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 주공, 석면 해체 노동자의 양심 고백
2019.07.02 브레이크 뉴스
브레이크뉴스 정민우 기자= 단일규모로 국내 최대 재건축단지로 불리고 있는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의 철거 공사가 다시 시작됐다. 공사 도중 발견된 석면 처리 문제를 놓고 지난해 말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 6월 석면 해체를 시작으로 다시금 공사가 재개된 것이다.
시공사(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 발, 롯데건설, 대우건설)와 조합측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석면해체·제거 작업지침에 따라 국내 재개발-재건축 건설현장에서 석면해체작업에 대한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고 자평하면서 아무 문제없이 해체작업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석면주민감시단 일부와 환경단체인 한국석면네트워크 등이 비상식적인 요구를 통해 재건축 사업에 큰 피해를 줬다며 법적 대응을 하는 등 강경파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이뤄졌다.
이런 가운데 브레이크뉴스는 석면 철거 현장에서 일했다는 노동자 김모 씨로부터 양심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본지에 내부 공사 사진과 영상을 전달하고 공사 진행 과정을 증언해줬다.
그간 시공사 및 조합측은 공사 현장에 대한 외부 공개를 꺼려왔다. 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 한 주민감시단을 무단 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조치할 정도였다.
김 씨는 석면 해체 전문가도 아니었다. 석면제거 지정업체 하청에 재하청을 통해 철거현장에 들어온 일용직 근로자로, 그는 대우건설이 관리하는 구역에서 일했다고 했다.
그는 방진복, 방진마스크를 쓰고 직접 석면철거 현장에서 석면장판 철거와 석면장판을 덮고 있던 몰탈 해체 작업 등을 진행했다.
김 씨는 "석면 철거 공사에 쏠린 시선 때문에 전반적인 관리상태는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직접 일해 본 결과,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완벽하게 제거하고 있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석면 처리 절차는?
고용노동부, 대우건설 등에 확인한 공식 석면 제거 절차는 이렇다.
먼저 석면장판이 깔려 있는 구역에 비산먼지 등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벽에 비닐을 치는 등 현장을 밀폐시키는 보양작업으로 일이 시작된다. 현장에는 헤파필터가 달린 음압기도 설치해 작업 도중 발생하는 오염 공기가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한다.
이어 석면장판을 덮고 있는 몰탈을 기계 등을 이용해 깨 부신 뒤, 노출된 석면장판을 지정폐기물 봉투에 담아 밖으로 빼낸다.
그 다음 몰탈 해체 과정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먼지나 작은 알갱이, 장판 조각 등 부스러기를 고착제를 살포해 고형화시킨 뒤 이 역시 지정폐기물로 처리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몰탈 덩어리는 공사 현장에 그대로 놔둔 뒤 최초 설치한 보양지를 해체하고 공사를 마무리 한다. 몰탈 덩어리를 지정폐기물 처리하지 않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지정폐기물 처리비용이 굉장히 비싼데, 몰탈까지 지정폐기물 처리한다면 수천억원은 족히 든다는 게 시공사의 설명이다. 조합측에서도 공사비용이 올라간다는 이유로 몰탈의 지정폐기물 처리는 반대했다.
그럼 실제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어떨까. 김씨에게 원칙적인 절차를 설명해주자, 대체적으로 지켜진다고 말했다. 다만 완벽하게 진행되진 않는다고 했다.
각 현장마다, 상황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동구청에서 불시점검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보다 원칙적으로 철거작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현장이 더 많았다고 했다. 석면의심물질 부스러기나 가루 등을 따로 치우지 않고, 시멘트 몰탈과 함께 그대로 적치해놓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석면 해체 작업이 최종적으로 끝나면 방 안에는 시멘트 몰탈 덩어리만 남겨놔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 몰탈 덩어리들 사이사이에는 석면 먼지 등이 함께 있기도 했다“면서 ”결국 건물을 해체할 때 이 석면 먼지들은 주위로 비산될 수 밖에 없다. 석면감시단이 우려를 제기할만 하다"고 말했다.
그럼 왜 부스러기들을 세심하게 선별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김 씨는 "석면장판은 크기가 커서 치우기 쉽지만, 먼지나 부스러기들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해야 하고 버려야 한다. 당연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일손도 많이 필요하니 소홀하게 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전문가도 아닌 나 같은 일용직 근로자들이 꼼꼼하게 하겠느냐"고 했다.
이어 그는 보양작업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도 했다. 그는 “공사 시작 전 천장을 제외하고 보양작업을 모두 한다. 하지만 한 현장을 마치고 다음 현장으로 옮겨 갈 때 석면 먼지가 묻은 장비와 방진복 등을 따로 세척하지 않고 그대로 다음 현장까지 들고 옮긴다. 옮기는 과정에서 석면 먼지는 그대로 외부로 유출된다"고 지적했다.
시공사 “석면 해체, 절차대로 훌륭히 하고 있어”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시공사측에선 “우리는 문제없이 절차대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보는 눈이 많아 그렇게 못한다'며 원칙을 고수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대우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중요한 현장인 만큼, 본사 직원들도 항시 상주하면서 관리하는 등 우리는 정확히 규정대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감리단은 물론, 고용노동부, 강동구청에서도 일주일에 몇번씩 수시로 불시로 점검이 나온다. 이처럼 지켜보는 눈이 많은데 (김씨 주장대로) 어떻게 저런 식으로 공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 해명했다.
‘석면 노이로제’ 걸린 지역주민들
한편, 석면은 1987년 세계보건기구(WH0)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호흡을 통해 폐포에 이르른 석면은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날카로운 모양을 한 석면가루들은 혈관 속을 파고들어가 자리잡고선 평생동안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진폐증의 일종인 석면폐증과 폐암, 악성중피증 등이 석면 흡입에 따른 주요 질환으로 꼽힌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석면 사용이 전면 중지됐다.
둔촌주공재건축 인근 주민들도 석면의 위험성을 아주 잘 인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석면 해체 문제로 끊임없이 조합과 시공사들과 마찰을 빚어 왔고, 급기야 수개월간 철거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안전하게 공사한다는 전제하에 철거 작업이 진행됐지만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공사 현장에 인접해 있는 한산초등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은 소위 '석면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