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건강해야17] 발병후 1년내 사망'석면암',구제법은 초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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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건강해야17] 발병후 1년내 사망'석면암',구제법은 초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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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 후 1년내 사망 '석면암', 구제법은 초라해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17-석면공해⑥-1] 석면피해구제법의 한계

오마이뉴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기자

2014년 7월 29일자

올해 환갑을 맞은 정아무개씨는 희귀암인 악성중피종 환자다. 52세인 2006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암진단을 받은 이후 8년째 투병중이다. 악성중피종 환자들의 잔여수명이 통상 1년 정도 밖에 안 되는 점에 비추면 매우 예외적인 사례다. 정씨는 "우연히 발견하여 그동안 항암치료만 21차례, 수술 3차례를 받았다, 그동안 잘 지내왔는데 올해 들어 매우 힘들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악성중피종은 폐를 둘러싸고 있는 이중막(중피) 사이에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원인의 85~95%가 석면 노출에 의한 것이어서 '석면암'이라고 불린다. 이러한 특징을 의학계에서는 '악성중피종은 석면에 특이적인 질환'이라고 표현한다. 반면 폐암의 경우, 원인이 다양하여 '비특이적인' 질환이다.

이 때문에 국가별 석면원료 사용 총량을 바탕으로 악성중피종암 환자 발생을 추산하여 (석면사용을 금지했더라도) 앞으로 얼마나 더 석면 피해자가 발생할지 파악하기도 한다. 석면질환은 중피종 외에 폐암, 진폐의 일종인 석면폐가 대표적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는 후두암, 난소암도 석면 노출에 의해 발병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흡연자가 석면에 노출될 경우 폐암 발병율이 수십 배로 치솟는다.

산업재해 피해 원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석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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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4월28일 세계산재노동자의날에 서울 강남 포스코 앞에서 열린 전국플랜트노동자대회장 
ⓒ 환경보건시민센터
한국의 경우 그동안 200여만톤의 석면을 사용했는데 가장 많이 사용한 시기가 1990년대 초반이다. 그후 2009년부터 석면사용을 금지했으니 악성중피종 환자 발생은 2030년까지 계속 늘어나 2050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석면노출 후 10년에서 40여년의 긴 잠복기를 거쳐 질환이 생기는 걸 고려한 결과다. 여기에 석면사용금지 이전에 사용한 석면 건축물이 오랫동안 계속 사용되기 때문에 석면 질환 발생은 수십 년간 계속된다.

그러면 한국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석면피해자는 몇 명이나 될까? 석면에 의한 폐암의 경우 담배나 다른 원인에 의한 폐암과 구분이 되지 않는 '비특이적'인 특징 때문에, 그리고 석면특이적인 악성중피종의 경우라도 이를 집계하는 체계가 없어 정확한 석면피해자를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료보험심사평가원 등에 질병명 코드로 집계된 환자 수를 근거로 현재 몇 명의 악성중피종 환자가 있는지 대략 추산하기도 한다. 이 경우 개인정보 접근의 한계 때문에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경우는 중복되어 정확한 추산이 어렵다.

석면 관련 질환에 걸린 환자 본인이나 유족들이 신고하면 지원해 주는 두 개의 제도를 통해 인정된 피해자를 확인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하다. 두 개의 제도 가운데 하나는 석면을 직접 다루는 직장에 다니다가 석면질환에 걸린 경우다. 산업재해보상법에 의해 지원하는 제도로 석면 관련 직업병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일반환경 중의 석면 노출로, 석면질환자를 지원하는 석면피해구제법에 의한 지원제도다. 예전 용어로는 공해병, 요즘 말로는 환경성 질환에 해당한다. 두 제도 모두 그동안 악성중피종, 석면폐암, 석면폐 등 3가지만 석면 질환으로 인정해왔다. 석면피해구제법의 경우 올해부터 '미만성 흉막비후'라는 질환도 인정 대상에 추가되었다. 

산업재해보상 제도에 의해 인정된 직업성 석면피해자는 공식적인 산재와 직업병 통계에 나타나지 않는다.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은 폐암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석면폐는 진폐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정부는 지구촌 최악의 산업재해물질인 석면을 산업재해 피해 원인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는 국회에서 별도의 요구가 있을 때에만 자체 조사한 석면 관련 산재데이터를 내놓곤 한다. 때문에 석면 문제에 관심이 많은 직업환경의학 전문가들도 대한민국의 석면 피해 실태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하소연한다.

환경부가 주관하는 정부합동석면정책협의회에서 노동부가 2009년 내놓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의 자료를 통해 석면 관련 직업병 현황을 일부 엿볼 수 있다. 2000년 4명, 2001년 4명, 2002년 6명, 2003년 30명, 2004년 8명, 2005년 22명, 2006년 20명, 2007년 32명 등이다. 전체 65명 중 사망자는 74%인 48명이고 생존환자는 17명 26%다.

최근 들어 증가 추세에 있지만 연간 10여만톤씩 총 200만톤의 석면 원료를 사용하는 산업국가의 석면산업재해 치고는 지극히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해 석면 관련 국제심포지엄에서 만난 외국의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 이상하다"며 "제대로 조사한 결과냐"고 반문한다.

석면피해구제제도는 2008년부터 충남지역의 홍성, 보령, 예산 지역을 중심으로 산재한 수십여 개의 석면 광산지역의 주민들에게서 다수의 석면 질환이 발생하면서 마련되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정치권에서 의원입법으로 마련한 것(법률제정은 행정부가 준비하여 국회에 제출하는 정부입법과 국회의원들이 직접 법률을 마련하는 의원입법의 두 가지가 있다).

당시 석면 피해자들과 환경단체, 노동단체들이 전문가들과 연대하여 결성한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한 성과였다. 양대 노총 즉,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모두 가입한 뒤 앞장서서 운동을 전개했고 무려 4개의 법률안이 제출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원래 피해자들은 피해보상 즉 신체적 질병피해와 이로 인한 경제적·정신적 손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는데 정부가 산업계의 부담을 이유로 보상이 아닌 '구제' 방식으로 결정되었다. 그것이 바로 2010년 제정된 '석면피해구제법'이다(시행은 2011년부터).

석면피해구제법 문제가 여전히 제기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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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7월 22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전국건설노동자대회에 설치된 석면피해자상담센터. 
ⓒ 환경보건시민센터
석면질환은 치료가 불가능하고 생존연한이 짧다. 때문에 산업계를 대상으로 법적 소송을 할 경우, 오랜 시간이 걸려 피해자가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다. 그리하여 구제법은 정부가 나서서 기금을 모아 병원비와 장례비 그리고 약간의 요양급여를 지원하는 긴급구제 성격을 갖는다. 일본의 제도를 거의 그대로 베꼈다.

보상 제도는 산재보험 수준의 보상금을, 구제 제도는 산재보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구제금을 지급해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구제법 제정 당시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근시안적인 제도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3년6개월이 흐른 지금도 당시 지적사항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구제법은 환경부가 주관하고 산하기관인 환경공단에서 실무를 담당한다. 구제기금은 산재보험 가입 사업장들이 낸 약간의 부과금과 연간 석면원료를 1만톤 이상 사용한 석면사업장이 낸 특별교부금 그리고 자치단체가 부담하는 행정비까지 포함해 연간 약 150억원 규모로 운용된다.

환경성 석면피해를 대부분 사업장이 부담하는 이유는, 석면노출원이 석면을 원료로 하여 제품을 만드는 산업 활동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땅 속에 있는 석면을 파내 건축, 섬유, 전자, 교통 및 생활용품 등 주요 산업분야에서 사용하는 과정에서 석면이 노출되어 주민과 소비자 즉, 일반시민들이 석면 질환에 걸린 특징이 반영된 것이다.

석면 피해 구제 개선방향을 담은 2편이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최예용 기자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자 보건학박사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대표적인 환경보건 운동 엔지오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란 타이틀로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방사능 안전, 미세먼지, 석면, 유해 식품, 시멘트 먼지 공해, 전자기파 공해, 환경호르몬, 중금속 중독 등의 문제를 공동기획해 매주 한 차례 연재합니다. 이 글에 대한 원고료는 환경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한 활동에 쓰일 예정입니다. 독자들의 성원을 바랍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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