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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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밀양 송전탑

최예용 0 4958
[중앙일보] 입력 2013.10.02일자 기사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2013년 9월 12일자 30면>
밀양 송전탑 공사는 재개돼야 한다


8년여를 끌어 온 밀양 송전탑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어제 직접 밀양에 내려가 주민들과 보상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송전선로 반대대책위 측이 여전히 “공사를 재개하면 목숨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버티고 있어 완전 해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정 총리는 300억원 규모의 태양광발전설비 지원 등 총 555억원 규모의 보상을 약속했다. 핵심은 지역특수보상사업비다. 애초 협상 제시액보다 20억원을 늘린 185억원을 책정했다. 특히 그중 40%인 74억원은 1800여 세대 주민들에게 직접 나눠주기로 했다. 가구당 약 400만원 정도다. 주민들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였다.

 애초 송전선로와 관련한 보상은 간접보상만 가능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자 정부와 한국전력은 법을 바꿔가면서까지 밀양 주민 지원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9월 국회에 주민에 직접 개별보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송·변전 설비 주변시설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올려놓았다. 이 법의 첫 수혜자가 밀양 주민이 될 전망이다. 이 정도면 정부로선 할 만큼 한 셈이다. 되레 ‘버틸수록 더 보상받는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까 걱정일 정도다.

 그런데도 반대 측은 요지부동이다. 협의를 거부한 채 ‘송전선 지중화(地中化)’ 요구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중화에는 12년의 시간이 더 걸리고, 2조7000억원이 더 들어가 현실성이 없다는 결론이 이미 나와 있는 상태다. 이는 지난 7월 반대대책위가 요구해 만들어진 전문가협의회가 40여 일간 논의한 끝에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자신들이 추천한 전문가들도 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했지만 반대대책위는 이것도 거부한 것이다. 이래서야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밀양 송전탑은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지역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갈등 해결 능력이 떨어질수록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게 마련이다. 밀양 송전탑은 이미 많은 비용을 치렀다. 정부가 법을 바꿔가며 어렵게 내민 손, 이번엔 밀양 주민이 타협과 화해의 마음으로 잡아줘야 할 때다.

한겨레 <2013년 9월 13일자 31면>
밀양 송전탑 갈등, 돈으로 해결될 일 아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11일 송전탑 문제로 밀양을 방문했다. 정 총리의 방문은 정부 차원의 마지막 노력이어서 한 가닥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말만 주민과의 대화일 뿐 정 총리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시종일관 밝혔다. 송전탑 반대대책위 주민들이 간담회장을 박차고 나온 데서 보듯 불신의 골만 깊어졌다.

 정 총리가 송전탑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한전은 추석 이후 공사를 재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양이다. 그럴 경우 주민들과의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송전탑이 삶의 터전을 짓밟는다고 여기는 주민들은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주민들이 정 총리에게 공사를 재개하지 말라는 호소문을 전달한 마당에, 정부가 총리의 밀양 방문을 공사 재개의 명분 쌓기로 삼아선 안 된다.

 정부는 한전이 제시한 13개 지원사업 외에 애초 제시된 보상금 165억원을 185억원으로 증액하고, 이 가운데 40%를 각 가구에 평균 400만원씩 직접 보상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가구별 직접 보상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현행법에서는 금지돼 있어 엄밀하게 보면 위법이다. 정부가 돈으로 생색은 냈지만 전자파 때문에 안심하고 살 수도 없고 보상 대상 토지도 송전선로 부근의 매우 협소한 범위로 제한돼 있다고 한다. 결국 직접 보상 방식을 내놓음으로써 찬반 주민들 사이만 갈라놓을 우려가 높다.

 다른 지역과 달리 밀양 송전탑은 민가와 농토에 너무 가깝게 설계됐고 송전선로는 높이가 140m에 이르는 초고압 송전선로여서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주민들이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주민들의 상처와 아픔에 귀 기울이지 않고 한전이 공사를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결과 갈등이 심화됐다. 2006년 밀양 주민들의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8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한전은 공사 강행에만 열을 올렸다. 송전탑이 불가피한 것인지, 지중화 등 다른 대안은 없는지 객관적으로 검증해보자는 전문가협의체도 들러리로 만들고 말았다.

 지금까지 정부는 신고리 원전 3호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밀양 송전탑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하지만 신고리 3호기는 기존 송전선로들을 통해 송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또한 건설중인 신고리 3호기의 준공시점이 위조 부품 때문에 미뤄져 시간상으로도 그리 촉박하지 않다. 주민들의 희생만 강요할 게 아니라 진정으로 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논리 vs 논리 

중앙, 주민에 타협·화해 제안 … 한겨레, 원점서 재검토 촉구


“그냥 살던 대로 농사짓고 살 수 있게 해주이소.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요.”

 “국가 사업에 협조해 주시죠. 개인의 이익에 우선하는 게 국가 일입니다.”

 이 두 목소리가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한 지 8년째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데 갈등이 심각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 vs 생존을 위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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