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지나는 당신, 오늘도 ‘발암 물질’ 들이마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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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지나는 당신, 오늘도 ‘발암 물질’ 들이마시는군요

최예용 0 7330

터널 지나는 당신, 오늘도 ‘발암 물질’ 들이마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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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3.07.07 

 

 

 

5일 오후 서울 남산3호터널 안에서 차들이 달리고 있다. 2009년~지난해 상반기 터널 안에서 측정한 발암물질 벤조피렌의 농도는 일반 대기 평균의 15배에 이르는 등 터널 안 유해물질과 미세먼지가 운전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홍지문·남산 3호 터널 ‘벤조피렌’ 다량 검출

지난 4일 저녁 퇴근시간, 직장인 김아무개(38)씨는 여느 날처럼 서울 내부순환로의 홍은진입로를 거쳐 홍지문터널로 향하고 있었다. 원래 막히는 시간대였지만, 이날따라 터널 진입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응급차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옆을 스쳐 앞서갔다. 20~30분 지나 터널 중간쯤 도착하니, 승용차 두 대가 한쪽에 비상등을 켠 채 정차해 있었다. 김씨는 매캐한 공기를 마시면서 터널 안에서만 30분가량을 견뎌야 했다. 김씨는 “터널 안의 공기가 얼마나 몸에 나쁜지 궁금했다”고 했다.

홍지문·남산3호 터널 ‘벤조피렌’
일반대기 평균의 최고 15배 달해
정릉터널선 16개 유해물질 검출

터널공기질 관리규정 달랑 2개
일산화탄소·질소산화물이 전부

오염물질 저감장치 기준도 없어
용마터널 환기탑 공기정화율 9%
주변 주택가·학교에 그대로 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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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술한 터널 공기 관리 홍지문터널은 서울 북부 교통의 동맥이라 할 내부순환로의 중심축이다. 길이 1893m로, 바로 이어진 정릉터널(1657m)과 합치면 3㎞가 넘는 국토교통부 기준 1등급의 ‘장대터널’이다. 교통 흐름이 좋으면 몇 분 안에 빠져나오지만, 중간에 사고라도 나면 터널 안에 갇힐 수밖에 없다. 사고가 없어도 홍지문터널~정릉터널 구간은 출퇴근 때 상습 정체구간이다.

서울 시내 도로에 모두 37개의 터널이 있다. 둘러가는 것보다 빠르지만, 터널 내부의 공기에 포함된 미세먼지와 유해물질은 운전자와 동승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교통정체 등으로 터널 내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차량의 외부공기 유입 차단 장치도 완벽한 구실을 못한다.

시민들의 걱정처럼 터널 내부의 공기질 관리는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은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에 대한 규정밖에 없다. 그나마 환경법령이 아닌 건설법령의 부칙에 있다. 터널 내 환기시설 설치 때 적용되는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은 “일산화탄소 100ppm(대기 1㎥의 0.01%) 이하, 질소산화물 25ppm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대기오염물질 허용기준인 대기환경 기준에 견줘 훨씬 느슨하다. 대기환경 기준은 ‘일산화탄소 1시간 평균 25ppm 이하, 질소산화물인 이산화질소 1시간 평균 0.1ppm 이하’이다.

터널 내부 공기엔 두 가지 말고도 유해물질이 여럿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홍지문터널과 남산3호터널에서 검출된 발암물질 벤조피렌의 농도는 일반 대기 평균의 15배에 이르렀다.

홍지문터널의 벤조피렌은 2009년 1.53(㎍/㎥), 2010년 2.66, 2011년 0.93이었다. 남산3호터널은 이보다 많은 3.46, 2.2, 10.6으로 나왔다. 일반 대기 평균이 0.35이니 남산3호터널은 15배, 홍지문터널은 5배가 많은 셈이다. 2007년 서울 보건환경연구원이 정릉터널을 조사했을 때도 벤조피렌을 비롯해 모두 16가지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이들 모두 기준치 이상이었다.

석면처럼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1군 발암물질 벤조피렌은 특히 경유차의 배기가스에 많다. 벤조피렌 등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는 환경에 유출되면 지속적인 오염을 일으킨다. 자연분해가 안 되며, 오랫동안 대기나 토양 혹은 수중에 존재하면서 암이나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때문에 운전자가 남산3호터널 안 공기를 그대로 들이마시는 것은 15명의 흡연자가 동시에 담배를 피워대는 밀폐된 흡연실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국감에서 이종훈 의원의 질의에 “도로터널 공기질에 대해 연 2회 전문기관에 의뢰해 측정하고 있으며, 터널 내 공기오염도 증가 때 즉시 환기장치를 가동해 법적 기준치의 10분의 1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기준치 자체가 허술하다는 점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 외부 배출도 문제 터널 내부 공기질은 오염된 공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외부로 빼내느냐에 달렸다. 서울 남산·구룡·홍지문터널 등 1990년대 이전에 뚫린 터널은 오염저감장치를 따로 설치하지 않아, 내부 공기를 대형 환풍기를 이용해 밖으로 빼낼 뿐이다. 출입구 쪽에 민가가 없는 게 다행이다.

최근 완공된 터널은 출입구가 아닌 별도의 환기탑을 설치해 오염된 공기를 빼내면서 오염저감장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저감 기준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환기탑 주위의 대기환경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준이 없다 보니 주변 지역의 여론에 따라 오염저감장치의 용량이 들쭉날쭉한 실정이다.

내년 상반기 개통될 예정인 서울 중랑구 면목동~경기도 구리시 아천동 구간의 용마터널이 대표적이다. 용마터널은 터널 내 오염물질을 인근 아파트와 초등학교에 그대로 내뿜는 구조로 공사를 하고 있다.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의 시작점인 관악터널이 오염 공기를 100% 정화하도록 설계된 것과 대조된다.

서울환경연합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서울시 자료를 보면, 용마터널의 터널 내 배출공기 총량은 초당 550㎥이다. 입출구로 자연환기되는 161㎥와 대형 환풍기로 뽑아내는 192㎥를 뺀 나머지 197㎥는 집중배기 환기소를 통해 내보낸다. 그런데 이 환기소는 중랑구 면목동 방향 용마터널 출구 쪽에 설치돼 있고, 인근 아파트와 초등학교와 각각 60m, 200m 떨어진 곳에 있다. 문제는 이곳으로 터널 내 공기가 유해물질을 그대로 머금은 채 뿜어져나온다는 것이다.

이 환기소엔 오염저감장치가 설치되지만, 설계용량이 초당 18㎥에 불과하다. 환기소를 통해 빠지는 초당 197㎥의 배출공기 가운데 9%만 정화할 수 있을 뿐이다. 미세먼지와 벤조피렌 등 유해물질이 걸러지지 않은 채 아파트와 학교 쪽으로 흩뿌려지는 것이다. 이는 터널 내 오염물질 저감장치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자가 주변 민원이나 비용 등을 고려해 임의로 저감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9%만을 정화하는 용마터널의 오염물질 저감장치의 도입 비용은 18억5000만원인 반면, 터널 내 공기를 100% 정화하도록 설계된 관악터널의 먼지 등을 없애는 제진필터는 120억원이다. 관악터널의 한쪽 출구는 서울대학교 정문을 향해 있다. 이승진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이대로 용마터널이 완공되면 면목동 일대 주민들이 배기가스 등 오염물질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추가 오염저감장치를 설치하는 한편, 터널 내 대기질을 규정하는 더욱 면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총체적인 규정 정비 필요 서울 곳곳 도로에 터널이 늘고 있다. 신림~봉천터널(신봉터널, 5.58㎞), 관악터널(4.83㎞)이 공사중이고, 특히 설계단계인 제물포터널(양천구 신월IC~여의도, 7.53㎞), 서부간선지하도로(11.9㎞)가 뚫린다면 터널 내부 안전 문제와 함께 공기질 관리가 발등의 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용마터널의 오염물질 예상농도는 현행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다. 용마터널 민자사업 기본실시설계보고서를 보면, 면목동 출구 쪽의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136.6ppb(10억분의 1, 대기 1㎥ 중 136.6㎣ 함유), 74.2㎍/㎥였다. 이는 국내 대기환경 기준치인 이산화질소 연간 평균치 100ppb, 미세먼지 50㎍/㎥를 초과하는 수치다. 지금 이대로 공사를 마무리한다면 면목동 출구 쪽 대기질은 크게 악화될 게 뻔하다.

이종태 고려대 교수(환경보건학)는 “일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외에도 미세먼지나 벤조피렌 같은 유해물질이 터널 내에 있지만 규제되지 않고 있다. 직업 때문에 상시적으로 터널을 다녀야 하는 사람들, 심폐질환자 같은 건강 약자들에 대한 보호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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