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은 왜 가습기살균제가 '미환경청 안전성 검증을 받았다'라는 문장을 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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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은 왜 가습기살균제가 '미환경청 안전성 검증을 받았다'라는 문장을 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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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5 경향

애경이 8년 전 유해물질이 든 가습기살균제로 판명난 ‘가습기메이트’ 회수 공지를 하면서 “미국환경보호청(EPA) 실험 결과 무해성이 입증됐다”는 문장을 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PA 보고서는 SK케미칼이 가습기메이트 원료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무해성 입증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 중 하나다. SK케미칼은 애경 측에 CMIT/MIT를 원료로 하는 가습기살균제를 제공한 업체다.  

3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2011년 9월 애경 홈페이지 팝업창에 올라온 공지사항을 보면 “SK케미칼에 따르면 당사에 납품하고 잇는 가습기메이트는 시중에 나와있는 타 가습기살균제와는 차원이 다른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이 원료는 EPA의 흡입 독성실험 결과 무해성이 입증되었다고 한다”며 “하지만 당사는 지난 8월31일 질병관리본부 발표를 적극 수용하는 차원에서 가습기살균제 안전성이 100% 입증되는 시점까지 무기한 판매중지하기로 조치한 바 있다”고 쓰여 있다. 

애경의 공지는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8월31일 산모들을 잇따라 숨지게 한 원인 모를 급성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시민들에게 가습기살균제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제조업체에는 제품 판매 자제를 요청했다. 애경 관계자는 2011년 8월31일 질병관리본부 발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SK케미칼 제품은 미국 당국으로부터 안정성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고 들었다”면서도 “당국의 제품 출시 자체 요청에 적극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애경은 한 달여 뒤인 2011년 10월 기존 홈페이지 팝업창 공지에서 “SK케미칼에 따르면 당사에 납품하고 있는 가습기메이트는 시중에 나와있는 타 가습기살균제와는 차원이 다른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이 원료는 EPA의 흡입 독성실험 결과 무해성이 입증되었다고 한다”는 두 문장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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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애경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가습기살균제 판매 중지 공지에서 “미국환경보호청(EPA)의 흡입 독성실험 결과 무해성이 입증됐다”는 문장이 빠진 모습. | 독자 제공

 

2011년 10월 애경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가습기살균제 판매 중지 공지에서 “미국환경보호청(EPA)의 흡입 독성실험 결과 무해성이 입증됐다”는 문장이 빠진 모습. | 독자 제공 

 

애경은 왜 ‘EPA 입증’ 문장을 지웠을까. 일각에서는 SK케미칼과 애경이 EPA 보고서가 가습기살균제의 안전성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 달 사이 문장을 지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애경 관계자는 홈페이지 공지 변경과 관련 “오래 전이라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환경부 보고서 등을 근거로 가습기메이트 등 제조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애경에 가습기살균제를 제조·납품한 업체 전 대표를 구속기소하고, SK케미칼과 애경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EPA 보고서를 CMIT/MIT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자료인 듯 과장한 양태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EPA 보고서 만으로 CMIT/MIT를 가습기살균제에 써도 되는지 안되는지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SK케미칼 측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가습기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재조사 때 EPA 보고서에 대해 “EPA가 CMIT/MIT를 등록해 준 것은 독성값과 노출량을 고려한 결과 이 정도면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공정위 측은 “EPA도 산업용 탈취제로만 쓸 수 있고 내부 식품 분야에 쓰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별도 승인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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