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의봄] “이거라도 안 하면 내가 병이 날 것 같다”
밀양 주민들의 호소를 대신 전하다 (이계삼 /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사무국장)
연대(連帶)는 심오하고 가장 매력적인 의식(儀式)으로서 삶의 자리에서 역사를 만드는 하나의 길이 된다 – 교황 프란치스코, <복음의 기쁨> 중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75세 윤여림 어르신이 오늘 몫의 3천배를 올리고 있을 것이다. 지난 주말, 윤어르신이 대책위 사무실로 찾아와서 상경 계획을 밝혔을 때, 특유의 말간 웃음까지 머금으시며 ‘대책위가 좀 도와도고~’ 하시는데, 가슴이 콱 막혀왔다. ‘어르신, 참으세요, 어르신 마음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근데요, 74세 노인이 음독자결을 해도 눈도 깜짝 않고 하던 공사 계속 하던 놈들 아닙니까? 저놈들 어르신이 육천배가 아니라 육만배를 해도 미동도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여론이 움직일까요? 이제, 기자들 밀양 문제에 관심도 없습니다. 몸도 성찮으신 양반이 외롭게 절하시는 모습, 너무 처절합니다. 저놈들한테 그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우리 마음만 아플 뿐이에요~’ 그러나 어르신 면전에서 이런 이야기를 던지지는 못했다. 어르신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고 계셨을 것이다. 내가 거절하니, 당신이 직접 기획사를 찾아가서 몸자보를 제작해서 맞추셨다. 마지막 설득을 위해 댁을 찾아가 사모님과 함께 자리에 앉았을 때, 어르신은 “이거라도 안 하면 내가 병이 날 것 같다”고 하셨다. 달리 도리가 없었다.
윤어르신의 마음이 지금 밀양 주민들의 마음이다. 내 마음이 네 마음이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병이 날 것만 같은 마음. 3천의 병력이 매일처럼 노인들을 들어내고 고착 감금했지만, 주민들은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한전이 던진 ‘돈’이 사람들을 갈라세웠고, 분열의 공포가 주민들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한전은 ‘공사 끝날 때까지 합의 안 하면 당신 마을과 당신 앞으로 배정해 놓은 돈을 회수하겠다’는 노골적이고도 참담한 간계를 공문으로 띄웠다. 이 협박이 철옹성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지금 마지막까지 버티는 마을은 전체 30개 중에서 5개 마을, 개별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는 주민은 전체 3천7백여명 중에 10% 남짓이다.
며칠 전에는 꿈을 꾸었다. 보라마을 어르신들이 보였는데, 그분들과 다른 마을 주민들은 아무 표정 없이 조용히 식사만 하고, 나와 젊은이들이 영문을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꿈이었다. 내 마음자리가 그렇고, 어르신들이 또한 그러할 것이다. 4주전, 산외면 보라마을 합의 소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