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헉, 고압송전선로 아래서 형광등이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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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헉, 고압송전선로 아래서 형광등이 켜진다...

관리자 0 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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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설명을 보완합니다. 형광등에 불이 켜지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전기장과 자기장을 같이 발생시키는데 이 들을 전자기장이라고 부릅니다.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전기장입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고압송전선로 전기장을 2002년 잠재적발암물질인 Group2B로 구분했습니다. 반면 전기장은 건강관련성이 확인되지 않는  Group3입니다. 문의,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choiyy@kfem.or.kr>

핫팩으로 카메라 녹여가며...
-10도, 10시간, 5000장의 사진

[取중眞담] <오마이뉴스> 기자들의 765kV 당진 송전탑 촬영 뒷이야기

14.01.10 10:12l최종 업데이트 14.01.10 12:24l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모든 것의 시작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밀양 송전탑에 관한 기획물(원전과 송전탑 그리고 정부의 거짓말) 제작을 막 마치고 여운이 남아있을 무렵. 팀장이 저를 불러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송전탑 아래에서 빛나고 있는 한 자루의 형광등 사진이었습니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광선검 같다'며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사진을 바라보던 저의 얼굴은 이어진 팀장의 한마디에 공포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도 한번 해볼까?"

순간 저도 모르게 팀장의 얼굴에 다스 베이더가 오버랩 되었습니다.

다스 베이더 같던 팀장의 얼굴, 그게 시작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공만 한다면 재미있는 기획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에 765kV 송전탑이 지나는 지역은 현재 공사 중인 밀양을 제외하면 크게 2곳. 울진에서 시작해 태백을 거쳐 가평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송전선로와 당진에서 시작해 서산을 거쳐 안성을 잇는 또 다른 송전선로가 있습니다. 그 중 우리는 대규모 화력발전소와 초고압 송전탑 때문에 주민들이 많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충청남도 당진을 최종 후보지로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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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지어 서 있는 765kV 송전탑 충남 당진 왜목마을 일대에 설치된 765kV 송전탑이 줄지어 서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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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마이뉴스> 방송팀원들은 형광등 하나 달랑 들고 당진으로 사전 답사를 떠났습니다. 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안내로 당진화력발전소 부근을 둘러보았습니다.

당진화력발전소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해돋이로 유명한 왜목마을에서 불과 3km 떨어진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해 보니 거대한 규모의 발전소는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을 모두 집어 삼켜버릴 만큼 위압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발전소로 부터 마을을 가로질러 뻗어나가는 높이 100m의 765kV 초고압 송전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전 답사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실제로 형광등에 불이 들어올까?'였습니다. 사진으로만 봤을 뿐 실제 송전탑 아래에서 형광등에 불이 들어온 것을 눈으로 본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형광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아쉽지만 우린 쓸쓸히 다음 기획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날이 저물기를 기다렸습니다. 주변이 깜깜해져야 형광등에 불이 들어오는지 구분이 가능할 테니까요.

해가 완전히 저물고 지평선을 붉게 물들였던 노을도 산 너머로 사라지자 형광등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런 전기 장치도 연결하지 않고 그냥 흙바닥에 꽂아두기만 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물론 우리가 집이나 사무실에서 보는 것처럼 환하게 빛나지는 않지만, 분명 육안으로 빛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멀리서 보면 도깨비불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답사를 함께 갔던 팀원들 모두 촬영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핫팩으로 카메라를 녹여가며 새벽 2시까지 촬영

답사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구체적인 촬영 계획을 세웠습니다. 우선 촬영은 '타임 랩스' 기법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타임 랩스는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찍은 사진을 이어 붙여 동영상을 만드는 촬영 기법입니다. 하늘의 별자리나 도시의 야경을 찍을 때 많이 사용하는 기법인데, 여러분도 아마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다음은 얼마나 많은 형광등을 세울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형광등이 많을수록 시각적인 효과는 더 커질 테니까요. 40~50개 정도의 형광등을 구입하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그것은 촬영 후에 또 다른 환경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해 폐형광등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폐형광등을 수집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어서, 저와 제 동료기자는 촬영 전 회사 근처의 아파트 단지와 주민센터에 비치된 폐형광등 수집함을 샅샅이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촬영 당일인 6일 <오마이뉴스> 방송팀과 사진팀 기자들은 당진에 있는 765kV 송전탑 앞에 섰습니다. 우선 준비해온 50개의 형광등을 일정한 간격으로 땅에 꽂아 놓고 해가 지기를 기다렸습니다.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던 터라 식사도 주변식당에서 공수해 현장에서 돗자리를 깔고 먹었습니다. 캠핑장도 아닌 당진의 한 농로에서 영하권의 날씨에 바닷바람까지 불어 살얼음이 얼기 시작한 짬뽕국물을 호호 불어 먹으며 곧 닥쳐올 길고 시린 밤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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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충남 당진 당진화력발전소 인근의 송전탑 아래에서 촬영 준비를 마치고 식사하는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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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충남 당진 당진화력발전소 인근의 송전탑 아래에서 촬영 준비하는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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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밤이 되자 형광등에 하나 둘 불이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폐형광등이라 그런지 일부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형광등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불이 밝혀진 것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타임 랩스 촬영을 위해서는 한 컷 한 컷 찍을 때마다 카메라의 위치를 조금씩 이동시켜 촬영하고 이것들을 이어 붙여 짧게 압축시켜 영상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촬영하는데도 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론적으로 1초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30여 장의 사진이 필요했습니다. 그날 촬영에서는 테스트 컷을 포함해 약 5000여 장이 넘는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촬영 기법 자체도 어려웠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내려가는 온도는 저희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훌쩍 넘어가는 추위에 현장 기자들은 온몸으로 고통을 느껴야 했습니다. 발은 얼어붙어 점점 감각이 무뎌지고 있었고 추위를 줄이고자 잔뜩 움츠려 있던 탓에 온몸의 근육과 관절들은 살려달라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촬영 장비들도 마찬가지여서, 장비에 서리가 내려앉아 기자들이 가지고 있던 핫팩으로 카메라를 녹여가며 촬영해야 했습니다. 컷이 바뀔 때마다 내가 어쩌자고 이 기획을 한겨울에 했을까 하는 푸념을 기도문처럼 외우며 촬영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렇게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촬영은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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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충남 당진 왜목마을 일대에 설치된 765kV 송전탑 아래에서 전자파의 영향을 실험하기 위해 설치한 형광등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형광등은 송전탑 선로와 가까울수록 활발한 반응을 보였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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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충남 당진 왜목마을 일대에 설치된 765kV 송전탑 아래에서 전자파의 영향을 실험하기 위해 <오마이TV> 강신우 기자가 실험을 하고 있다. 형광등은 송전탑 선로와 가까울수록 활발한 반응을 보였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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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압송전탑 아래에서는 어떻게 형광등이 켜졌을까

그런데 아무런 전기장치도 연결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초고압송전탑 아래에서는 형광등이 켜졌을까요? 송전선처럼 전류가 흐르는 곳에는 전자기장이 형성되고, 전자기장에 의해 전자파가 생성됩니다.

이 전자파의 원래 명칭은 '전기자기파'인데요, 이는 전기파와 전자파를 합친 말이기도 합니다. 송전탑 아래에서 형광등이 켜지는 원리는 바로 이 전기파에 의해서 입니다. 이 전기파가 형광물질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죠. 전기파는 사람에게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문제는 자기파입니다. 이 자기파가 인체에 여러 유해한 형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전자파가 몸에 안 좋다'고 할 때의 전자파도 이 자기파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기사(관련 기사 : 765kV 송전탑 아래선 전기 없어도 불이 들어온다)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한국전력이 대한전기학회에 용역 의뢰한 <가공송전선로 전자계 노출량 조사 연구>라는 보고서를 분석한 장하나 의원실에 의하면 765kV 송전탑 주위 80m 이내에서 평균 3.6mG(밀리가우스/전자파의 세기 단위)의 전자파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같은 조사에서 345kV는 40m 이내에서 평균 4mG, 154kV 20m 이내에서 평균 3.3mG를 기록하는 등 송전용량이 높을수록 전자파의 세기가 세지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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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충남 당진 왜목마을 일대에 설치된 765kV 송전탑 아래에서 전자파의 영향을 실험하기 위해 설치한 형광등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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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충남 당진 왜목마을 일대에 설치된 765kV 송전탑 아래에서 전자파의 영향을 실험하기 위해 설치한 형광등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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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자파가 인체에 실제로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국제적으로 명확히 인정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해외의 여러 연구들은 전자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면 1~2.9mG의 전자파에 노출된 아동들의 백혈병 유발률은 1.5배, 3mG 이상의 전자파에 노출된 아동들의 경우에는 3.8배 높다고 합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IARC)에서는 송전탑 전자파의 발암 위험성을 '2B'등급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1등급, 2A등급, 2B등급, 3등급, 4등급 중 세 번째인 '2B'등급은 제한적인 증거가 있는 발암가능 물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전력에서는 이와 관련해 "전자파에 관한 여러 연구 중의 하나일 뿐"이라며 "확증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해 왔습니다. 또한 송전탑에서 나오는 것은 '전자계'라며 '전자파'와는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한전 측에서 설명하는 '전자계'란, 저주파대역(주파수 범위 0Hz~300Hz)에서 발생하는 전파로 고주파(3kHz~300GHz) 대역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는 그 성질이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이런 구분을 두고 '핵발전'이냐 '원자력발전'이냐를 구분하는 것과 같다며 결국 본질은 같다고 반박합니다.

한전은 밀양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전자파 문제가 제기되자 전자파가 미치는 영향권(위 조사에 80m이내)에는 집이 1가구밖에 없다며 그 위험성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한전의 말대로 설령 그 지역에 집이 없다고 할지라도 그곳은 지역주민 대부분의 일터입니다. 우리가 하루 종일 일하는 사무실 위로 초고압 송전탑이 지나간다고 상상하면 분명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실제로 고압 송전탑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서산시 팔봉면 지역 주민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345kV의 전력선이 흐르는 이 지역에서는 송전탑이 세워진 이후 지난 10년간 마을 주민 73명 중 25명이 암에 걸렸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 중 3분의 1가량이 암에 걸린 셈이지요. 이 지역 주민들은 아직 전자파의 위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다른 보상이나 대책을 지원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실제로 암이 초고압 전력선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 역학조사라도 해달라고 하고 있지만 정부와 한전은 이마저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현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송전탑과 관련된 갈등은 좀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국제적으로 아직 위험성이 입증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그냥 넘기기에는 부정적인 연구 결과물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실제 피해를 호소하며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민들을 안심시켜야 할 정부와 한국전력은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국민들이 알아서 잘 피해야 할 문제'라며 떠넘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송전탑에서 발생되는 전자파는 독이 묻어 있는 사과와 같습니다. 그 사과는 분명 달고 맛있지만 독이 묻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먹는 사람은 사과만 먹는 것이 아니라 독도 함께 먹는 것입니다. 독이 묻어 있는 사과를 놓고, 사과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먹어도 된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독사과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것을 피할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시민들이 아닌 정부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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