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무엇이 문제인가-①] 너무 많고 너무 크다
최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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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3 17:14
<사진, 청주의 한 학교에서 촬영>
[송전탑, 무엇이 문제인가]전국 4만기 ‘송전탑 천지’… 면적당 설비 미국의 7배
송전탑관련 시리즈기사 경향신문 2013년 10월3일자
ㆍ(상) 너무 많고 너무 크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양재 인터체인지(IC)쪽으로 47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우면산의 짙푸른 능선들이 도심 빌딩 숲의 답답함을 잊게 해준다. 하지만 7~8㎞쯤
더 달려 서울대공원을 지나 정부과천청사로 빠지는 지점에 이르면 아파트 12층 높이의 대형 송전탑들이 산허리 곳곳에 위압적으로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 송전탑들은 과천변전소에서 의왕시 동안양변전소까지 연결되는 154㎸ 송전탑으로 모두 21기나 된다. 이처럼 전국 곳곳의
산등성이에 대형 송전탑들이 기찻길처럼 길게 늘어서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도심 코앞에까지 대형 송전탑이 들어차 있다. 산맥은 송전탑에 깔리고
도시는 송전탑 울타리에 갇혀 있는 것이다.
▲ 원전·화력 등 대용량 발전 위주
전국 3만여㎞ ‘거미줄 송전선’
경기
6559기 “송전탑 울타리”
■ 최대 전기소비국보다 많은
송전탑
2010년 기준으로 미국은 914만7400㎢ 넓이의 국토에 113만5040㎿ 발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발전설비 용량을 전체 면적으로 나눈 ‘발전설비 밀집도’로 따지면 0.12가 나온다. 한국은 9만7100㎢의 면적에 7만9983㎿의 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밀집도가 0.82나 돼 미국의 6.6배에 이른다. 한국의 밀집도는 일본 0.77, 영국 0.37, 프랑스 0.22, 중국 0.1보다 높다. 세계 최고 전기소비국인 핀란드조차도 밀집도가 0.05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은 정부가 계획대로 발전설비를 늘릴 경우 2027년에는 밀집도가 1.34로 치솟는다.
핵심 발전시설들이 먼 거리에 떨어져 있고 대용량 발전인 화력과 원자력발전소에 집중하다 보니 그만큼 송전탑 비중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은 피크타임에 전국 전기소비량의 40%를 쓰지만 전력 자급률은 3.3%에 불과하다. 다른 지역에서 전기를 끌어와야 하는 만큼 송전선로나 송전탑이 많이 필요하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은 “원자력이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건 한국만큼 발전소가 밀집돼 있는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보면 현재 총연장 3만1600㎞인 송전선은 2027년에는 3만8600㎞로 7000㎞가 더 늘어난다. 또 760개인 변전소는 187개 늘어난 947개가 된다. 현재 8200만㎾ 수준인 발전설비는 2027년 13만850㎿로 증설될 계획이다. 그만큼 송전탑을 더 세워야 해 전국 산하가 송전탑 ‘천지’로 변하는 셈이다.
■ 발전소 대형화에 송전탑도 커져
송전탑은 전압이 가장 높은 765㎸와 345㎸, 154㎸ 등이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큰 용량인 765㎸는 902기, 345㎸는 1만1600기, 154㎸는 2만700여기가 세워져 있다. 2002년부터 한 번에 많은 용량의 전기를 보내고 전력 손실도 적다는 이유로 765㎸ 대용량 송전탑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남 밀양지역에도 765㎸ 송전탑이 세워지고 있다. 실제 정부는 2027년까지 765㎸ 송전탑을 161기 이상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대형 송전탑일수록 전자파 발생량이 많고 건설을 위한 토지 수용 면적 등도 늘어나게 된다. 특히 765㎸ 송전탑에서 나오는 고압 전자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소아백혈병과 같은 암이 발병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대형 송전탑을 세울 경우 수용 부지도 많이 필요하다. 건설 예정지역 주민들과의 분쟁이 잦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