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옆에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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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옆에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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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판결관련 자세한 보도를 한 민중의소리와 부산일보 기사를 소개합니다.

고리·월성 원전 인근 주민들의 호소··· “환경 단체들과 함께 법적대응 벌일 것”

민중의소리 2014 10 20

“원전 인근 주민들은 보이지 않는 방사능의 위험에 노출돼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20일 오전 서울 대학로 서울의대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모인 고리·월성 원전 피해 주민들은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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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이진섭 씨가 원전 피해에 대한 심각성을 설명하고 있다.ⓒ민중의소리

평생을 부산시 기장면 고리 원전 인근에 거주한 이진섭(50)씨는 지난 2011년 직장암 판정을 받았다. 이씨의 부인과 처형도 갑상선암으로 투병했고, 장모님 또한 위암 판정을 받고 위절제수술을 받았다.

“직장암 수술을 받고 병원에 다니면서 고리원전이 있는 기장군 사람들이 유독 암에 많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어요. 우리 옆집, 앞집 사람들도 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러다 2012년 초 아내가 갑상선암에 걸렸어요. 분명 원전이 문제였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죠.”

아내 박모(48)씨의 암 투병을 계기로 2012년 7월 이 씨는 정부를 상대로 아들·부인·자신 3명 명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했다. 가족들이 겪은 억울함을 어디에도 호소할 곳이 없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발전소 측은 원전이 안전하다고만 말하고, 힘없는 시민들은 원전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밝혀낼 수는 없고, 그냥 억울하게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었어요. 정부를 상대로 승소는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원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면 성공이라는 마음으로 소송을 준비했죠.”

이 씨는 2년간의 재판을 거치며 지난 17일 법원으로부터 “한국수력원자력은 1천5백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원전 주변에 오랫동안 살면서 갑상선암이 발병했다면 원전 측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해석이다.

이 씨는 “소송 전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에 대한 심각성이 부각됐고, 서울대 의학연구원에서 원전 인근 여성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다른 지역의 2.5배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와서 원전의 과학적인 심각성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재판은 우리 가족들만을 위한 판결이 아니라, 원전 인근에서 각종 피해를 겪었던 주민 전체를 위한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원전 피해주민들과 연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할 계획입니다”고 덧붙였다.

“4살 아이를 원전 옆에서 키울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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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황분희 씨가 원전 인근 주민들의 문제들에 대해 설명했다.ⓒ민중의소리

황분희(67)씨는 경북 경주 월성 원전과 1km 떨어진 곳에 거주한다. 대문을 열면 월성 원전 4호기 돔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의 위치다.

황 씨는 지난 1986년, 회사를 다니던 남편의 건강 문제로 요양 차 월성 원전 인근으로 이주했다. 당시 황 씨는 원전이 깨끗하다는 정부 측의 홍보만 믿고 아무 고민 없이 공기 좋은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로 이사를 결정했다. 황 씨가 이주했을 당시는 월성 원전 1호기가 시험 운영을 마치고 본격 운영을 시작한 상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전의 악몽은 점점 황 씨를 옥죄어 왔다. 마을 주민들의 하나둘 암 투병을 겪으며 마을을 떠났고, 황 씨도 지난 2012년 갑상선암을 판정받았다.

“농사짓고, 고기 잡는 사람들이 어떻게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알겠어요. 암에 걸려도 다들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겠죠. 저 또한 그런지 알고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인근 주민들이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암의 문제가 원전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황 씨는 “원전 옆에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토로했다.

“갑상선암을 겪고 난 후 이곳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4살, 10살짜리 아이들을 더 이상 원전 인근에서 키우기가 두려워졌어요. 하지만 원전 인근이라서 집과 땅을 매매할 수도 없어요. 누가 방사성이 나오는 지역을 돈을 주고 사겠어요. 제발 사람이 살 수 있는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게 집과 토지를 매매해 달라고 정부 측에 요청했는데도 어떠한 답변도 듣을 수 없었어요. 그냥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 거예요.”

이날 모임을 주최한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원전 피해주민들의 목소리가 전해져 정부의 원전 정책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지난 17일 원전 지역 인근 주민의 건상상의 피해가 원전 측의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는 법원의 기념비적인 판결이 있었다. 지방법원의 판결이었지만 이는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 판결 이후 환경단체들도 원전 인근에서 건강상의 피해를 본 주민들을 도와 추가적인 법적 대응을 벌일 계획”이라며 “원전 피해 주민들의 목소리가 전국에 알려져 정부의 무책임한 원전 정책이 변화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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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암 발병 영향줬다] 소송 승리 이끈 이진섭 씨 "수도권 위험해 원전 안 된다?… 지역민 무시에 외로운 싸움 결심 "

부산일보 2014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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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원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이진섭(왼쪽) 씨가 자신의 암과 아들 균도(오른쪽) 씨의 자폐성장애 발병 원인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17일 오전 10시 10분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최호식 부장판사) 법정.
 
"피고는 원고에게 1천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본보 지난 17일자 1면, 18일자 1·2면 보도)이 나오는 순간, 원전 관련 소송 제기 이후 2년을 기다려 온 원고 이진섭(50) 씨는 어안이 벙벙했다. 비록 일부 승소였지만, 믿기지가 않았다.
 
이 씨는 "판사가 판결문을 읽어내려 갈 때 너무 놀랐다. 그동안 정부가 친원전 성향을 줄곧 보였기 때문에 사실 이번 재판에 큰 기대를 걸진 않았다"며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소송인데,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책임을 인정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 뿌듯하다"고 감격해 했다. 

부부 이어 장모까지 암 발병  
아들 발달장애도 관련 가능성  
"원전 위험성 알리는 게 목적  
주민 대표한 소송 끝까지" 

원자력발전소 관련 소송에서 기념비적인 일부 승소를 이끌어 낸 이 씨의 고향은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평범한 직장이었던 그는 1990년 기장군이 고향이었던 부인 박 모(48) 씨를 만나 기장군 일광면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다.  

3년 뒤인 1993년 아들 균도(22) 씨가 태어났다. 그러나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라는 발달장애를 안고 세상에 나왔다. 

이 씨는 "아들이 태어났을 때만 해도 원전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원전의 심각성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균도가 아홉 살이 되었을 때였다"고 회상했다.

건강에 자신이 있었던 이 씨도 2011년 직장암 판정을 받았다. 당시 병원에 다니면서 고리원전이 있는 기장군 사람들이 유독 암에 많이 걸려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다 2012년 초 부인마저 갑상선암에 걸렸다. 

이 시기에 이 씨는 병원에서 "부모가 큰 문제가 없더라도 환경적 요인에 의해 자녀가 발달장애를 앓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때마침 서울대 의학연구원의 역학조사에서 원전 인근 여성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다른 지역의 2.5배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이 때 이 씨에게는 원전 인근에 거주했던 장모 이 모(75) 씨도 2009년 위암 수술을 받은 사실이 떠올랐다. 

이 씨는 "퍼즐이 맞춰지듯 원전과 암의 상관관계가 머리 속에 확연히 새겨졌다"며 "하지만 한수원에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직접적인 계기는 한수원 사장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2012년 초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년에 이어 국내에 대규모 원전 납품비리가 알려지기 시작한 때다. 게다가 고리1호기 정전사건도 터졌다.  

이 해에 '반핵' 움직임이 거세지자 4월에 당시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다 "수도권은 인구밀집 지역이어서 원전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 씨는 이 보도를 접하고 소송을 결심했다. 불안하게 원전을 끼고 사는 지역민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에 이 씨가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된 것. 

이 씨는 "2012년 7월 3일 나와 아들, 부인 3명 명의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는데 관심이 뜨거웠다"며 "하지만 곧 세간의 관심이 끊겼고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다만 뜻있는 지역 변호사들이 무료 변호에 나서준 게 이 씨에게 큰 힘이 되었단다. 정부가 친원전적인 사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지만, 그는 2년 동안 부산과 서울을 힘들게 수시로 오가며 원전 관련 자료들을 모아 법원에 제출했다. 

그는 지난 6·4 지방선거에 기장군의원 후보로도 출마했다. 오로지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결정이었으나 낙선했다. 

이 씨는 향후 계획에 대해 "어차피 돈이 목적이 아니었던 만큼 원전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끝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일부 승소에 그치지 않고 변호인과 상의해 항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록 법적으로는 이 씨와 가족들이 이번 소송의 주체이지만, 실제로는 지역 주민들을 대표한 소송인 만큼 어떤 이유로든 멈출 수 없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지난 17일 동부지원 민사2부는 이씨 등 일가족 3명이 한수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천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원전 주변에 오랫동안 살면서 갑상선암이 발병했다면 원전 측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었다. 주민의 암 발병이 원전과 상관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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