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무엇이문제인가-②]도시는 땅속으로, 농촌은 땅위로-고압송전선 '도농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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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무엇이문제인가-②]도시는 땅속으로, 농촌은 땅위로-고압송전선 '도농차별'

최예용 0 5592

[송전탑, 무엇이 문제인가]도시는 땅속으로, 농촌은 땅위로… 고압 송전선 ‘도농 차별’

경향신문 시리즈기사 두번째, 2013년 10월4일자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새말 인터체인지(IC)로 빠져나가 20분가량 주행하다보면 강원 횡성군 청일면이 나오면서 주변 풍광이 크게 달라진다. 산림이 우거진 짙푸른 숲은 끊어지고 765㎸ 규모의 대형 송전탑들이 산허리를 타고 고슴도치 가시처럼 80여개나 박혀 있다. 촘촘히 들어선 30층 아파트 높이의 송전탑에 가려 하늘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횡성군 이장협의회 권용준 회장은 “전기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많이 쓰는데 왜 괴물 같은 송전탑을 전기도 적게 쓰는
시골 마을에 세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일면과 달리 서울은 송전탑은커녕 전신주도 찾아보기 힘들다.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 때문이다. 전기공급에도 도농차별이 발생한 것이다.

▲ 송전탑, 서울서 멀수록 많아… ‘초고압’도 지방·농촌만 설치
“생존권에 비용 타령 말아야”


■ 대도시는 지중화, 지방은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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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송전하는 데는 크게 산이나 들에 송전탑을 세우는 방법과 6만6000V 이상의 고압송전선과 가정용 배전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땅속에 전선을 묻으면 송전탑 등이 필요없어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는다. 대형전선이 얼기설기 지나지 않아 도시미관에도 도움을 준다. 그러나 건설비용이 송전탑보다 몇 배나 더 들어간다. 지하철 공간처럼 콘크리트 터널을 만들어 전선을 넣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345㎸를 지중화할 경우 대형 토목공사가 필요하고, 전선 등 건설 자재값이 비싼 데다 인건비를 더하면 비용이 6~10배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는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는 지중화 작업을 주로 하고 산간지방은 대부분 산허리에 송전탑을 세우고 있다.

한국전력이 밝힌 전국의 송전탑 지중화율이 8월31일 현재 10.7%에 그치는 것도 대도시에만 지중화 작업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화가 덜 진행된 밀양 등 전국 산간·시골마을에는 765㎸의 대형 송전탑이 세워지고 자연스레 주민들은
전자파 발생 피해에 더 많이 노출돼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다.

실제 송전탑 지중화율은 서울 같은 대도시와 농촌 등 지방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서울의 경우 88.2%가 지중화돼 있다. 이 밖에도 인천 60.7%, 부산 41.5%, 광주 37.4% 등으로 대도시의 지중화율이 전국 평균 송전탑 지중화율의 4배에서 최대 8배에 이른다.

■ 765㎸ 대신 345㎸로 지중화해야

송전탑 종류도 지역적인 편차를 보이고 있다. 한전
자료를 보면 가장 대형인 765㎸ 송전탑은 전국적으로 902기가 세워져 있다. 이 대형 송전탑은 강원도에는 335기가 밀집해 있다. 경기도와 충남에는 각각 252기와 236기가 있다. 반면 서울을 비롯한 인천·대전·대구·부산·광주 등 대도시에는 765㎸ 송전탑이 하나도 없다. 서울에는 가장 작은 규모인 154㎸ 송전탑이 195기 세워져 있다. 송전탑 건설에도 지역적인 차별이 벌어진 것이다.

대형 송전탑은 전자파가 많이 발생하고 수용지역도 넓어 주민들에게 더 큰 피해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양 등 송전탑 건설 인근 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민들은 765㎸ 송전탑을 지중화하는
기술이 없다면 그보다 전압이 낮은 345㎸로 바꿔 지중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765㎸ 송전선로가 마을을 지날 때는 345㎸로 바꿀 수 있도록 2개의 변전소를 건설하면 된다. 비용이 많이 들고 공사기간도 늘어나지만 지역민원을 줄일 수 있다.

지방에 발전소가 집중돼 있다 보니 서울 등 멀리 떨어진 대도시로 전기를 보내려면 대용량의 765㎸ 송전탑 건설이 효율적이라는 정부나 한전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도시는 빌딩 유리창과 옥상에 태양광발전 시설 등을 설치해 전기 자급률을 높이고, 산업단지에는 가스열병합발전소를 함께 지으면 대형 송전탑을 많이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국민 평등권과 생존권, 행복추구권을 생각한다면 정부는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마을 주변 등에는 765㎸ 송전탑을 건설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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