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추방운동, 현장을 가다(2), 일본석면피해자단체의 대정부 교섭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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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석면추방운동, 현장을 가다(2)
"중피종은 불치의 석면암이 아니다, 치료법을 개발하라" 일본 석면피해자운동의 새로운 흐름 -
중피종서포트카라반대(中皮腫サポトキャラバン隊)운동
석면암 중피종 피해자 등 3명이 2026년6월25일부터 7월1일까지 일본 도쿄, 나고야, 오사카를 방문해 한일 석면피해자운동 교류를 했습니다. 세계 모든 나라의 공동문제인 석면피해에 대해 어떤 활동이 이루어지는지, 피해자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한일간의 민간협력 활동을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2026년8월10일
최예용
최예용
한일석면피해자운동교류 방일 2일차 오후:
6월26일 금요일, 도쿄 국회에서의 정부교섭
이번 일주일간의 방일프로그램중 가장 특별한 일정이 방일 2일차인 6월26일 오후 일본 국회에서 열린 환자와가족회와 일본정부 관계자들과의 소위 <환자와가족회 省庁交渉 성청교섭>이다.
성청교섭이란, 환자와가족회가 미리 정부에 전달한 석면피해제도관련 요구사항에 대해서 후생노동성(이하 후생성, 우리의 고용노동부), 환경성(환경부) 그리고 총무성(행정안전부) 등 관련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나와서 정부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석면피해자들과 대화하는 자리다. 성省은 알겠는데 청庁이라는 명칭은 왜 들어간거냐고 물으니 환경성의 경우 처음에는 환경청이었단다.
다른 사회문제도 석면처럼 피해자들과 일본의 중앙정부 관계자가 직접 만나서 소위 '교섭'을 하는지 궁금했다. 석면문제의 경우 2005년 6월29일 발생한 '구보타쇼크'이후 석면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도 대두되어 피해구제법 등 관련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석면대책전국연락회의(반잔, Ban Asbestos Network Japan)와 중피종석면질환환자가족모임의 요구로 일본 전역에서 모인 1백명이 넘는 환자와 유족 등 피해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환경성, 후생노동성 등 석면관련 중앙부처의 담당자들이 나와서 직접 질문에 답하고 질의응답하는 '성청교섭' 자리가 만들어졌고 20여년째 매년 열린다고 한다.
초기에는 일년에 두번씩도 열렸는데 요즘은 일년에 한번 열린단다. 공개적인 행사로 사전에 참여신청을 하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고, 당연히 관심있는 언론사 기자도 참여한다. 정부정책에 문제의식을 갖는 피해자들이 많아 행사는 실시간으로 온라인 중계되어 전국 각지의 석면피해자들이 시청한다.
나는 10여년 전에 이 성청교섭을 잠시 둘러보며 구경만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참가 피해자들이 200여명쯤으로 지금보타 훨씬 많았다, 이번에는 오후2시반에 시작해 오후5시에 끝나는 내내 스즈키 선생님의 통역을 들으며 전체 진행과정을 지켜봤다. 올해 성청교섭은 일본 국회의 중의원 제2의원회관의 한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약 100여명의 석면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이 참여했고 회의실 앞 연단에 정부관계자 20여명이 자리했다. 행사장 전면에 붙은 현수막은 이렇게 씌여있다.
울려라! 환자의 가족의 목소리 2026
부처 협상, 중피종을 치료하는 질병에! 석면건강피해의 격차와 틈새 보상!
20256년6월26일(금) 중의원 제2의원회관 제1회의실
▲<사진, 2026년6월26일 오후 일본 도쿄의 국회 중의원(하원)의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피종석면질환환자가족회의 2026 년도 정부교섭(성청교섭) 연단에 양복입은 일본정부 공무원들이 나와 있다> ⓒ 최예용
회의장에서 반가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먼저 일본열도의 가장 위쪽에 위치한 홋카이도에서 온 다나카 사토리 씨는 일본전역 21곳에 조직되어 있는 환자와가족회의 홋카이도지부 대표다. 다나카 씨는 본인이 석면피해자가 아니고 딸 다나카 카나미 씨가 흉막중피종 환자다. 카나미는 2019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ABAN) 국제회의에 참석해 이성진과 교류한적이 있다. 때문에 이성진이 카나미의 아버지 다나까 씨를 만나 매우 반가워하며 카나미가 어떻게 지내냐며 근황을 물었다. 잘 지낸다고 한다. 카나미는 18세때 흉막중피종이 발병한 환경성 석면노출 피해자다. 이성진과 여러 면에서 매우 유사한 석면노출과 석면암 환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친구다. 1991년 생으로 나이가 같고, 불치병이라는 석면암 악성중피종이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인 같은 18세에 발병하고 1-2년밖에 못산다고 했지만 수술을 받고 15년째 생존하며 투병하고... 세상에 이렇게 비슷할 수가.. 인생친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인연이다.
2019년 서울회의때 홍콩에서 온 로라이얀 라는 이름의 30대 초반의 여성 중피종환자, 일본에서 온 20대 후반의 다나카 카나미 그리고 한국 아산에서 참여한 20대 후반의 이성진 그렇게 3개 아시아 국가에서 20-30대의 젊은 석면암 중피종환자 3명이 모여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세션 이름은 <Young Mesothelioma Warrior Empowerment>, 직역하면 '젊은 중피종 전사의 역량강화'인데 우리말로 '석면암 중피종과 싸우는 젊은 전사여, 힘내라' 정도가 되겠다.

▲<사진, 2019년10월27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ABAN)회의에서 사례발표후 기념사진을 찍는 3명의 석면암피해자, (사진 오른쪽부터) 일본 다나카 카나미, 한국 이성진, 홍콩 로라이얀) ⓒ 최예용
그때 카나미는 자기 소개를 하면서 홋카이도 지도를 한반도에 걸쳐놓고 우리 동네가 춥지만 엄청 큰 곳이라며 남한만큼이나 크다는 걸 강조해서 모두들 웃었다. 불치의 석면암 중피종 환자들의 모임이라는 낯설고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지만 카나미는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좌중이 긴장을 내려놓게 했다. 2019년 서울모임에서 카나미는 '병원에서 1~2년밖에 못산다'고 했다며 웃었다. 그때 이미 그녀의 석면암 투병 10년차였다. 그녀는 MSC 그러니까 중피종카라반 운동이 그녀의 삶에 활력을 주고 있다고 했다. 홋카이도 전역을 다니며 같은 중피종 환자들을 만나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교류하는 일의 의미를 나눠주었다. 카나미는 환자와가족회를 소개하는 팜플렛의 뒷면에 있는 <회원의 목소리>란에 소개된 6명중 첫번째로 소개되고 있다.
"18세에 발병해, 처음에는 쇼크를 받았습니다만,
지금은 (환자와가족모임 홋카이도 지부)회보지의 기사작성을 맡고 있습니다.
피해자들간의 분위기를 좋아하시면 교류하러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다나카 사토리 씨가 딸 카나미를 대신해 홋카이도 지역의 석면피해자와가족모임의 대표로서 활동을 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카나미가 잘 지낸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중피종카라반이 홋카이도에서도 방문활동을 한다니 다음기회에 카나미를 만나러 이성진과 홋카이도에 갈 수 있었으면 한다.
반갑게 만난 다른 사람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베 마사유키다. 환경분야의 이슈를 추적해 야후저팬이나 아시아프레스 등의 인터넷언론이나 일본의 시사월간지 등에 기고하는 일을 하는 이베는 석면과 핵안전이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2012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후쿠시마 핵참사가 터졌을때 참사발생 불과 한달뒤인 4월초 일본에서 가타오카, 이베, 무라야마교수(당시 유세다대학, 반잔 공동대표)와 한국에서 필자 최예용,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국장과 스즈키 아키라 등 모두 6명이 의기투합해 <후쿠시마핵참사 한일시민조사단>을 결성해 4일간 후쿠시마 현장을 조사한 적 있다. 당시 후쿠시마 현장이 위험해 한일의 언론사들도 현지 취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한국팀은 귀국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의 요청으로 르뽀기사를 작성했고 사회면에 크게 보도된 바 있다. 이베는 올해 3월부터 일본에서 판매되는 어린이용 색모래 제품의 석면문제를 단독으로 파헤쳐 연속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성청교섭에서는 모두 5개의 안건이 다뤄졌고 후생노동성, 환경성, 총무성의 3개 중앙부처 담당자들이 참여했다. 시작하면서 환자와가족모임 코스가 치에코 회장이 <석면건강피해와 관련된 틈새가 없는 구제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발표했다. 이 요구서는 정부에 미리 전달되었고 4차례로 나뉘어 각 안건마다 담당공무원들이 나와서 정부입장을 발표했다. 이때문에 항목이 바뀔 때마다 10여명씩 담당자들이 바뀌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랬다. 나에겐 진풍경이었다. 만약 한국에서라면 각 부처에서 1-2명만 나와서 모든 안건에 대해 설명하는 정도의 '정부설명회'가 진행되었을 게다. 그런데 일본의 '성청교섭'은 각 사안마다 담당자가 직접 설명했고 때문에 후생노동성에서 30여명, 환경성에서 20여명 그리고 총무성에서 2명 등 모두 50여명의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출동했다.
안건을 살펴보자.
안건1. 석면피해자의 급부 격차를 없애는 대처 (환경성)
안건2. '중피종을 치료할 수 있는 병으로 한다'를 포함한 석면질환의 치료연구 개발촉진(환경성, 후생성)
안건3. 석면노출자의 건강관리 체제 구축(환경성, 후생성)
안건4. 틈새없는 보상,구제를 도모하기위한 대처(환경성, 후생성)
안건5. 지방 공무원 지해보상기금의 심사업무 재검토(총무성)
안건1부터 안건4까지는 환경성과 후생성 담당공무원들이 답변했고 간간히 추가 질문이 던져졌지만 한가지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팽팽한 평행이 이어졌다. 이미 여러차례 반복되어온 주제로 정부입장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 주제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안건1의 경우 석면산재와 석면구제의 차이가 큰데 이 차이를 좁히라는 요구다. 구제법에서도 산재처럼 유족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라는 거다.
이에 대한 환경성 공무원의 답변논리는 이랬다. '석면구제법은 석면노출과 질병간의 인과관계에 근거한 제도가 아니어서 산재보상수준으로 지급하지 못한다'
즉각 피해자측에서 반박한다. " 구보타쇼크의 경우 구보타공장 측에서 인근주민 중피종 피해자들에게 산재수준으로 위로금을 지급했다. 이것이 격차없는 보상요구다. 그런데 현재의 구제는 같은 질병의 산재와 3배의 격차가 있다."
중피종은 석면노출에 의해서면 발병하는 석면암이고, 석면폐도 석면노출에 의해서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가 진단되는 석면질병 아니던가? 환경성 공무원의 주장이 언뜻 이해되지 않는데 그들의 논리는 이렇다. 석면산재의 경우 노동자가 소속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어느 공정에서 언제 얼마나 석면에 노출되었는지 정량적인 노출평가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석면질병과의 관련성을 따지는 석면노출과 질병간의 인과관계에 의한 판단이고, 그럴 때를 대비해 미리 가입한 산재보험에서 보험금을 지급한다. 반면, 석면구제는 신청자가 언제 어디서 어느 정도의 석면에 노출되었는지 자세한 정량적 노출평가를 하지 못한다. 수십년간의 다양한 삶 속에서 언제 어디서 얼마나 석면에 노출되었는지 파악하는게 불가능하고 따라서 산재처럼 그동안 받고 있던 월급과 병의 위중암을 고려해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손실에 따른 보상을 하지 못하고 석면질병에 따라 일정한 액수의 구제금을 지급한다는 이야기다.
어떤가? 일본정부의 주장이 와 닿는가? 이 문제에 대해선 한국정부도 같은 논리로 대응해왔다.
이에 대한 나의 반박은 이렇다.
첫째, 석면공장에 다니던 노동자의 경우 처음부터 위험을 알게 되고 때문에 산재보험에 가입한다. 만약 회사가 노동자에게 석면노출위험을 알리지 않았다면 그 이유만으로 손배소송감이고 산재와 별도로 배보상을 한 실제 법정 판례가 많다. 그런데 환경성 석면피해시민은 뭐냐? 석면위험에 대한 아무런 안내도 없이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듯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불치병이라는 석면병에 걸리게 된다. 누구에서 더 큰 보상을 해야 하겠느냐? 아무런 사전정보도 없이 자신이 석면에 노출되는지도 몰랐던 환경성 석면피해자가 더 억울하지 않겠느냐. 석면구제를 석면산재와 똑같이 보상하지는 못할망정 훨씬 낮은 수준의 구제는 잘못된 거 아니냐?
둘째, 환경성 석면피해는 자세한 정량적 노출평가를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잘못됐다. 조사를 해보고 하는 소리냐? 일반 환경속에서 다양한 석면노출원에 대해 모든 조사를 하기 어렵다는 것과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조사가 어렵긴해도 얼마든지 석면노출에 대한 실측조사와 노출평가를 할 수 있다. 오래되어 현장이 사라졌거나 달라졌다면 얼마든지 유사한 현장을 찾아서 조사하면 된다. 석면건축물이 엄청나게 많고 수천개의 석면제품이 환경속에 존재해왔다면 조사가 가능한 범위에서 하면 되지 않는가? 구제신청자 개개인의 특정상황에 대한 노출조사와 함께 일반적 환경에서의 석면노출에 대한 역학조삭결과를 인용해도 충분하다. 가령, 석면슬레이트 가옥에서 태어날때부터 20년간 살아왔다면 공기중에 주변의 토양중에 그리고 실내 곳곳에 쌓인 오래된 먼지조사를 통해서 석면의 오염정도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냥 막연하게 정량적 노출평가를 할 수 없다는 식으로 퉁칠 문제가 아니다.
셋째, 산재는 미리 가입된 보험에서 보험금이 나가는 것이고 구제는 그런 재원이 없어 석면원료사업자로부터 특별교부금을 걷고, 석면으로 전 산업계가 이익을 봤다고 보고 전체 산재 보험 기금에서 일반교부금을 걷어서 구제기금을 마련하기 때문에 다를 수 밖에 없는 주장은 더 이해할 수 없다. 특별교부금과 일반교부금을 충분히 걷어서 구제수준을 산재수준과 같게 하면 된다. 적게 걷으니 구제기금이 얼마 안되는거 아니냐. 석면제품이 소비재로서 일반 환경에 노출되어 일반시민이 석면병에 걸린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노동자를 위해 산재보험을 드는 것처럼 시민을 위해 구제보험을 들면 된다. 특히, 석면완제품이나 석면부품을 사용해온 산업계에 특별교부금을 걷는다면 충분한 구제기금을 만들 수 있다. 석면라이닝이나 석면클러치를 오랫동안 사용해온 자동차산업계, 과열과 화재를 방지하기위해 여러 전자부품에 석면부품을 사용해온 전자산업계, 석면슬레이트 지붕재 천장재 벽체 등을 만들고과 사용해온 건설업계가 대상이다. 이들 산업계는 일본이나 한국에서 전체 산업계의 절반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위상이 크니 충분한 구제기금을 만드는데 든든한 교부금대상이 될 것이다.
어떤가? 무리한 주장으로 들리는가? 충분한 규모의 산재기금과 구제기금을 조성헌다면 산재든 구제든 격차없는 석면피해지원이 가능하다. 나아가 국립암센터의 중피종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중피종 치료약개발에 박차를 가해 중피종이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는 석면피해자들의 바램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적극적인 관심과 필요한 충분한 재원의 확보가 관건이다.
▲<2026년6월26일 오후 대정부교섭을 마치고 기념사진촬영하는 중피종석면질환환자가족회 회원들, 일본열도 맨위족인 홋카이도에서부터 맨 아래쪽인 큐슈까지 전국 21개 지부에서 참여했다> ⓒ 나리타 히로아츠
성청교섭 2시간이 지나는 4시반경, 마지막 안건5에 관해 총무성의 석면재해담당자 2명이 등장했다. 앳된 모습의 젊은 공무원이 눈은 책상의의 서류만 보면서 답변을 읽어 내려갔다. 청중 속 한 여성 참가자가 손을 들어 마이크를 잡았다.
" 그동안 공무원(교사, 공무원, 군인 등)중 중피종 피해자 204명이 공무재해를 신청했는데 52% 104명만 인정되었다, 산업재해의 경우 인정률이 93%인데 공무재해는 왜 이리 낮은거냐 "는 항의성 질문이다. 이어 다른 피해자가 일어나'복막중피종은 석면고노출이라는 심사기준은 의료계에서도 인정않는근거인데 왜 공무원들만 까다로운 인정기준을 적용하는거냐? "
총무성 공무원이 '그렇게하지 않는다, 주신 의견은 전달하겠다'고 작은 목소리를 답한다.
"지가우요, 지가우요" (그게 아니에요, 그게 아니잖아요) 화난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린다. "얼버무리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것인지 답하라, 7월초까지 회신해라"라고 몰아붙인다.
민간과 공공건축물의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석면에 노출되어 중피종, 폐암과 같은 석면질환이 발병하는데 정부가 공무재해로 인정하기를 매우 꺼리는 경향이란다. 때문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수년간의 공방 끝에 겨우 인정되는데, 법원이 인정했음에도 공무재해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룬단다.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피해자와 활동가의 성난 목소리가 이어졌고 성청교섭의 분위기가 급속하게 냉각되었다.
군인, 행정공무원, 국공립 교사 등의 석면공무재해는 한국에서도 큰 문제다. 지난 4월 국회 기후환경노동상임위원회 소속의 서왕진의원실을 통해 공무원들의 석면공무재해 현황을 물었는데 그런 통계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분명 공무원들중에서도 중피종, 석면폐암과 같은 질환이 발생하고 일부겠지만 공무상재해 사례가 알려져왔는데, 석면노출로 인한 공무재해에 관한 통계분류를 하지 않는다는 거다. 정부가 공무원의 석면피해문제에 대해 관심이 아예 없다는 이야기다.
앞서 일본의 석면뿜칠건물에 대해 소개했다. 한국의 경우 기후환경부가 운영하는 석면건축물 정보망이라는 웹사이트에 공공건물이나 다중이용건물중 석면뿜칠된 곳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2026년 4월 현재 전국 76여곳의 건물에 석면뿜칠이 남아있다고 나온다. 상당수가 공공건물이다. 국회의사당과 같은 관공서 8곳, 교도소 6곳, 법원 2돗 등 공공건물이 16곳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등 전국의 대학교 16개 건물, 병원 9곳, 원전 8곳, 기업 6곳, 언론사 4곳, 교회 3곳, 호텔2곳, 백화점과 시장이 각 1곳 등이다. 군시설 건물은 조사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공무원의 석면공무재해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이야기다.
성청교섭이 끝나고 빗속에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이동해 인근에서 뒷풀이가 열렸다. 삼삼오오 모여서 오늘의 성청교섭에 관한 이야기를 꽃피운다. 이성진은 중피종환자들이 모인 테이블로 초대되어 연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소통을 이어간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찾아도 만나기 어려운 중피종환자들이 이렇게나 많이 모였다니 신기할 따름이란다. 이성진 바로 옆에 앉은 이는 심막중피종 환자였다. 나도 심막중피종 환자는 처음 본다.
내가 앉은 테이블은 주로 남편을 산재로 잃은 유족들이다. 그중 오늘 성청교섭의 뜨거운 주제였던 공무원 석면피해의 당사자 아리이즈미 유리에 씨가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전기분야 공무원으로 38세에 중피종으로 사망했지만 공무상재해 신정이 불인정되었고, 소송 끝에 이겼지만 공무재해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성청교섭에 참가한 모두가 분노했던 이유다. 나는 하나같이 힘든 삶을 살아온 석면피해유족들인 그녀들에게 맥주를 따라주며 위로해 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녀들이 서로 내 빈 맥주잔을 채워주는 바람에 나만 취해버렸다.
모르긴 해도 오늘 성청교섭에 불려나온 후생성, 환경성, 총무성의 공무원들도 끼리끼리 모여서 술을 마시며 오늘을 복기하고 있을 테다. 대부분은 마지 못해 불려나왔다는 티를 팍팍내며 내내 바닥만 바라보았고, 그래도 서너명은 진지하게 질문에 답을 하려는 성의가 엿보였고, 회의주제가 바뀔때마다 10여명씩 교체되며 나가고 들어오는 공무원들의 얼굴에서 무뚝뚝? 무덤덤? 함이 느껴졌다. '제기랄 못해 먹겠네' 그랬을까, '일년에 한번하는 일이니 참고 넘어가자' 그랬을까, '그래도 부모님 나이의 연로한 석면피해자들이니 성의를 다하자' 그랬을까...
▲<2026년6월26일 오후 일본 도쿄시내 국회 중의원회관에서 열린 중피종석면질환환자가족회의 대정부교섭 ‘성청교섭’을 마치고. 왼쪽이 필자 최예용, 오른쪽은 이성진 환경성 석면암 중피종환자. > ⓒ 최에용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