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방사능피폭피해 전국 번져갈 것"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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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8 16:33
[이사람] “후쿠시마 방사능 피폭 피해 전국 번져갈 것”
히다 순타로(96) |
히로시마원폭
현장 진료한 의사 히다 순타로
30년간 3000여 피폭환자 진료
후쿠시마사고가 반핵운동 깨워
후손 위해 원전·핵무기
없애야
“후손들과 새로 태어날
그 모든 새로운 생명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멈추고 지구상의 모든 핵무기를 없애야 합니다. 원자력발전 역시 방사능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한번
폭발하면 핵무기보다 더 큰 피해를 가져옵니다”
17일 보건의료단체연합이
주최한 ‘2013 보건의료진보포럼’의 특별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히다 순타로(96)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히다는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6㎞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이를 지켜봤고 이후 피폭자를 진료해 온 의사로,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피폭의 위험성을 알리고 원자력발전소(원전) 반대 운동을 펼쳐 오고 있다.
그는 “1945년
히로시마 육군병원에서 군의관으로 일했는데, 원자폭탄이 떨어질 때 위급한 환자를 찾아 왕진을 하면서 6㎞ 떨어진 곳에 있어서 생명은 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히로시마에서 환자를 진료했던 그 역시 피폭 피해는 벗어날 수 없었다. 뼈 안의 골수에 기능 이상이 와 급성빈혈로
수혈받아 생명을 유지하기도 했다. 또 목숨은 건졌지만 의사로서 그는 더 비참한 광경을 보면서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겪게 됐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현장에서 폭사하지 않고 살아남았지만 방사능 피폭을 당한 이들은 40도에 이르는 고열이 나고, 입속이 시커멓게 썩어들어갔다. 피부에는 보라색
반점이 빈틈없이 생겨났고, 머리카락도 가발을 벗기듯 빠졌다. 눈과 코, 입, 항문의 점막은 들어가 피가 흘러내렸고, 결국 급성방사능증으로
죽어갔다.
환자들은 매우 많지만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방사능 피폭을 당해 본 현장에서 그 역시 아무 지식이 없는 의사로서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는 “내
자신이 피폭자인지도 몰랐고 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멀쩡하던 사람이 피폭 뒤 며칠 만에 갑자기 죽어가니 주민들의 두려움은 걷잡을 수 없었고 나
역시 의사로서 뭔가 해 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절망과 함께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폭파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았기 때문에 방사능 직접 피폭이 덜한 이들도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과 물, 그리고 공기를 먹고 마시면서 이른바 ‘방사능 내부피폭’을
당해 고통을 호소해 왔다. 이들은 저선량 내부피폭에 의해 만성 장애가 생긴 이들이었다. 하지만 당시 일본 정부와 미국은 원자폭탄의 피해를 줄이기
급급했다. 히다는 “원자폭탄에서 나온 방사능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미국은 군사 기밀로 숨겨왔고, 의사와 피폭자에게 침묵을 강요했다.
내부피폭을 당해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은 환자들은 ‘게으름뱅이’라거나 ‘꾀병을 부린다’고 비난받기 일쑤였다.
그는 30년 동안
3000여명의 피폭 환자를 진료하면서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수 없는 사실에 괴로워하다가 방사선 피폭 연구자들을 1975년 미국에서 만나게 됐다.
히다는 “미국에서 내부피폭을 연구한 이들도 정부의 탄압을 받았지만 양심을 지키며 연구하고 있었다. 그 뒤 미국과 독일에서 나온 보면서 동료들과
방사능 피폭에 대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방사능 누출 규모를 볼 때 히로시마 원자폭탄보다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돼 일본의 반핵 및 반원전 운동을 크게 활성화시킨
계기가 됐다. 원전에 있는 방사성 물질의 양이 비교가 되지 않게 많기 때문이다. 히다는 “지금도 후쿠시마 폭발 뒤 피폭은 계속 되고 있다.
공기와 물 그리고 흙이 오염돼 여기에서 나온 각종 음식물은 몸속으로 들어가 우리의 몸을 망가뜨리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문제다. 점차 아무런
이유없이 설사가 계속되고, 코피가 멈추지 않고, 구강염이 계속 되는 일이 후쿠시마부터 시작해 일본 전체로 확대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방사능
피해가 일본 전역을 덮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진보적 의사단체인 민의렌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반경 20㎞ 떨어진 지역에 사는 이들도 점차 방사능 피해를 받을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만이라도 오사카나 후쿠오카 등 멀리 떨어진 지역의 학교와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피폭 현장에 있었으면서도
90살을 넘긴 그가 오히려 피폭의 안전성을 증명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히다는 “히로시마 원폭 때에도 같은 자리에서 피폭된 2명의 고등학생
가운데 1명은 급성방사능증으로 사망했지만 다른 1명은 50살 넘게 살았다. 방사능의 취약성에 대한 개인차는 너무나 크다. 누가 죽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히다는 “일본은 50개
가운데 48곳을 제외한 2곳만이 가동되고 있으며, 한국도 20여개가 가동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중국에서 터지든 한국이나 일본에서 터지든 영향은
곧바로 전 세계로 퍼진다. 우리의 2세, 3세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원전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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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3년
3월 18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