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 회의했는데 근본 대책 '0'... 미세먼지대책위 1년 허송세월

초미세먼지(PM2.5)대기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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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 회의했는데 근본 대책 '0'... 미세먼지대책위 1년 허송세월

관리자 0 3308

2019.03.31 국민일보

정부는 2017년 11월 환경부 산하에 ‘미세먼지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맞춰 대통령 직속기구를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조직 비대화’ 비판을 우려해 한발 물러섰다. 대신 의료·자동차·발전업계 및 빅데이터 전문가, 환경단체 등에서 선정한 전문가 24명으로부터 정부 대책을 평가받고 분야별 중장기 대책을 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환경부 미세먼지대책위는 ‘겉핥기’에 그쳤다. 1년이 넘는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헛돌았다. 9차례에 걸친 회의의 대부분을 미세먼지 저감조치 등 기존 단기대책을 평가하는데 썼다. 분야별 대책 마련은 시작조차 못했다.

현재도 다르지 않다. 국무총리실 산하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범국가기구, 지방자치단체별 미세먼지위원회 등이 잇따라 만들어졌지만 ‘구심점’이 없다. 서둘러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국민일보가 환경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받은 ‘미세먼지대책위 활동 내역’을 보면 환경부 미세먼지대책위는 2017년 11월 발족한 이후 활동을 끝낸 지난해 12월까지 9차례 회의를 가졌다. 환경부는 출범 당시 “다양한 대책을 만들 예정”이라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미세먼지대책위는 9차 회의 중 대부분 회의에서 향후 위원회 보고서 작성방안, 토론회 개최 방안 등을 논의했다. 미세먼지 저감조치 등 기존 단기대책을 평가하고 후속조치로 보완하는 데 수차례 회의를 할애했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 규명을 위한 국제 연구, 미세먼지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 조사, 미세먼지 측정의 정확도 개선 방안, 미세먼지 발생원·지역별 맞춤정책 등은 단순히 ‘주제 발표’만 하고 넘어갔다.

미세먼지대책위원이었던 A교수는 “전문가들이 각자 분야에서 유용하다고 볼 수 있는 의견을 내놓더라도 실제 정책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1년 넘게 환경부가 시간 낭비만 하다 중장기 대책을 마련할 기회를 놓쳤다”고 꼬집었다. 환경부로서도 ‘할 말’은 있다. 미세먼지대책위가 법적 권한이 없는 자문기구라 정책을 짜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미세먼지의 공습’이 심해지면서 정부가 조직을 더 키웠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근본 대책을 마련할 동력이 여기저기 흩어져 ‘부지하세월’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 2월 총리실 산하에 미세먼지특별대책위를 만들었다. 특별법에 따른 법적 기구라 경유차 운행제한 등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시행할 법적 권한이 있다. 이달부터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범국가기구’도 설치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두고 국제 공조로 미세먼지 해결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통령 직속 기구와 총리실 위원회 중 어떤 곳이 ‘미세먼지 컨트롤타워’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총리실 위원회는 국내 미세먼지 대책을 총괄하는 반면 대통령 직속 기구는 국제 협력안을 짠다. 다만 미세먼지는 국내나 국외로 한정돼 발생하지 않는다. 한반도 전체를 넘어 중국과 러시아 일본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외로 역할 분담이 되더라도 각 기구의 대책이 서로 겹칠 수밖에 없다. 한 미세먼지대책위원은 “여기저기 미세먼지 관련 기구가 너무 많아 중지를 모으기 어렵다. 컨트롤타워를 정리해 국내와 국외를 아우르는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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