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삼선생님편지] 밀양의 친구들, 미니팜 협동조합
안녕하세요, 이계삼입니다.
다시 또 인사를 드립니다. 사람을 놀래키는 기습적인 무더위네요. 먼저 안부를 여쭙습니다.
6.11 행정대집행이 벌써 오늘로 한 달이 되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울적한 기분으로 잦아들기도 했고, 대책위 사무국장이라는 책임만 없었더라면 잠시라도 훌쩍 떠나고도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의 힘이란 실로 놀라운 지라, 이제는 가라앉을 것은 가라앉고 떠 있는 것은 떠 있는 그런 자리까지는 저를 옮겨 주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잘 지내고 계십니다. 그러나 속내는 여전히 복잡하고, 또 한분 한분에게는 내면적인 괴로움이 가지시를 않는 것 같습니다. 마을 안팎으로도, 후유증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국전력, 경찰, 큰 적들에 대한 분노는 매우 손쉽게 가까운 이웃에 대한 원망과 분노, 혹은 폭력으로 투사되기도 합니다.
마을 공동체는 찬성과반대로 쫙 갈라져서, 과연 회복될 수 있을까, 싶은 절망적인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 주민들은 여러 종류의 압박을 여전히 받고 있습니다.
요 며칠은 아래 소개하는 시가 계속 귓전을 맴돌았습니다. 군국주의 시기 일본에서 불우한 짧은 한 생애를 살았지만, 별처럼 영롱한 정신으로 지금도 반짝이고 있는 미야자와 겐지의 시입니다.
<비에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1896~1933)
비에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않고
눈보라와 여름더위에도 지지않고
튼튼한 몸으로 절대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웃는 얼굴로
하루 현미 너 홉과
된장과 나물을 조금 먹고
모든 것을 자기계산에 넣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조그만 초가 오두막에 살아
동쪽에 병든 어린이가 있으면
가서 간호해주고
서쪽에 고달픈 어머니가 있으면
가서 그의 볏단을 져다드리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무서워 말라고 위로하고
북쪽에 싸움과 소송이 있으면
쓸 데 없는 짓이니 그만두라 하고
가뭄이 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