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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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최예용 0 6606
죽음의 땅 후쿠시마 떠나지 못한 동물들

후쿠시마에 남은 개와 고양이의 눈망울엔 그리움이 있었다

비정상 핵발전 사회를 바꾸지 않는 한 이런 고통 계속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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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죽음의 땅’ 일본 원전 사고 20킬로미터 이내의 기록

오오타 야스스케 지음, 하상련 옮김/ 책공장더불어/ 1만1000원

제주에 사는 아홉 살 조카가 울면서 전화했다. 강아지를 기르고 싶은데 엄마가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이모를 엄마보다 서열이 높은, 엄마를 꾸짖어 줄 존재로 여기는데 의기양양해서 강아지를 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아차’ 싶었다. 다시 전화를 해서 열 살이 될 때까지 공부부터 하자고 했다. 무엇을 먹이고 어떻게 기를지, 병들거나 죽으면 어떻게 할지 함께 고민하다 보면 아이가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계산….

하지만 아이는 강아지에 대한 열망에 들떠 어른 책이라도 상관없으니 열심히 읽겠단다. 그러는 가운데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을 만났다.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돌본다 해도 세상 자체가 너무 위험하고(핵발전소까지 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겐 생로병사의 고통이 있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따뜻한 생명과 교감하고 싶은 아이의 밝은 마음을 편들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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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나미로 파괴된 후쿠시마 해안에서 닥스훈트 한 마리가 사진가를 바라보고 있다. 누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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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상가 주차장을 풀려난 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보통은 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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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져준 개 사료는 떠돌이 돼지에게 마지막 만찬이었을 것이다. 이튿날 이들은 모두 살처분된 상태로 발견됐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은 2011년 3월 쓰나미와 대지진, 핵발전소 사고를 겪은 뒤 후쿠시마에 남겨진 가축들, 개와 고양이, 돼지와 말, 닭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과 함께 살던 가축들이니 사람이 떠난 뒤 죽거나 굶주리며 외롭게 떠돌고 있다.

책을 낸 오오타는 사진작가인데 동물보호단체와 자원봉사자들과 협력해 동물들을 구조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오오타는 ‘아이들’이라고 부르며 개와 고양이의 이름을 기억하고 표정과 행동을 통해 동물들의 마음을 읽는다. 아이들이 구조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 덧붙인 것을 보고 ‘이 사람 정말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구나!’ 싶다. 이 정도는 되어야 강아지든 고양이든 기를 수 있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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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사능 때문에 주인을 떠났지만 개들은 집을 지킨다. 맨 앞 우두머리 개의 왼쪽 앞뒷다리가 모두 무언가에 의해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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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통에 든 먹이를 주자 정신없이 먹고 있는 고양이들. 슬프도록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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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치고 힘들어 보이는 이 고양이는 사진가의 부름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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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묶인 채 죽은 개. 주인은 그렇게 오래 집을 떠날지 몰랐을 것이다. 자원봉사자가 덮은 수건 위에 사진가가 마당에서 꺾은 꽃을 올려놓았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에 나온 많은 책들이 이 기회에 ‘탈핵’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온 터다. 나는 핵발전소가 위험하고, 한번 사고가 나면 사람과 자연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시시콜콜 핵발전소의 구조나 정치경제학을 거론하며 탈핵을 주장하는 무겁고 진지한 책들은 사지 않는다. 핵발전소로 유지되는 거대한 세상과 구조에 피로감을 느끼며 책을 덮는 일이 싫어서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은 글이 적은 대신 사진이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개의 눈이나 불안한 고양이의 눈빛, 대형 마트 앞을 서성이는 소들, 비어있는 마을을 지키는 개와 말들이 소리치는 듯하다. “핵발전소는 당신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좋지 않아요. 빨리 없애세요!”

오오타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한다. 현장으로 달려가 동물들을 구조하는 일, 사진을 찍는 일, 후쿠시마의 비극을 알리는 책을 내는 일 모두 그냥 지나치면 안 될 하나의 진실로 이어진다. “원전에 대해 모두 침묵해 버리는 비정상적인 이 사회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모두들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기에는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내용이다. 말 못하는 아이들, 죄 없는 동물들이라서일까? 사람 이야기보다 더 마음이 언짢고 가엾다. 하지만 핵발전소 사고와 굶주려 죽어가는 동물 이야기 사이 사이, 인간 본성이 주는 희망이 빛난다.

도쿄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동물구조에 힘쓰는 자원봉사자와 지름 20㎞ 안의 사람은 무조건 대피하라는 소식에 허겁지겁 집을 떠났지만 기르던 고양이를 생각해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 사진 찍는 일보다 동물 구조에 더 힘쓰는 사진작가의 모습에서 따뜻한 희망을 본다. 그래서 더욱 착한 사람들, 착한 동물들의 노력을 무색하게 하는 비정상적인 사회와 핵발전소가 미워진다.

글 이성실/ 자연그림책 작가, 사진=오오타 야스스케, 책공장더불어

*위 글은 한겨레 환경블로그 물바람숲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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