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마피아가 원자력안전위원회 장악

핵ㆍ방사능 안전-라돈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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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마피아가 원자력안전위원회 장악

관리자 0 5583

조선일보 2013년 6월13일자 기사입니다.

原安委(원자력안전위원회), 원전 불량부품 조사때(작년 11월) 검증업체만 대상서 제외

[같은 검증업무 맡는 한국전력기술 등을 '한식구'로 인식… 범법 가능성 없다고 誤判]

日원전 사고후 2011년에 출범… 정권교체기 거치며 '허송세월'
줄곧 원전 산업계 이익 대변해 北核 등 큰사건 여럿 있었지만 올해 정식회의 한번도 안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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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原電) 부품 검증업체의 시험성적서 위조와 원전 가동 중단 사태는 원자력 안전에 대한 최고 감독·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드러나고 있다. 원안위는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는 바람에 부품검증업체의 시험성적서 원본 위조를 미리 적발하지 못했다. 게다가 올해 정권 교체기에는 위원장 등 원안위 고위직들이 3개월 이상 공석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안전 규제에 손을 놓았다. 2011년 10월 출범해 놓고도 원전 비리를 수술할 2년 반의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원전 마피아 출신이 원안위 장악

원안위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진흥'과 '안전 규제'를 한 부처에서 할 수 없다는 여론에 힘입어 2011년 10월 대통령 직속으로 독립했다. 그때까지 원자력 진흥과 규제를 한 부처에서 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었다. 하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초대 강창순 위원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출신으로 원전 설비업체 사외이사와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위원장이 되기 직전에는 원전 사업체 모임인 한국원자력산업회의 부회장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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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원전 규제 기구인 원자력안전위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반원전 인사가 규제 기구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원안위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사진은 안이 잘 보이지 않는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상황실. KINS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직속 기관으로 원전 규제 실무를 담당한다. /신현종 기자
지난해 3월 강창순 위원장은 고리원전 1호기의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자들이 "고리 1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해 돌리다 사고 났으니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보느냐"고 질문하자 "고리 1호기를 폐쇄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원전 규제 기관의 수장이면서 원전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한 것.

원안위 사무처 고위직에는 강 위원장의 대학 제자들이 포진했다. 초대 사무처장과 현직 국장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이다. 올 초 원안위는 품질검증서와 시험성적서 위조로 가동이 중단됐던 영광 6호기를 재가동하면서 민간위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지 않고 사무처 재량으로 결정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가짜 부품서류 조사하면서 검증업체는 빼

원안위 출범 후 가장 큰일은 원전 모조 부품 조사였다. 작년 11월 원안위와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부품을 대거 적발해, 이 부품들이 집중적으로 설치된 영광 5·6호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그런데 조사 대상에서 원전 설계감리회사인 한국전력기술과 이번에 문제가 된 새한티이피 같은 부품검증업체는 제외했다.

원안위는 부품업체가 제출한 서류가 국내외 검증업체나 기관이 실제로 발급했는지만 확인하고 말았다. 조사 대상에서 검증업체를 제외했으며, 그 업체들이 발급한 서류가 진짜인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작년에 제대로만 조사했으면, 이번에 문제가 된 검증업체의 서류조작 사건은 일찌감치 걸러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한 대학교수는 "원안위가 부품검증업체나 검수기관인 한국전력기술은 제 식구로 보고 아예 범법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교체기에는 사실상 개점휴업

원안위는 올해 들어 북한 핵실험과 월성 원전 1호기 수명 연장 논의 등 굵직한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정식 회의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강창순 전 위원장은 작년 말부터 지병으로 출근하지 않다가 정부 조직이 바뀌면서 자동 해임됐다. 부위원장, 사무처장도 해임됐다. 민간 위원들은 경과조치로 임기를 연장했으나 간담회만 몇 차례 열었을 뿐이다. 원안위 한 관계자는 "시험성적서 위조 제보를 받기 전까지 3개월 이상 그냥 보낸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전 규제가 제대로 되려면 인력부터 확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로는 현재 국내 원전 1기당 규제 인력은 18.2명으로 캐나다 47.2명, 프랑스 37.8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은 37.67명, 일본은 22.7명이다. 전문성도 문제다. 작년 김진국 배재대 교수 조사로는 원안위 인력 중 행정학 전공자가 32%나 된다. 교과부 행정공무원이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규제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작년 원자력 R&D 투자 중 안전 규제는 25.9%에 그쳤다. 원안위 유국희 국장은 "규제 인력 양성을 위한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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