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혈관 막는다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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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6 16:24
고열량 식단·운동 부족·흡연 외에도… 미세먼지가 혈관 막는다 |
심혈관질환 주범 죽상동맥경화 |
문화일보 2013년 6월25일자 기사
초미세 먼지와 스트레스, 폭음이 동맥경화의 위험을 높인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들 요인은 특히 대도시에서 일하는 직장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들이어서 주목된다. 이미 고열량 식단, 운동 부족, 흡연 등 현대인에게 익숙한 생활습관이 심장질환과 관련성이 높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외에도 직장인들이 매일 맞이하는 초미세 먼지, 스트레스, 폭음 같은 환경적 요인이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이어져 주의가 요구된다.
◆심혈관 질환의 주범, 동맥경화 = 흔히 동맥경화라 불리는 ‘죽상동맥경화증’은 죽상경화증과 동맥경화증이 혼합된 말이다. 죽상경화증은 오래된 수도관 안에 녹이 슬고, 이물질이 붙어 지름이 좁아지는 것처럼 혈관 안쪽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죽종이 형성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죽종은 혈관 벽에 붙어 끈적한 혈전(피떡)을 만들어내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이 계속 쌓이면서 혈관을 막는다. 이와 비슷하게, 동맥경화증 역시 혈관 중간층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혈관의 탄성이 약해지고, 지름이 줄어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킨다.
동맥경화의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고지혈증, 고혈압, 운동부족, 흡연 등으로 인해 촉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맥경화는 관상동맥증후군, 협심증, 심근경색(심장마비) 등의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경색과 뇌출혈(중풍) 등 뇌졸중, 신부전, 허혈성 사지질환 등 다양한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
◆초미세 먼지, 스트레스, 폭음 등도 동맥경화 위험 높여 = 최근 미국 등 세계 각국 연구진들은 초미세 먼지, 스트레스 등 대도시 직장인이 필수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주변 요인들과 죽상동맥경화의 상관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 사라 아달 교수팀은 45∼84세의 심장질환이 없는 참가자 5300여 명을 대상으로 집 실내 공기오염 수준을 조사하고 2년6개월간 경동맥 두께를 비교한 결과, 초미세 먼지(지름 2.5㎛ 이하)가 많은 곳에서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경동맥 두께가 매년 0.014㎜씩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4월 ‘PLoS Medicine’지에 발표했다. 특히 머리와 목,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은 미세입자 노출농도가 심할수록 급속히 좁아져 죽상동맥경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초미세 먼지의 농도가 높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연구결과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1∼2012년 서울을 비롯한 전국 11곳의 측정소에서 초미세 먼지를 측정한 결과, 절반이 넘는 6곳에서 기준치(25㎍/㎥) 이상의 초미세 먼지가 측정됐다. 이는, 뉴욕(13.9㎍/㎥)과 런던(16㎍/㎥)보다 높은 수준으로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트레스와 폭음 역시 동맥경화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대 연구팀은 직장인 9만여 명의 건강진단 자료와 지난 1년간 직장에서 겪은 스트레스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직장인들의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과잉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반면,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염증이 촉발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한 달에 6번 정도 폭음하는 대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폭음자들은 혈류량을 조절하는 혈관 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되면 혈류가 줄고 혈관이 굳어 불순물이 혈관 벽에 잘 쌓이게 되는데, 이런 현상은 폭음 후 3~4일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동맥경화 주 원인인 고지혈증부터 잡아야 = 초미세 먼지와 스트레스, 폭음 등으로 인해 죽상동맥경화로 가는 길목에는 고지혈증이라는 질환이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미세 먼지 등 환경적 요인을 제어하기 어려운 만큼 관리가 비교적 쉬운 고지혈증부터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지혈증은 죽상동맥경화의 주 원인으로, 혈액 내 나쁜 콜레스테롤(240㎎/??이상)이나 중성 지방(200㎎/??이상)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진 경우를 의미한다. 국내 고지혈증 환자는 이미 2010년 100만 명을 넘어섰고, 성인 4명 중 1명이 고지혈증 의심환자라는 통계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고지혈증 환자 중 스스로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는 사람은 46.1%밖에 되지 않고,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의 비율은 34.9%에 그칠 만큼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고지혈증 환자는 혈관 건강관리를 위해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식이요법 및 운동요법을 실시해야 한다.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산이 함유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가급적 요리를 할 때 식물성 지방을 사용하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채소나 과일을 섭취해야 한다.
요리방법으로 가급적이면 튀김보다는 구이, 볶음보다는 무침을 선택한다. 걷기와 수영, 등산, 에어로빅, 자전거타기 등 일상 속에서 편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감소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증가시킬 수 있다.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약물 요법이 도움이 된다. 고지혈증은 간단한 혈액검사로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20세 이상부터 5년, 유병률이 높아지는 50세 이상부터는 3년에 한 번 검진이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