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폐기물 파쇄 굉음·석면 공포… “불안해 살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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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폐기물 파쇄 굉음·석면 공포… “불안해 살 수 없어요”

관리자 0 4813

경향신문 2014년 1월 26일자

글·사진 |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ㆍ청양군 강정리 청정 산골마을, 소음·분진에 ‘신음’

26일 오전 11시 충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마을 입구. 폐기물매립장과 석면 광산 개발을 반대하는 깃발과 현수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트럭들이 드나들고 ‘쾅, 쾅’하는 굉음 때문에 TV도 제대로 못 봐.
파쇄 작업인지 뭔지 할 때는 집 위에까지 뿌옇게 먼지가 피어오른다니께. 석면까지 섞여 있다는데 당최 불안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

한상필 노인회장(77)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권오복 강정리 폐기물매립장반대 주민대책위원장(56)은 “저기
건설폐기물중간처리장 위에 산처럼 높이 쌓인 게 모두 건설폐기물”이라며 “그 옆에 또 일반폐기물매립장을 만들려는 움직임 때문에 주민들이 상당히 격양돼 있다”고 설명했다. 권 위원장이 가리킨 폐기물 더미의 높이는 5m쯤 돼 보였다. 폐기물 더미로 다가서자 시커먼 아스팔트콘크리트 조각과 파쇄된 고무관 등의 폐기물도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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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복 강정리 폐기물매립장반대 주민대책위원장이 석면광산에 설치된 건설폐기물중간처리장을 가리키며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있다.


▲ 폐광산 자리 처리장 들어서
10년 넘게 주민 고통 시달려
허가 취소·안전 대책 요구


충남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던 청양의 산골 마을이 폐기물로 신음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동네 안쪽 석면광산에 건설폐기물중간처리업체인 ㄱ환경이 들어서면서다.

10년 넘게 폐기물처리장으로 인한 소음과 분진 피해를 호소해오던 주민들은 지난해 이곳에 또 다른 회사 명의로 일반폐기물매립장까지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주민대책위를 구성해 단체행동에 나섰다. 권 위원장은 “일반폐기물매립장 허가신청은 일단 반려됐지만 주민들은 기존 건설폐기물중간처리장이 아예 문을 닫을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리 주민들은 ‘석면공포’도 호소하고 있다. 폐기물처리업체가 위치한 비봉광산은 1978년 광업권이 등록된 석면·사문석 광산. 석면채굴은 1982년 중단됐지만, 사문석 채굴은 1998년 다시 시작돼 2010년까지 계속됐다. 제철회사에 납품되던 사문석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돼 채굴이 중단됐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권 위원장은 “얼마 전까지 광산 내 절개면과 처리장 주변에서 사문석을 쉽게 볼 수 있었다”며 “그곳에서 폐기물처리장이 운영되고 있으니 주민들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석면 피해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광산에서 일했던 이모씨(78)는 2011년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석면폐증 2급 진단과 인정을 받았다. 김도연 부녀회장(54)은 “7년 전 어머니가 종피종으로 돌아가셨는데 그것도 석면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정리에서 평생을 살아 온 노형식씨(72)는 “우리 동네는 물론이고 옆 마을에도 폐암으로 죽은 노인들이 한둘이 아닌데 그게 다 석면과 관련이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강정리를 비롯한 인근 지역 주민들은 현재 비봉광산의 건설폐기물중간처리장 허가 취소와 석면안전관리 대책 수립을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해당 업체의 불법행위와 청양군청의 관리·감독 소홀 등을 밝혀 달라”며 지난달 충남도 감사위원회에 주민감사청구를 했다.

이상선 청양시민연대 대표는 “석면 광산에 폐기물중간처리업 허가를 내준 것부터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철저한 감사로 진상을 밝혀 허가를 취소하고 석면광산에 대한 광해복구사업이 이뤄져야만 주민 공포는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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