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공학자들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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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공학자들만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방사능 유출이 지금도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방출된 방사선량이 히로시마 원폭 30개 분량에 해당한다고 한다. 동경대 의대교수가 최근 일본 국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동경대 의대교수가 최근 일본 국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방사능 세슘 유출량으로는 원폭 168개에 해당한단다. 귀없는 기형토끼가 나와 앞으로 어떤 방사능피해가 발생할지 두려운 상황이다.
중국정부 해양국은 후쿠시마 앞바다에 버려진 오염수의 해양투기로 800키로미터 밖까지 오염범위가 확산되고 있다는 조사내용을 공개했다. 중국은 당초 일본정부가 잡은 오염범위인 300키로미터가 두 배 이상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인접국으로의 오염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한달전에 포항에서는 일본에서 들어온 선박의 평형수(화물을 내리고 빈배로 돌아올 때 흔들림을 막기위해 담아오는 바닷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어 지역사회가 해산물의 오염을 우려하고 있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각종 교역물품을 통해 방사능오염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한국의 원전산업계와 정부 그리고 원자력 관련학계에서는 방사능 검출정도가 미미하여 안전하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발암물질은 어느 정도 이하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노출한계가 없다. 즉 아무리 적은 량에 노출되더라도 장기간의 잠복기가 지난 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법적 노출기준을 정해 놓은 것은 그것이 안전하다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정할 당시의 과학적, 사회정치적 판단에 따라서 정한 관리수준일 뿐이다. 저선량노출의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결과가 쌓이면서 노출기준이 자꾸 내려가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반영한다.
현재의 방사능 오염정도가 괜찮다는 말과 함께 병원에서 사용되는 X-ray나 CT검사때 노출되는 량보다 휠씬 적다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의료용 방사선 노출은 암과 같은 위험한 질환을 찾아내고 대비하기 위해 환자가 의료진과 협의하여 위험에 대해 사전에 인지를 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일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오염문제는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모두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공해문제다. 성격이 전혀 다른 문제를 반복해서 비교하는 것은 무언가 다른 저의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데 바로 원자력산업계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여러 집단들이 후쿠시마 사태로 인한 시민들의 원전위험 각성을 무디게 하려는 것이다. 즉 한국의 원전확대 정책에 제동이 걸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 집단의 반응이다. 결론적으로 아무리 적은 선량의 방사능이라도 위험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노출을 피해야 하며 어린이와 임산부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의 여파로 한국 원전안전문제를 다루는 별도의 정부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곧 출범한다. 사고초기 원전의 안전에 대한 국민우려가 워낙 심각하여 여야간에 큰 이견없이 합의했다. 문제는 이 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여 운영하느냐이다. 한국에서 제2의 후쿠시마 원전참사가 발생할지 여부가 이 기구의 활동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전을 추가로 짓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국가에너지정책의 문제이니 이 기구의 권한을 벗어나는 주제이다. 그러나 원전의 안전과 직결된 오래된 원전의 수명연장문제, 대지진과 쓰나미 대비문제, 30km이상의 오염확대에 대비한 방호방재문제 그리고 원전 지대의 단층위험문제 나아가 중국의 원전사고 대비문제 등이 이 위원회에 주어진 과제다.
그동안 원전안전정책은 이전 정부의 과학기술부, 현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원자력 진흥정책과 한데 묶여서 실질적인 원전감시기능을 하지 못했다. 심판을 봐야 할 사람들이 선수로도 뛰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기존의 원자력산업계, 관련기관 및 관련학계가 주도해서는 안된다. 원전을 감시한다고 하지만 팔이 안으로 굽고, 문제가 생겨도 미량의 방사능은 괜찮다는 식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원전마피아’라는 말까지 등장했겠는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정부내 환경부, 노동부 및 보건복지부를 비롯하여 학계의 환경보건, 예방과 산업의학, 사회학, 지방자치분야 등 다양한 분야와 원전지역 주민 등 시민사회가 적극 참여하고 주도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정치지형이 뒤바뀌고 있는 독일의 경우 원전안전분야가 환경부에 있고 환경부의 정식명칭이 환경보호원자력안전부라는 사실을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도 최근 원전안전기구를 환경부에 두기로 결정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나라 대부분이 대형 원전사고를 당하고 있다. 영국, 미국, 러시아, 일본이 그들인데 원전 숫자면에서 한국이 바로 뒤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그런데 정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신임 위원장에 그동안 원자력산업계에 몸담으며 원전확대에 앞장서온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를 그리고 부위원장에 ‘미량의 방사능은 괜찮다’는 말을 되뇌어온 기존 원전기관장을 내정했다고 한다. 비판과 감시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들을 도리어 감시기관의 책임자로 내세운 꼴이다. 이것이 MB식 후쿠시마 교훈배우기인가?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