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타당성도 정당성도 부족한 밀양 송전탑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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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타당성도 정당성도 부족한 밀양 송전탑 공사

최예용 0 4069

경향신문 사설, 2013년 10월2일자

한국전력공사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은 타당성도 정당성도 의문시되는 조치다. 한전은 어제 새벽 군사작전을 벌이듯이 경찰력과 직원을 투입해 현장을 통제한 뒤 오늘부터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신고리 3·4호기의 준공에 대비하고 내년 여름 이후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송전탑 건설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전은 또 주민·국회·정부·밀양시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와 ‘밀양 송전탑 갈등 해결을 위한 특별지원협의회’ 등을 통해 공사의 타당성에 대한 기술적 검토와 갈등 조정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 재개의 명분을 충분히 쌓은 것처럼 말하지만 그 내막을 보면 일방통행식 주장과 강변투성이다.

신고리 3·4호기에서 생산된 전기의 송전과 내년 여름 전력수급 안정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의 절실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한전이 제일 명분으로 삼는 신고리 3호기의 내년 여름 이전 가동은 한전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신고리 3호기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난 ‘비리원전’임은 천하가 아는 일이다. 비리원전의 준공 시기가 내년 여름 이전이라면 위조부품을 교체하지 않고 그냥 가동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정부와 한전은 공사를 강행하기에 앞서 그에 대한 확실한 소명부터 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우회 송전이나 지중화가 어렵다는 전문가협의체의 결론이 주민·야당 측 추천위원의 의견을 배제한 ‘반쪽짜리 보고서’에 입각한 것임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설사 신고리 3호기의 내년 여름 이전 가동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3개 345㎸ 송전선으로 우회 송전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게 반대 측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노후 원전인 고리 1~4호기가 2025년까지 가동을 중단하면 신고리 5·6호기까지 가동되더라도 기존 선로로 송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밀양 765㎸ 송전선로 자체가 필요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엄청난 재원 낭비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국책사업을 밀어붙여야 할 다른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소통 노력과 갈등 조정에 대해서도 한전은 일방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한전은 “지역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고 수용 가능 여부를 성심껏 검토해왔다”고 말하지만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진지한 대화 노력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금도 쟁점 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TV 토론과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 타당성이 충분히 납득되지 않고 기술적으로도 이견이 존재하는 마당에 충돌을 무릅쓰고 공사를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 국민의 눈길이 쏠린 밀양 송전탑 문제는 현 정부의 갈등 처리 방식을 보여주는 표본이기도 할 것이다. 정부와 한전은 지금이라도 공사를 일단 중단하고, 송전탑이 꼭 필요하다면 공론의 장에서 반대자와 국민을 납득시킬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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