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대형병원 곳곳에 ‘석면 천장’…뽀얀 먼지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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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대형병원 곳곳에 ‘석면 천장’…뽀얀 먼지 떠다닌다

임흥규 0 5441

한겨레신문 2014년9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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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김명진 기자

어린이·모자병동에 입원실까지
법적 사용금지된 2009년전 시공
기준농도 30~50배 초과하기도

23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본관에서 어린이병원으로 가는 지하통로 천장은 낡아 보였다. 천장재는 이음매가 군데군데 틀어져 있거나 가장자리가 부서진 곳이 여럿 눈에 띄었다. 천장에 전선길을 내기 위해 구멍을 뚫은 곳에서는 환풍기 바람을 타고 뽀얀 먼지가 떠다녔다. 이곳 복도에는 1급 발암물질인 백석면(3%)이 들어간 천장재가 사용됐다. 2009년 법으로 사용이 금지되기 전에 시공된 것이다.

석면이 들어간 낡은 천장재 가루는 에어컨이나 환풍기 바람, 복도를 울리는 가벼운 진동만으로도 공기 중으로 흩어지기 쉽다. 전기배선 등을 손보기 위해 천장재를 고정한 나사를 풀 때도 석면 가루가 날릴 수 있다. 천장재가 깨져나간 경우에는 선풍기 바람(초속 5m 정도)에도 기준치의 2배가 넘는 석면이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고 한다.

어린이병동 5층 복도 천장에도 백석면이 들어간 자재가 사용됐다. 군데군데 금이 가거나 깨져 있었다. 심리치료실로 환자복을 입은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갔다.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은 “오래된 건물인데다 천장재를 뜯고 재설치하는 일을 반복해 많이 훼손된 것 같다”고 했다. 5살짜리 아이를 안고 본관에서 어린이병원으로 가던 김아무개(35)씨는 “이런 곳에 석면이 떠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병원 쪽에서 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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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는 23일 서울대병원과 고려대 안암병원,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서울·경기 지역 대형병원 12곳에서 석면이 들어간 천장재 등이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진행된 조사에는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이 함께했다.

조사 결과, 서울대병원과 순천향대 서울병원의 경우 각각 어린이병동과 모자병동에서 백석면(2~5%)이 들어간 천장재가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고려대 안암병원, 인제대 서울백병원, 순천향대 서울병원 환자 입원실에도 백석면을 포함한 천장재가 사용됐다. 을지대 을지병원,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국립암센터, 인하대병원, 한양대병원,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에도 석면 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시료 채취를 통해 기준농도 0.1%를 30~50배 초과하는 백석면이 확인된 천장재 208곳이 파손된 상태였다. 시료 검사는 하지 않았지만 같은 천장재가 사용된 다른 층에서도 61곳이 깨져 있었다. 을지병원은 93곳,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은 69곳의 천장재가 부서져 있었다.

석면은 10~40년의 긴 잠복기를 거친 뒤 폐암 등 각종 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건축물에 사용된 석면조사를 의무화한 석면안전관리법은 2012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다다. 특히 병원과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은 석면 함유 물질의 위치와 면적, 상태 등을 표시한 ‘석면 지도’를 만들어 관리해야 하지만, 시작 단계여서 제대로 된 안전관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전국 병원에 사용된 석면을 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안전관리 상태가 부실한 병원은 적극적으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입원실과 어린이병동은 비석면 자재로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은 “석면 천장재를 전면 교체할 계획은 아직 없지만, 수시로 리모델링이나 환경 개선 공사를 하면서 석면 천장재를 교체하고 있다”고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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