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의 교수  기계항공및 원자력공학부 교수>

바다 속에 사는 해조류에는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이 달라붙지 않는다. 바늘 같은 돌기의 촘촘한 미세표면과 미끈한 피막 덕분인데, 이 모양을 본딴 초강력 방오막(Anti-biofilm materials)이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UNIST는 기계항공·원자력공학부 정훈의 교수팀이 박테리아를 비롯한 미생물이 표면에 못 달라붙게 하는 새로운 방오(Antifouling) 소재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방오 소재는 표면에 각종 오염물이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물질로 주로 선박이나 해양시설에서 물이 닿는 부분에 발라 해양생물의 부착을 막는 데 쓰인다.

기존에는 화학물질을 표면에 바르는 방식으로 방오 처리를 하는데 박테리아가 화학물질에 내성을 갖거나, 표면이 긁혀 손상되면 방오 기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지질-하이드로겔 나노 바늘 하이브리드 필름 구조.(UNIST 제공) © 뉴스1

이 대안으로 표면에 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 수준의 미세돌기를 촘촘히 세우는 기계적 방오가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나노 바늘이 촘촘한 미세표면에 해조류처럼 피막을 입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미세표면을 딱딱한 하이드로겔(PEGDMA)로 만들어 물속에서도 구조를 유지하도록 했고 그 위에 친수성이 강한 소재인 MPC라는 분자를 얇게 씌워 피막과 비슷한 수막을 형성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세표면 기술은 선박이나 해상장비는 물론 가습기 같은 생활가전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들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해로운 박테리아를 없애려 살균제를 사용하는 대신 기기 표면에 새로운 방오막을 도입 가능하다"며 "이 기술을 적용하면 정수기나 에어컨 등의 생활기기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화학회(ACS)에서 발행하는 ACS 매크로 레터스(ACS Macro Letters) 1월호 표지 논문으로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자연모사혁신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