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공포' 대진침대에 칼 빼든 검찰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검찰이 방사능 피폭 논란을 일으킨 이른바 '라돈 침대 사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대진침대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뤄진다면 이번 사건은 매트리스 사용으로 인한 정신·신체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지난 정권 하에서 발생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것과 비교해 비슷한 유형의 민생 사건이 새 정권 체제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소비자 고소 한 달 만에 압수수색…지난달 말 본격 수사 들어가
검찰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검사 이준엽)는 지난달 말 충청남도 천안에 있는 대진침대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최근까지 실무자급 관계자 10여명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라돈 침대 논란'은 5월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 물질인 '라돈'(Radon)이 검출되면서 시작됐다.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해당 매트리스에서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최고 9.3배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들은 매트리스 전량 회수를 요구했지만, 대진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늑장 대응 하면서 정부까지 나서며 사태가 확대했다.
이에 매트리스 사용자 180명은 대진침대와 대표이사 등을 상해 및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당초 고소인들은 대표이사 주소지가 충북 진천인 점을 고려해 청주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검찰 수뇌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해 사건을 식품·의약 안전 중점 검찰청인 서울서부지검으로 이송했다.
◇"대진침대,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 현혹"
고소인들은 대진침대가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 했으며 사태 해결에 진정성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진침대피해자모임'은 ▲라돈 관련 첫 보도가 나가기 전 이미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걸 알았음에도 보도 전까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 ▲라돈과 관련 있는 '음이온'이라는 단어를 보도 직후 홈페이지 제품 설명에서 삭제했다는 점 ▲리콜 후 교환해준 매트리스에서도 라돈이 검출됐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또 고소인들은 라돈이 검출된 음이온 파우더의 원료인 모자나이트에 인체에 해로운 방사능 성분이 있다는 걸 대진침대가 알면서도 이를 광범위하게 사용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음이온 물질을 통해 숙면을 취할 수 있고, 피로도 예방한다고 광고하면서도 방사능 물질이 포함됐다는 정보 제공은 전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대진침대 경영진의 사건 축소·은폐 시도와 함께 허위·과장 광고가 있었는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총력전' 돌입할 듯
검찰이 이번 사건을 지방에서 서울(서부지검)로 이송한 것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기조에 발맞추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권은 집권 첫 해인 지난해 이른바 '권력 적폐' 청산에 힘을 쏟은 데 이어, 집권 2년차인 올 해에는 국민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민생 영역의 부조리 등을 청산하는 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갑질 논란을 일으킨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라돈 침대 사건'은 현 정부가 대표적인 '생활 적폐' 유형으로 지목한 갑질·재개발비리 등과는 거리감이 있지만 민생 영역에서 국민 생활에 상당히 큰 파장을 일으켰던 만큼 검찰이 수사에 공을 들일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발생한 비슷한 유형의 '가습기 살균제' 파동 당시 검찰이 수사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만큼 국민의 불안감 해소라는 측면에서 수사에 더 힘을 실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대표는 "이번 사건 책임은 대진침대 뿐만 아니라 방사능 물질이 매트리스에 쓰이는 걸 방치한 정부에게도 있다"며 "철저한 수사와 함께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