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66% "만성울분상태", 11%는 "자살 시도"
2019.03.14 연합뉴스
사회적 참사 특조위, 피해가구 첫 심층조사 결과 공개
조사 대상 100가구 피해액 최대 540억원 추산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피해자 10명 중 7명이 지속해서 만성적 울분 상태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특조위 건물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습기 참사 이후 피해 가구를 직접 방문해 심층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조위의 의뢰를 받은 한국역학회가 지난해 10월 2일∼12월 20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신청, 판정받은 4천127가구(5천253명) 중 무작위로 추출한 100가구를 방문해 신체·정신·사회경제·심리적 피해를 심층 조사했다.
조사결과, 성인 피해자의 약 66%가 지속되는 만성적 울분 상태를 보였다. 이 가운데 절반은 중증도 이상의 심각한 울분을 호소했다.
특히 자살 생각이 27.6%, 자살 시도가 11.0%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 인구보다 각각 1.5배, 4.5배 높은 수준이다.
연구책임자인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이런 결과는 우리나라 정신 질환 실태 역학조사에서 나타난 일반인 조사(평생 유병률)보다 굉장히 높은 것"이라며 "특히 자살 시도가 11%에 달한다는 점은 이들 집단에 대한 자살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동·청소년의 건강 관련 삶의 질을 분석한 결과, 살균제에 노출된 아동·청소년 20.5%는 신체 건강 영역에서 전체 평균의 하위 5퍼센타일(백분위수·100 가운데 아래서 5번째) 미만에 속했다.
이번에 조사한 100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경제적 피해비용은 적게는 125억8천만원, 많게는 539억8천만원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