이 체르노빌 사고 영향과 겹쳐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중국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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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보건시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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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인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터졌을 때, 한국 사람들은 방사능 낙진이 한반도에 영향을 줄까봐 우려했다. 당시 정부는 편서풍이 서에서 동으로 불기 때문에 영향이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북극 기류의 영향으로 한반도에서도 세슘이 검출되면서, 후쿠시마 사고가 한국에도 영향을 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이 제대로 안 되면서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고 있고 이 때문에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사람들이 새삼 깨달은 건, 서해 바로 너머에 다수의 중국 원전이 있고 또 건설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정부의 주장대로 후쿠시마의 방사능 낙진이 편서풍 때문에 한반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중국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차마 생각하기 싫은 가정이지만, 한반도 동쪽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사고는 신문과 방송의 눈을 한반도 서쪽의 중국원전으로 향하게 했다.

국내 원전가동중단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없다'는 정부발표를 그대로 전하며 '환경단체들이 괜한 트집을 잡는다'는 투로 일관하던 일부 언론들이 중국 원전의 사고가능성에 대해서는 앞 다퉈 보도했다. 당시 언론이 전한 내용들은 '중국 원전에서 사고가 나 방사능이 유출되면 편서풍을 타고 빠르면 반나절, 길어야 3일 이내에 한반도로 날아온다'는 것이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박원종 박사팀은 2009년 중국 중서부에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이동하는 모의 상황을 분석했다. 여기서 중국 원전사고 사흘 만에 제주도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역이 방사성 물질로 뒤덮이는 것으로 나왔다. ...

기상청 관계자가 '황사가 중국 중서부에서 한반도까지 오는데 2~3일 걸리니, 중국 동해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경우 반나절 만에 한반도로 날아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2011년 4월 6일자 '중, 지진취약 내륙에도 원전건설… 사고 땐 사흘이면 한국 강타'의 일부

첫 번째 원전 가동시기 늘리려는 중국 정부, 위험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원자로정보시스템(PRIS)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월 8일 현재 모두 21기의 중국 원전이 가동 중이고 28기를 짓고 있다. 중국은 매년 3~4개씩 신규원전 가동을 시작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가동한 원전은 중국대륙 남동쪽 푸젠성에 위치한 닝더(NINGDE) 2호기로 지난 1월 4일 송전을 시작했다. 2013년의 경우 송전을 시작한 중국원전은 모두 3개로 북한과 인접하고 발해만을 끼고 있는 랴오닝성의 홍얀헤(HONGYANHE) 1,2호기와 중국 남부의 광동성에 위치한 양장(YANGJIANG) 1호기로 각각 1000메가와트 급이다.

참고로 현재 지구상에는 모두 30개 국가에서 435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다. 미국이 100기로 가장 많고, 프랑스 58기, 일본 48기, 러시아 33기, 한국 23기, 인도와 중국이 각각 21기, 영국 16기, 우크라이나 15기 순이다. 건설 중인 원전은 15개 나라, 71기로 중국이 28기로 가장 많고, 러시아 10기, 한국 5기, 미국 5기 순이다. 중국은 앞으로 100기가 넘는 원전의 신규건설을 계획하고 있어 10~20년 사이에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된다.

중국원전의 방사능누출사고 가능성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가능성과 원전자체의 안전시설 미비 및 조작실수와 같은 인재(人災) 가능성이다. 자연재해는 후쿠시마에서와 같은 대형 지진해일(쓰나미)과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여러 활성단층에서 발생하는 지진 그리고 백두산 화산폭발 등 세 가지가 거론된다. 지진해일의 경우, 수심이 깊은 일본 오키나와 해역이나 대만 쪽 바다에서 해저지진이 발생하면 대형 지진해일이 원전이 밀집한 중국동부해안에 밀어닥칠 수 있다.

아시아 해역에서 발생한 최근 대형 지진해일은 2004년 인도네시아 서쪽 바다에서 발생한 진도 8.9의 기록적인 지진에 의한 것으로 25만명이 사망하고 3만명이 실종한 사건과 2011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발생한 진도 9.0 지진에 의한 지진해일이다. 중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중국해안에 밀집한 원전안전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내륙지진의 경우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때 8만6000명이 사망했고 2013년에도 같은 곳에서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중국남부 원전의 경우 대기방향이 한반도로부터 떨어져 있지만 태풍시기일 경우 한반도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한다.   

인재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 근거는 2009년 중국의 3대 원전건설사업기관의 하나인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 사장이 부패로 투옥된 사건인데, 이 때문에 중국원전의 안전설비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여기에 한국도 그러했듯 중국도 초기 미국에서 들여온 원전설비를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국산화 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증기발생이나 밸프, 펌프 같은 핵심장비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다른 원전 선진국들이 그러하듯 사용연한이 다 된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이 원전사고의 위험성을 높인다. 중국에서도 1991년에 가동을 시작한 첫 번째 원전인 친산(Qinshan) 1호기의 수명을 두 배로 늘리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불어 중국정부의 폐쇄성이 피해확산을 부채질 할 우려가 있다.

한국 원전인근 지역의 요오드제 구비실태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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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3월 8일 현재, 중국의 원전현황과 사고시 한반도 직간접 영향권 평가
ⓒ 환경보건시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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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가동 및 건설되는 원전의 위치와 한반도로 부는 바람 방향만을 고려하여 사고발생시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권을 크게 직접영향권과 간접영향권으로 구분했다. 직접영향권은 원전사고로 누출된 방사능이 편서풍에 의해 한반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중국원전들로, 북으로 랴오닝성에서 아래로 산둥성과 장쑤성까지 5곳이다. 2014년 3월 8일 현재 이곳에선 모두 5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7기를 건설 중이다. 직접영향권 내 원전으로부터 한반도까지 날아오는 바람은 빠르면 반나절, 길어야 3일 이내에 도착한다. 

간접영향권은 한반도 방향으로 직접 바람이 불지는 않지만 원전사고 시 해류에 의한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태풍시기에는 바람영향권에 드는 위치에 있는 중국원전들로 위로 상하이시부터 아래로 푸젠성까지 4곳의 원전단지다. 이곳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9기고 건설 중인 원전은 10기다. 대만의 경우 지리적으로 간접영향권에 속할 수 있어 간접영향권내 가동원전은 15기 건설원전은 12기다. 중국 남부의 광둥성과 하이난성에 위치한 원전들의 경우 간접영향의 가능성이 낮아 제외했다.

후쿠시마 사고 때 일본정부가 원전인근 지역주민들의 갑상샘에 영향을 줄 방사성요오드를 제거하기 위한 요오드제 복용조치도 취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난 2011년 8월말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조언하는 국제의료복지대학 스즈키 켄 원장은 동경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후쿠시마 원전 주민들에게 요오드제를 먹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민들이 방사성요오드 131와 132에 노출된 수준을 볼 때 주민의 40%는 요오드제를 복용할 기준을 넘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지적했다. 방사능 노출직후 요오드제를 복용하면 방사성 요오드가 갑상샘에 쌓이는 걸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원전인근지역에선 충분한 양의 요오드제를 구비해 방사능누출 사고 시 적절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직후, 건설 중인 모든 원전에 대한 심의를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몇 개월 후 사실상 아무런 안전강화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원래 계획대로 원전 드라이브정책이 추진되었다. 원전인근의 주민들에게 사고 시 대피계획이 전달되고 요오드제 지급계획이 세워졌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한국 원전인근 지역의 요오드제 구비실태는 어떨까? 월성원전이 있는 경주에서 활동하면서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 위원을 맡고 있는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구비하고 있는 요오드제가 충분하지도 않지만 배포가 큰 문제"라며 "한전과 자치단체는 사고발생시 요오드제를 직접 나눠주겠다고 한다, 방사능 오염상황에서 누가 한전이나 자치단체로 찾아가 요오드제를 받겠다고 줄을 서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경우 평소에 주민에게 배포했다가 사용기간이 지나면 다시 나눠준다"면서 "미국은 약국에서 판매한다, 우리는 두 방법 모두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원전사고 대비책, 최악 고려해 만들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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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체르노빌 핵사고 20주기 때부터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사용하고 있는 원전안전캠페인 로고
ⓒ 환경보건시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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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후쿠시마 사고 직후인 2011년 4월 한일시민조사단을 조직해 일주일간 후쿠시마 사고지역을 답사한 바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같은해 5월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의 교훈, 한국의 원전안전제도 대안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외교통상부에 '원전안전대사'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원전사고 시 총체적 국가재난상황을 야기할 수 있는 중국의 원전안전문제를 다루는 외교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준 교훈과 달리 정반대 방향의 길을 가고 있다. 들끓는 사고우려 여론을 무시하고 수명이 다한 고리원전1호기의 수명연장을 결정했고 대통령 직속으로 두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총리실 산하로 낮춰버렸으며 원전해외수출에 열을 올렸다.    

최근 한국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중국 원자력안전기관과 합동으로 원전사고발생시 관련 정보를 신속히 공유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사고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상호간의 정보공유 및 안전체계 구축이다.

중국스모그로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정부와 서울시가 중국측과 협력하여 대기오염 발생정보를 공유하여 예보제를 실시한다는 것을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하지만 초미세먼지 주의예보를 접한 시민들은 황사마스크를 쓰는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대기오염 발생을 줄이기 위해선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등 실질적으로 오염원을 통제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양국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산업계와 시민사회가 교류해야 하지만, 이런 모습은 현재로선 전무하다.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오염상황은 대기오염문제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가 그러했듯 사고는 자연조건과 인적조건이 겹쳐서 일어난다. 중국원전사고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때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오늘(11일)로 후쿠시마 핵참사가 발생한 지 3년째다. 이대로 가면 한반도는 제2의 벨라루스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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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최예용 기자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자 보건학박사(환경보건전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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